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미국의 대책 – 류재갑

류 재 갑 대진대 대진학술원 원장 (전) 경기대 국제대학장 대학원장

류 재 갑
대진대 대진학술원 원장
(전) 경기대 국제대학장 대학원장

1. 문제의 본질: 선언정책과 실행정책 간의 불가피한 괴리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1990년대 초이니까 벌써 4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핵무기는 이미 3차에 걸친 실험을 끝내고 금년 4월말로 4차 실험준비를 완료하여 최고 지도자의 명령만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한다. 2013년 2월 12일에 실시한 3차 핵무기 실험에서 북한 당국은 탄두의 경량화소형화다종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과 미국, 그리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사실상 북한은 핵보유국에 들어서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일부의 실전배치까지 겹쳐져서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핵무기와 미사일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참여하여 6자회담으로 동아시아지역화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화시켰지만 아직도 해결의 단서가 보이지 않는다. 2008년에 북한의 트집으로 5차례 이상 진행되어 오던 6자회담도 중단되었고, 북한이 6자회담의 ‘무조건적’ 재개를 주장하면서도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발사 실험을 계속하면서 공갈 협박과 험악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회담재개의 가능성도 확실치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이제 이 문제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은 확실히 절대무기에 해당된다. 핵무기 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게 되거나 최근에 한국영토로 침투하여 추락한(3~4월) 무인공격기와 연결되면 그 위협은 심각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무기역량 면에서 남북한 간에는 비대칭성이 더욱 심화되어 군사력 균형상태도 본질적으로 변화되게 된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한반도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고 한국은 자주국방의 압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대응수단과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유리했던 군사력균형이 무너져 한미연합 억제장치와 전략태세는 무력화 될 뿐만 아니라 동맹의 효과도 상실되고, 전장의 주도권도 빼앗기게 될 것이다.

금년 4월 25일 한미 양국의 박근혜-오바마 대통령이 서울에서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과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경고,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시기 재검토(연장),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위한 협력 문제, 북한에 대한 한미일 3국간의 군사정보 공유,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 등에 합의하고,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연합사를 함께 방문하였으나 어느 하나 확실한 실행정책(action policy)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이란처럼 양보할 생각이 없는 한, 길이 없어 보인다. 양자 접근, 다자 접근, 유엔제재 등 평화적 방법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군사적 대책의 선택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북한을 다룰 수 있는 중국마저도 외관상 국제 제재에 동참하는 시늉을 보이고 있지만, 내심은 북한의 붕괴를 막고자 한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모든 대책이 대체로 그렇지만,  비군사적인 대책과 군사적 대책이 선택선상에 오르게 되면 정책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유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상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실현 가능한 대책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미국의 대책은 무엇이며 실효성이 있는가?

2.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실태: 사실상 절대무기 보유국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을 대략 1960년 초부터라고 치면, 이미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1993년 3월에 시작된 제1차 핵 위기로 부터 계산하면 거의 4반세기에 이른다. 대단히 집요하다. 지금까지 3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플루티늄탄(약 40~60kg로 핵무기 7~9개 제조 분량)과 고농축 우라늄탄( 2002년에 보유 시인) 핵무기를 실험하였고, 2013년 2월 12일(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식 하루 전날) 실시한 핵무기실험 직후에 북한 당국은 탄두의 소량화경량화다종화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년 4월에는 “큰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위협하였고, 4월 25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강행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사회주의헌법의 수정보충’을 통해 전문에 김정일의 업적으로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였고,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핵무력  건설과 경제건설을 병진’하는 노선을 선언한 바 있다. 그해 4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에 대한 법령(3조)을 채택하여 핵무기 보유를 사실화하고 영구화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속도는 핵무기 보다 훨씬 앞서는 것 같다. 다연장 방사포 등 장거리 야전 포만해도 충분히 ‘서울 불바다’ 위협수단인데 단중거리 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고 사거리 5,000km이상의 탄도탄을 실험함으로써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 수단을 보유하게 될 단계가 머지않은 것 같다. 중장거리 미사일은 사거리와 더불어 정확도 또한 증대되었고, 이제 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실험할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이 경우 핵탄두를 탑재하게 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위협을 받게 되고 미국까지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추가로 무인 항공기가 경량화소형화된 핵무기를 탑재하여 공격무기로 활용된다면, 한반도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에 빠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최근(2월 21일부터~4월초까지) 동서 해양으로 사거리 200~400km에 이르는 준중거리 미사일과 로켓 및 신형 방사포 등 100여발  이상을 주로 심야에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자행한 바 있다. 이런 미사일발사가 통상 북한을 제재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국제회의나 한미 간에 중요행사가 있기 직전에 행해진다는 점에서 공포심을 높이려는 심리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한 주로 심야와 새벽시간대에 이동발사 식 차량을 이용하여 이들 다종의 발사를 자행한다는 것은 기습타격의 공포심 극대화를 위한 심리전술이기도 하다. 전시에는 타격용으로 평시에는 심리전 수단으로 양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함께 한국과 일본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공갈 협박용 무력시위이기도 하다.

