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결정문을 읽고 무장하자 – 조갑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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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전의 마그나 카르타처럼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를 키우고 지켜주는 무기로 쓰자.

광복 70주년인 2015년엔 종북반역 세력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해묵은 역사전쟁을 최종적으로 마감해야 한다. 헌법정신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과 자유민주적 정체성을 이론의 여지 없이 확정할 천시를 맞았다. 그 여세를 몰아 북한해방을 핵심으로 하는 자유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014년 말 대한민국 세력은 두 개의 법적 문서를 쟁취하였다. 유엔총회의 대북인권 결의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문이다. 유엔 결의에 의하여 북한정권은 국제법정에서 단죄해야 할 반인도범죄 집단, 즉 ‘인류의 적(敵)’으로 규정되었다. 이들을 추종하는 종북정당은 헌법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적(敵)’으로 판정되었다. 이 두 문서는 한반도에서 북한 노동당 정권을 해체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유력한 무기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문 347페이지를 다 읽어보면 9명의 재판관 중 8명은 근 1년간 이 정당이 표방한 진보, 민주, 민족, 자주, 평등, 민중, 통일, 변혁 등의 용어와 결투를 벌였음을 알게 된다. 8명의 의인들은 이들이 내건 구호를 글자 뜻 그대로 믿기를 거부하였다. 그 말들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헤맸다. 그 탐색의 결론이 이 결정문의 핵심을 이룬다. 이들 용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들의 진보는 역사적 평가에서 수구이고, 민주는 사회주의 독재이며, 민중은 ‘계급’이고, 변혁은 자유민주주의 전복 혁명이며, 자주는 반미종북이고, 평등은 불평등이며, 통일은 북한식 사회주의 완성이다.>

편의상 우파나 보수로 불리지만 대한민국 수호 세력이고 자유민주주의 신념가들인 소수의 지성인들이 오랜 세월 ‘수구꼴통’이란 욕을 먹어가면서 주장해왔던 용어의 정의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뒷받침되어 가장 권위 있는 판례에 실리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좌우 이념 대결은 그 본질이 용어싸움이었는데, 헌법재판소의 선고에 의하여 우파가 승리한 것이다. 대한민국파가 논리 싸움에서 북한파에 이긴 것이다.

보충의견을 통하여 통진당 해산 지지 법리를 더 강조한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은 통진당 주도세력과 북한의 각종 전술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없이 그들의 글을 읽고 주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일임을 경고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그들의 가면과 참모습을 혼동하고 오도하는 광장의 중우(衆愚),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 등과 같은, 레닌이 말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하여야 한다.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 경고는, 이념대결에선 적의 용어에 속아넘어가면 체제를 방어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정문은 통진당의 정치적 용어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쳐라. 공산주의자는 법률위반, 거짓말, 속임수, 사실은폐 따위를 예사로 해치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 레닌의 말처럼 용어혼란 전술, 속임수 전술 등을 통하여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을 ‘민주혁명의 과업’으로 바꾸어 말하고 있고, 그들이 말하는 자주·민주·통일이라는 용어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들은 ‘우익 대 좌익’의 싸움을 ‘민족·민주·민중 대 反민족·反민주·反민중’으로, ‘평화 대 전쟁, 통일 대 反통일, 화해 대 분열’로 포장한다. 나아가 그들은 내면화된 신념으로 무장하며, 자신의 깊숙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조직적으로 활동하여 왔다. 폭력적 방법의 사용도 불사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파괴를 기도하였다.>

8인의 재판관들이 결정문의 결론 부분을 쓰면서 용어를 재정의하고 들어간 것은, 이 일이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생각했다는 암시이다. 전염병을 진단할 땐 병균을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먼저 점검해야 하고, 암호를 풀 때는 코드북(codebook)을 이해하여야 한다. 결정문은 통진당 주도세력이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목적과 활동은 북한정권의 대남혁명전략과 전체적으로 같거나 유사하다고 결론 내렸다.

<피고인 주도세력의 강령상 목표는 1차적으로는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피청구인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하게 된 경위 및 과정,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성향이 북한을 추종하고 있는 점,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변혁을 위한 강령적 과제와 순위, 변혁의 주체 및 주권의 소재와 그 범위, 변혁의 대상, 변혁의 전술적 방법, 변혁의 목표, 연방제 통일방안 등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고, 이러한 동일성 내지 유사성은 단편적 또는 부분적 범주를 넘어선 것인 점도 앞서 본 바와 같다.>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피를 흘리지 않고 헌법의 힘으로 반역을 진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안도감에서였다. 지난 30여년간 지속된 한국의 종북좌경화 흐름에 쐐기를 박는 역사적 판결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가능하게 할 힘과 논리를 갖춘 문서(결정문)를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국체 수호의 무기인 셈이다. 모든 무기가 다 그렇듯이 갈고 닦고 써야 진실, 정의, 자유를 지키는 데 소용이 된다.

2004년 6월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민노당 해산을 정부에 청원할 때, 약간의 아이디어를 보탠 바 있는 필자로선, 10년 만에 그 꿈이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800년 전 6월15일 잉글랜드에서 선포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법치주의와 의회민주주의의 모태가 되었듯이 이 결정문이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강하게 하는 데 마그나 카르타와 비슷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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