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우호와 한미동맹이야말로 통일 실현의 지름길 – 김종구

20110124195758500

김 종 구
경남뉴스통신 논설고문
전 국방홍보원장

1세기 이상 이어져온 한미관계사에 한 획을 그을 뻔한 아슬아슬한(?) 사건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지난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의장 홍사덕) 주최 세종문화회관 조찬행사에서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은 지난 60년 한미동맹사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유감스런 사건이다.

이 사건을 ‘피습’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테러’로 볼 것인가 에 대해서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논의가 한창이지만 성격 규정에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국위(國威)를 깎고 국격(國格)’을 떨어뜨린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임엔 틀림이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러(Terror)’란 ‘어떤 이념이나 목적을 갖고 대중에게 지속적인 위협이나 공포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불법적 폭력행위’ 정도로 정의될 수가 있다.

수사를 지휘 중인 검찰 관계자도 “테러는 법적으로 저명인사나 외교관 등에 대해 납치, 암살 기타 범죄를 저지르는 국제범법 행위를 지칭하는 말로, 특정한 이념을 갖고 행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특히 김씨가 한미연합훈련을 가리켜 ‘전쟁 훈련’이라고 규정하고 이의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8차례나 방북한 이력이 있다는 점 등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범인의 이날 칼부림이 명백히 ‘테러’에 해당하느냐에 대해 아직은 단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국가안위’와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게 이번 사건의 미묘한 성격이다.

현재 범인 김기종(55)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으므로 범행 배경과 동기 등 전모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경위야 어쨌건 일국의 대사-그것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동맹국 대사에게 불의의 상해를 입힌 사건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당혹스러워 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협회 차원에서 동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엄정·면밀한 대처 및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지난 8일 발표했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에 뒤이어 뉴스1 등 일부 통신사와 언론이 본 회 성명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휴일까지 낀 와중에 그나마 존재증명(?)을 할 수 있는 발 빠른 대응을 했다니 퍽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비록 민간 차원이긴 하지만, 1백 30년 양국 교류사의 한 결실이자 60년 한미 동맹사의 모범적인 이정표라 할 우리 협회는 또 절대다수 선량한 국민의 뜻과 달리 초래된 이번 사태를 개탄하면서 한국을 사랑하는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뜻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우리 국민들이 특별한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면서 양국 간 우호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미 양국 조야(朝野)와 언론, 시민사회 곳곳에서 우리의 성명 내용과 대동소이한 ‘절제’와 ‘우호 재확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사건은 바야흐로 위기 국면(?)을 넘기고 있는 느낌이다.

범인 김기종은 약 20년 전부터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란 단체를 만들어 운영해온 자로서, 최근에는 ‘독도지킴이’라는 이름까지 덧붙여 반일 혹은 반미에 가까운(?) 통일운동을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전통 명문고 출신에 서울의 명문 사립대 법학과까지 졸업한 그가 어떤 경위로 이런 성향과 노선을 갖게 됐는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하고 다녔는지, 누구와 어울리고 무엇으로 생활을 영위했는지 등등을 소상히 아는 사람은 현재로선 많지 않아 보인다. 아니, 있다고 해도 당분간은 나서지 않을 터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불과 6개월 동안 무려 8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무렵엔 독도를 본적지로 하고 있는 사람들 일부를 모아 ‘독도지킴이’란 단체를 결성, 나름 주도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최근 ‘불법 활동’으로 헌재의 ‘해산’ 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행사와 재야단체 모임 등에 수시로 참석해온 인물이다.

민주사회에서 어떠한 정당이나 단체의 집회에 참석한 사실 자체만 갖고 나무라는 건 적절치 않으며 ‘독도지킴이’란 단체가 일부 반일적인 행위를 했다고 해서 이를 ‘반미’ 혹은 ‘친북’과 결부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반일은 할 수도 있고, 애국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때도 있다.) ‘방북’ 자체도-횟수가 지나치게 잦긴 했지만-당시 정부의 합법적 승인 하에 갔으리라고 본다면, 그 자체만 갖고 ‘종북’ 운운하는 것도 다소 무리한 ‘낙인찍기’로 보인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민주 헌법을 가진 엄연한 법치국가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타인에 대한 위해(危害)나 ‘테러’를 통해 국가·사회의 안녕·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했다면 마땅히 법에 따라 처벌받고 단죄되어야만 할 것이다. 범인은 현행범으로 이미 그러한 ‘반사회적 행위’를 저질렀기에 형법에 따른 처벌이 불가피하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으로 처리될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외교사절과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이 “매우 건강하고 또 현실적”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에 이른바 ‘사이코(정신·심리적 이상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속된 표현이지만, 아침·저녁 지하철 출·퇴근 때만 해도 적지 않은 ‘사이코’들을 목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떤 연유에서든 상처입은 사람들,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오늘도 하염없이 중얼거리거나 갖은 욕설을 해대며 지하철 안팎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철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혹은 왜곡되고 편벽된 주관적 신념만 갖고 온갖 무리한 언동을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은 게 숨김없는 우리네 현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왜 이 같은 ‘사이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가? 원로 정신신경과 의사인 백상창 박사(사회병리연구소장. 한국정신분석정치학회장)는 이 모든 문제가 ‘망국’과 ‘분단’ 그리고 ‘전쟁’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강요당한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이 한국 사회에 크나큰 상흔을 남겼으며, 이는 반세기를 훌쩍 넘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치유될 수 없는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갈등’이란 오늘날의 ‘이념 대립’과 직결된 것이며, ‘분열’이란 바로 한국 사회의 저변에 만연해 있는 집단적이고 정신분열적인 이상(異常) 행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의사이자 학자로서의 순수한 학술적 진단이다.

공격이 ‘테러’이든 아니든 간에, 범인 김기종의 이번 美대사에 대한 칼부림 ‘망동(妄動)’은 분단의 토대 위에 대결 일변도로만 치닫는 남북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 주면서 우리 속에 도사린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김기종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분노(?)는 온당한 것일까?! 아마도 그의 머리 속에 깊숙이 똬리를 틀었을 성싶은 이념과 사상의 실체는 어떤 것일까?! 과연 그는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 혹은 커다란 정치·사회적 파장 등을 충분히 계산하고 ‘공격’을 감행했을까?! 과연 그는 5천만 우리 국민의 조국이자 자신의 조국이기도 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기에 합당한 역사관과 긍지를 가진 사람일까?!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생각과 견해와 이념만이 ‘애국의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일까?! 또 자신과 같은 행위가 과연 우리 조국을 궁극적으로 통일시키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일까?!…“광기 어린 종북주의자”라고 그를 비난하든 안 하든 간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연원을 국민 각자가 깊이 성찰해볼 필요는 있다고 보여 진다.

결론적으로, 이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는 한미는 물론이고 남북 관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힌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인은 “전쟁 훈련 대신 남북대화를 하라”며 칼을 휘둘렀지만 오히려 합리적 대화 지지파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24’ 조치의 기조를 흔들지 않으면서 그나마 부분적인 대화를 모색 중이던 현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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