3.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이유와 전망: 갈 데까지 갈 것이다.

초창기의 핵무기 연구 개발비용을 제외하더라도 2006년 이후의 3차에 걸친 핵무기 실험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북한이 핵개발에 투입한 비용이 총 65억불(약 6조6,500원)로 추산된다. 현재의 배급량 기준으로 보면 북한 전체 주민의 8년 치 식량구입 비용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비용이 제외되어 있다. 더욱이 미사일 개발발사 실험비용을 고려하면 총비용은 더 증가된다. 한 차례 발사비용이 3억불(약 3,070억 원)이라고 하니, 5차례만 해도 15억불(약 1조 6,500원)이 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주민들을 굶게 죽여가면서도 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보유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미국과 한국 심지어는 가장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고 지원국이며 보호국가인 중국의 반대와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감수하면서도 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고집하는 것일까?

흔히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개발 이유를 정권의 생존(나라와 국민의 생존이 아니라), 대남 대미 협상 카드, 중국의 지원 확보를 위한 위장술 등으로 열거한다. 심지어 좌익 논자들은 미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자주적 방위와 억제전략의 일환으로 주장하기도 하나, 좌익 논자들의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 국가를 부정하거나 북한의 안보를 군사적으로 위협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자유 평화통일을 규정해 놓고 있고, 북한의 유엔가입을 지지했다(1991년). 미국도 재래식 무기든 핵무기든 북한의 안보를 위협할 이유를 갖고 있지 않고 남북한의 평화통일과 화해협력을 지지지원한다. 따라서 북한이 무력으로 한국을 침공하지 않는 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위협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이 점을 잘 알면서도 정권유지 목적상 외부위협을 악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북한은 중국을 붙들어두기 위해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중국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걱정꺼리를 만들어야 중국의 관심을 촉발할 수 있고, 유엔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금지한 행동을 함으로써 중국의 문턱 앞에서 안보상의 긴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의 불장난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이 항시 북한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 측의 일부 논평은 논리적으로 그럴 듯하지만, 사실 확인은 쉽지 않다. 다만 그동안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개발을 거부하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지 않아왔음을 의미한다.

대미협상 카드용은 가장 현실에 가까운 관측이다. 가장 최근(5. 19. 노동신문)에도 북한은 “미국에 떠밀려 핵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안보를 핵무기로 위협하고 정권붕괴를 추구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는 것이며, 자주적 억제와 방위수단 없이는 미국에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전개해 왔다. 사실상 미국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공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령 미국 서부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탄을 실전배치한다 해도, 미국에 맞설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엄청난 보복을 초래할 것이므로 멸망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북한은 절대무기 보유국의 반열에 들어서면 미국과 단독으로 군비통제협상과 주한 미군 철수, 북한의 안전보장 약속 등 포괄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미국에 대등한 지위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한을 소외시켜 미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현실적 가능성이 높은 저의(底意)이다.

