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동북아와 한국의 전략 – 이 춘 근

격동의 동북아와 한국의 전략

이 춘 근
국제정치학 박사
본지 편집위원

– 아시아의 바다와 하늘을 덮고 있는 전쟁의 먹구름

오늘의 아시아를 분석하는 국제정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아시아의 21세기가 유럽의 20세기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20세기의 유럽이라면  인류 역사의 최대의 전쟁을 두 번이나 치렀던 최악의 시대를 의미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20세기 초반 독일의 부상에 비유하며 독일의 부상은 두 차례 대전을 초래 했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있다. 작금 동아시아에 나타나고 있는 국제 정치의 모습을 보면 이 같은 분석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은 섬이라고 말하기조차 부적당한 남지나해의 아주 작은 산호초, 혹은 바위 수준에 불과한 해수면위의 작은 땅들에서 이들을 섬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으며 그곳에 활주로 등 군사시설을 건설하느라 분주하다. 그 섬들과 바다가 중국의 영해와 영토라면 문제가 될 바 없다. 그러나 중국이 군사시설을 건조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 지역이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자신의 영토 혹은 관할권을 주장하는 분쟁지역이라는 사실은 심각하다.

미국의 해군기들은 이미 중국의 군사시설 건설현장 상공을 정찰 비행하고 있으며 중국군은 분노한 목소리로 미국정찰기를 향해 나가라고 고함치고 있는 중이다.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에게 군사시설 건설공사를 당장 그리고 영구히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군부대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전쟁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물론, 중국과 영토분규를 벌이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도 중국과의 군사 분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양국 간 분쟁 (bilateral confrontation)에 중국이 한편 당사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태도가 대단히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증거한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 남지나해 거의 전부를 중국의 관할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주장한 소위 남해 9단선 이라는 것을 선포했고, 중국이 선포한 바에 의하면 남지나해의 모든 섬들은 다 중국의 영토가 될 것이다. 아래의 지도를 본 누구도 알 수 있지만 국제법적으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중국은 남지나해와 연해 있는 모든 나라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영토분쟁에서 우위를 장악하기 위해 작은 모래섬들을 우격다짐 식으로 확장, 군사시설을 건조하고 있는 중이다.

* 중국의 남해 구단선(Nine dash line)

* 중국의 남해 구단선(Nine dash line)

* 중국이 남지나해 여러 섬들을 확장하고 있으며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 우리는 다음의 사진처럼 소련의 폭격기 바로 옆을 날면서 감시비행을 하고 있는 미국 전투기들의 사진을 본적이 많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들은 냉전시대의 일상적인 모습이었지만, 우발적인 충돌은 야기되지 않았고, 미소 냉전은 대 전쟁으로 비화되지도 않은 채 평화적으로 종료되었다. 사실 미국과 소련 두 나라는 전쟁을 회피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했고 의도하지 않았던 우발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 상호 핫라인(hot line) 설치 등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기도 했었다.

* 소련의 폭격기를 추적하는 미국의 전투기, 냉전 당시의 이 같은 모습이 중국과 미국사이에서 재현될 조짐이 크다.

미국과 소련이 전쟁 없이 냉전을 종식한 것은 두 나라 모두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냉전 당시 중국의 마오 제 동(毛澤東) 주석은 전면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 사람들 중 1억은 살아남을 것이고 1억이 살아남은 중국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역대 중국 주석 중 마오 제 동을 가장 닮았다는 시진핑 주석은 지금 같은 긴장 상황에서 군인들에게 전쟁을 잘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우리나라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과 이로 인한 일본의 우경화, 보통국가화 현상이 중국의 공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년도 중국 국방백서가 공격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미국과 일본의 행태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잘못된 분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정치에서 어느 나라의 행동이 독립변수(혹은 원인)인지 또는 어느 나라의 행동이 종속변수(혹은 결과)인지를 분명히 밝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라도 한편은 옳고 다른 한편은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인데 우리나라 언론들 중에는 마치 미국과 일본 때문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듯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오히려 거꾸로 말해야 옳다고 보는 편이다.

우선 1978년대 이후 중국은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강대국화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을 소련 공산주의 세력에서 떼어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사실상 전략적 동반자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이 같은 국제정치 변화에 힘입은 미국은 1990년 소련을 붕괴 시키고 냉전의 승자가 되었다. 1990년 소련의 붕괴 및 냉전 종식이후 중국은 갑자기 국방비를 증강시키기 시작했다. 1989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의 국방비는 무려 15배 정도 늘어났으며 중국의 국방비 증가비율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10년, 즉 약 20년 동안 연 평균 16%에 이르는 것으로서 같은 기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었다. 아래의 도표는 1989년 이래 2012까지 중국의 국방비 증가를 중국이 발표한 자료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2013, 2014년에도 중국의 국방비는 계속 10% 이상씩 성장했다. 아베 수상 출현 이후 우리는 일본을 우경화 한다고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지만 2013년과 2014년 일본의 국방비 증가는 각각 0.8%, 2.8% 였다. 2000년 초반 10년 동안 일본의 국방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 두 나라 중 어떤 나라가 더 군사적이고 더욱 공격적인가?