다른 중요한 북한의 의도는 절대무기를 나라와 국민의 생존 보다 공산 세습독재정권의 생존수단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북한에게 외부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방법이 절대무기 밖에 없으니, 주민들은 참고 살아야 한다면서 항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국민을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핵무기와 미사일이다. 그리고 남한에 대해서는 한국의 총체적인 재래식 전력을 무용화시키고 대북 억제를 불가능하게 하여, 한국 국민들이 항시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한 술책이다. 이는 북한이 한국 국민 전체를 인질로 삼아 대북 유화세력과 강경세력 간의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한미 간의 이간을 노리는 술수다. 사실상 이 입장은 실제로는 국가를 망하게 하는 길이지만, 북한의 선군지도자들은 모험적 도박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세계의 좌파국가들이 다 그래왔듯이 북한은 멸망 순간까지 가 보자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4. 과거 미국의 평화적 외교적 대북 접근 방법의 실패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평화적・외교적 대화 방법이었으나, 북한과의 단독(양자)회담, 다자회담, 유엔을 통한 국제적 압력행사 등이 북한의 기만과 배신으로 인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이다. 미국은 1991년 가을 남북한 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어기고 있을 때,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지원하고 한반도의 전술핵무기를 일방적으로 철수하면서, 1991년 12월의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2월 19일 발효)을 지지・지원하였다.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채 1년도 넘기기 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고(1989, 1990, 1991년 등 3차례에 걸쳐 비밀리에 플루토늄 추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1993.3.12). 이로써 제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제결의안 등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미국은 대북 강경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북한은 전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의 북한 방문(1994.6.15~18)을 활용하여 미국과 한국에 대한 화해 신호를 보냈다. 김일성 사망 직후 3차례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 대가로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기로 하는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를 도출하였으나(1994.10.21), 결국 북한의 계속적인 합의위반과 트집 때문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북한은 1998년 8월에 중거리 미사일인 대포동1호를 발사하여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을 놀라게 했다.

제2차 핵위기(2002.10)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원심분리 방식) 시인으로 인해 대두되었다. 제네바 합의의 틀 내에서는 우라늄 농축계획을 통제할 길이 없었고, 경수로에서도 플루토늄 추출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에, 결국 국제원자력기구는 우라늄추출을 중단시키려는 대북 결의를 추진하였고(2002.11.19) 대북 중유공급을 중단하였다(2002.11.14). 이에 북한은 우라늄 추출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핵동결을 해제하겠다고 선언했고 드디어 NPT탈퇴를 재차 선언하였으며(2013.1.),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고 영변 원자로 재가동, 미사일발사 등 위협을 고조시켰다. 이에 미국과 한국은 경수로 건설을 중단했다(2003.11.4). 결국 북한과의 합의를 통해서는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하는 핵개발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미국은 제네바합의의 공식명칭(Agreed Framework)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북미관계의 기본 틀을 바꾸어 모든 안보와 외교문제(국교 정상화 등)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 했었다. 그러나 북한과의 단독 협상이 무의미하게 되자 부시 행정부는 지역 내 주요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다자협상을 통해 북핵문제의 해결을 시도 했고, 제1차  6자회담이 2003년 8월 27일 베이징에서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2003년 10월 경수로 건설 중단 한 달 전이다.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에서 “입증이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핵폐기(CVID)”를 요구하자,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하고(2005.2)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의 비핵화를 규정한 ‘9.19공동성명’(2005.9.19)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 및 핵계획 포기, 대북지원과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북한의 테레지원국 해제 등이 포함된 진전된 합의였다. 그렇지만 북한이 9.19합의 이행을 진행하지 않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해산과 경수로 건설 폐지가 결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6자회담에서 ‘2.13합의’(2007.2.)에 도달하였으나, 결국 BDA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문제와 핵실험 등으로 인해 2008년 말 북한 핵무기에 대한 검증합의서 채택에 실패한 이래 아직도 6자회담은 재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북한의 진정한 숨은 의도는 자신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 게임에 불과했던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국제제재도 북한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도 2006년 7월 북한이 스커드, 노동, 대포동2호 등 7발을 연달아 발사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비난하고 모든 미사일 발사계획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 1695호를 통과시켰지만, 10월 9일에는 제1차 핵무기실험을 자행하였고, 이에 유엔은 또다시 결의안 1718호를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는 북한과의 모든 대량파괴무기 관련 물자의 거래 중단 등 포괄적인 경제제재가 포함되었다. 2009년 4월 북한의 통신위성 운반용 로켓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안 1718호 위반이라는 안보리 의장 성명, 2009년 5월 25일의 제2차 핵무기실험에 대한 유엔의 보다 강력한 제재인 결의안 1874호에도 북한은 6자회담을 전면 거부했다.