* 중국의 국방비 증강 도표

미국은 중국의 국방비 증강에 이의를 제기했고 특히 중국의 국방비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은 중국의 국방비를 중국이 발표한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세계는 중국을 두려움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고 경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시아에 보다 많은 군사력을 전개시키기로 했으며 일본에게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마침 국가의 회복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었던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아주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지켜야 할 것이 많아졌다고 말이다. 그렇다 해도 국방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두 배가 된다는 것은 문제다. 그리고 이웃의 작은 나라들인 필리핀, 베트남을 향한 작금 중국의 태도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은 아니다. 물론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이 같은 국제정치 과정을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당연한 것’ 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려하는 것은 그것이 중국의 경제와 이익에 가장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이 같은 일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역시 미국이 패권국으로 남는 것이 미국의 발전과 안전을 위해 가장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합리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결국 두 나라를 갈등과 경쟁의 관계로 몰아갈 것이며 그래서 그는 자신의 유명한 저서의 제목을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이라고 붙인 것이다. 국제정치는 비극적이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결과 지킬 것이 많아졌다고 생각,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시켰다. 중국의 군사력이 급격히 증강된 것을 본 미국은 이를 막아야겠다며 아시아로 달려오고 있으며 기왕의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처하고자 한다. 그동안 경제침체로 인해 기가 죽어있었던 일본은 우파인 아베신조를 다시 총리로 선출했다. 총리에 재선된 후 일본의 국방비가 중국의 1/3 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에 경악한 아베는 우파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요구와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필리핀, 호주, 인도, 베트남 등도 역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두려워 미국의 아시아 회기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21세기의 아시아가 20세기 초반의 유럽과 닮았다는 말이 역사를 과장하거나 왜곡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점차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전략

아시아의 바다와 하늘에 전쟁의 먹구름이 휩싸이고 있다는 불길한 환경에서 한국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에서 맞붙는 것이 결코 남의 집 불구경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애통함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 판 벌일지도 모른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100여 년 전 조선이 망할 때와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조선은 하나였지만 지금 한반도는 두 나라로 분단되어 있다. 더욱이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인 생존문제 조차 스스로의 힘으로 확보하지 못한 처지다. 한미동맹마저 없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처지는 100년 전 보다 오히려 훨씬 못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력이 엄청나게 증강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도, 일본도, 그리고 미국의 국력도 엄청나게 증강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에서 차지하는 ‘국제적 서열’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국제적인 서열을 pecking order 즉 ‘모이 쪼아 먹는 순서’ 라고 표현할 정도다. 현재 동북아의 4강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모이 쪼아 먹는 순서는 100년 전과 같다. 그런데 우리와 북한 중 누가 앞설까? 이런 질문에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 하고 있는 게 우리 처지가 아닌가? 종합국력 상 북한의 30배가 넘는 힘을 가진 대한민국이 오히려 북한에게 쩔쩔매고 있는 ‘국제정치의 비정상’ 은 결국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가? 이 같은 잘못이 광정(匡正) 되지 않는 한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거센 파도에서 난파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작금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반성해 봄으로써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찾아보자. 우선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이 한미 동맹을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최대의 안전장치로 본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의 행동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줄도 모르고 아무 말이나 막 했고 또한 아무렇게나 행동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요즘 항상 하는 말 “중국과 미국이 다투는 데 우리가 ‘끼어’ 있어서 피곤하다”는 말은 한미동맹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이 누구와 다투면 미국을 편들어야 할 의무가 없다. 마찬가지로 누가 우리나라를 못살게 굴면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어야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 없이 ‘끼어 있다’ 고 말하는 것은 미국을 모욕하는 일이며 중국을 속이는 일이다.

우리가 진정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을 지지하기 거북하고 미중 갈등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면, 우선 미국과의 동맹을 종료시켜야만 한다. 그러지 않은 채 지금처럼 ‘말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그렇게 말하는 게 무척 서운할 것이고, 중국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한 채  중립인척 하는 한국이 얄미울 것이다.

우리가 생각 없이 말하는 ‘미중 등거리 외교’, 미국과 중국이 다툴 경우 우리는 ‘균형자’ 가 되리라는 발상 등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이 한미동맹의 종결을 원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아무 때나 끝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미동맹 6조는 ‘일방의 통보에 의해 1년 후 자동 종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2004년 미국군이 아시아에 주둔하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그런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은 미국이 동맹을 지속해야 할 나라에서 제외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에서 ‘한국을 빼고’ 하자는 말들을 하고 있다.

에너지 혁명으로 21세기에도 패권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국력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미국은 요즈음 국가 대 전략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미국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안보를 책임질 필요가 없으며, 아주 심각한 이익이 되지 않는 한 국제개입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언 브레머 (Ian Bremer)는 한동안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한 미국은 이제 다시 고립주의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uperpower: Three Choices for America’s Role in the World, 2015년 5월 간행) 미국 패권의 장기적 지속을 확신하는 피터 제이한(Peter Zeihan)은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의 DMZ를 지켜주느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The Accidental Superpower: The Next Generation of American Preeminence and the Coming Global Disorder, 2014년 11월 간행) 미국이 너무나 막강해져서 중국이 아시아 패권국이 되던 말 던 상관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을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급격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반일(反日)적인 태도도 심각한 문제다. 연중제일(聯中制日) 즉 중국과 힘을 합쳐 일본을 제압해야 한다는 언론들도 있었다.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을 제압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아닌 중국과 연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황당한 언급의 전략적 의미를 알고 한 말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은 결국 ‘한미동맹’을 망가트리자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작금의 도를 넘는 반일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반일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결국 한미 관계를 파탄 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일본은 이 같은 상황이 확대 재생산 되기를 원한다. 특히 일본은 한국이 중국 편에 되는 것도 전혀 나쁠 바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은 미국이 믿고 의지해야 할 아시아 유일의 보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와 안보정책은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된다. 냉혹한 국가이익이 작동하는 영역이다. 감정이 아니라면 어떻게 일본은 지금처럼 심각한 적이 되고 어떻게 중국은 지금처럼 갑작스레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이처럼 왜곡된 한국의 국제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일본과의 관계를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 일본을 적으로 돌린 채 통일도 안보도 이야기하기 힘들다. 우리는 일본군이 한반도 전투에 개입할 것을 염려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일본이 자국의 기지 사용을 거부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일본을 밖에 나가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미국에 엮어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외교 책임자가 한미관계가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고 말하며 미국 국무장관과 몇 시간씩 통화하는 사이임을 과시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관계가 그렇게 좋다면 왜 몇 시간씩 얘기해야 하는지 국민들은 정말 궁금한 것이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최고의 동맹관계로 격상시켜야 한다. 그것이 한중관계의 약화를 의미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안보가 경제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흥미가 줄어드는 미국을 한반도에 붙들어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원하는 바를 일정부분 들어주어야 한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미국이 원하는 것은 ‘그런 부탁한 적도 없다’ 는 투로 말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를 염려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길게 인용함으로써 결론을 맺고자 한다.

“한·중 수교가 만 23년을 맞았다. 대(對)중국 교역량은 미국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한·중 관계 비중을 한·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6년 5개월을 주중대사를 지낸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은: “진부한 얘기 같은데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다. 지구상 어떤 나라도 미국을 대신할 수 없다. 앞으로 상당 기간 변함이 없을 거다. 중국과 일본으로서도 제일 중요한 나라가 미국이다. 우리 내부에서 자꾸 한·중 관계를 말하는데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 관계도 오래됐고 문화적 공유점도 많지만 이념 등 다른 점이 아직 많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은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고 어떤 경우에도 중립을 지키려 한다. 한·중 관계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 답했다. (2015.03.14 조선일보)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강성학 교수는: “우리는 중국의 전략적 행위에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통일을 위해서도 동맹국 미국의 대체국이 될 수 없다. 세계 외교사에서 빛나는 최고의 전략가 비스마르크는 5대 강대국 사이에선 항상 ‘3의 모임’에 속하는 것이 낫다고 충언했다. 한국의 미래는 나 홀로 야망에 들뜬 중국이 아니라 유럽 및 일본과 동맹을 맺어 ‘3’을 이루는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토대 위에서 한국의 모든 대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외교 전략이 군사적 동맹의 국가 방위 전략과 크게 엇나간다면 단순한 외교적 실수가 아니라 자멸(自滅)의 길을 택하는 셈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2014.12.3.)

최근 간행된 동아시아 국제정치사 관련 탁월한 저서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서울: 메디치 2015) 13페이지에서 김시덕 박사는 “현재 한반도의 독립과 번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국가를 굳이 들자면,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 고 역사적, 국제정치학적, 지정학적으로 정확한 언급을 하고 있다. 모두 우리가 올바른 국가 대전략 수립을 위해서 진정 유념해야 할 경고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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