2009년 북한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고 미국에 신행정부가 출범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불량국가’, 최고 지도자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합의와 위반 협박과 공갈을 반복하는 북한에 대해 정상적인 행동을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그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과 핵무기실험 및 무모한 도발을 멈추게 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대중협력 외교노선을 채택하고 있으나, 괄목할만한 진전은 기대되지 않는다.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 북한의 노골적인 우라늄 추출 계획 공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폭침(2010.3)과 연평도 포격 등 무모한 도발이 이어졌는데도 불구하고 2011년 7월에는 남북  비핵화회담과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두 차례 열렸었고, 2011년 말 김정일 사후에도 2012년 초 북미 간 3차 고위급 회담이 열려 북한의 사전 조치 이행과 30만 톤의 대북 영양식 지원을 포함하는 ‘2.29합의’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2개월 만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4월의 광명성 3호)로 이 합의가 무효가 되어 버렸고, 12월의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와 다음 해의  3차 핵실험(2013.2.12)으로 모든 양자, 다자적 접근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안 2087호(2013.1)나 3차 핵실험 후의 유엔 결의안 2094호(2013.2)도 북한에게는 실효가 없었던 것이다.

5.미국의 새로운 대책: 양자, 다자, 강온 등 복합적 접근 시도

그동안 북한과의 단독회담, 6자회담과 같은 다자적 접근, 유엔의 제재, ‘전략적 인내’ 중 어느 것도 실효성이 없었다. 확고하고 확실성 있는 방안은 없는 것 같다. 좌충우돌하고 합의와 위배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악의 정권,’ ‘불량국가’를 상대로 하는 대책 선택의 딜레마를 벗어날 길은 없는가?

흔히 군사적 대책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 선택이 성공할 수도 있으나, 현시점에서 미국은 이 방안을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 제1차 핵위기 다음해인 1994년 6월 15일 국방장관과 군고위층의 군사조치 건의로 클린턴 대통령의 승인을 받고자 하였으나 전면전 발발 가능성, 막대한 피해와 사상자 발생(55만 이상), 과다한 전쟁 비용(610억불 이상), 심대한 민간인 사상(수백만) 등의 이유로 실행되지 아니하였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의 지전략적 중요성을 중시하고 있고 북한의 붕괴를 방치하지 않으면서 현상유지적 안정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협조할 의향은 없다. 그러므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한없이 인내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년 4월 25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잘 대처해 나갈 것이고, 핵을 가진 북한을 용납하지 아니할 것이다….북한이 취해야 할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국제의무를 준수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앞으로는 과거처럼 ‘전략적으로 인내’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아시아로의 중심축 전환(pivot to Asia)’ 이나 이를 정책적, 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 ‘재균형(Rebalalncing)’정책이 아직 실행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고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새로운 대북접근도 선언적 수준에서 크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동북아의 지전략적 성격 때문에 생기는 중국과의 전략적 조정문제와 북한의 무모함 때문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현실적인 선택은 모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계획 중인 한국중국 일본미국 간의 외교적 협력이 하나의 물꼬를 트기를 기대한다.

한미동맹의 차원에서는 미국이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핵무기 비확산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강온 양면, 양자다자적인 접근과 국제 제재 등 종합적 대책을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양 정상이 합의한 대로 대북 억제력( 확장억제든 직접 억제든)과 억제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미사일방어체제(MD)에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시설과 기지 및 주요 전략 목표를 선제타격(정당한 자위행위임)할 수 있는 한미 연합역량과 연합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국제적 협력을 모으는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인내와 시행착오적 접근은 강경한 경고와 보복 응징태세와 함께 아직은 유효한 대북정책이 될 수 있다. 한국도 이에 주도적으로 동참하여 동맹관계를 공고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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