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미·북 정상회담, 그 후와 한미동맹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전 주 파키스탄 대사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전면 해제에 대한 미·북의 입장 충돌과 한국의 선도

2019년 2월 27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북한 핵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이견(異見)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만으로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미국은 영변 핵 시설 외에 은닉된 우라늄 농축시설 등 다른 핵 시설 폐기를 북한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전면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17년 채택된 5건으로서, 민수(民需)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자 안보리가 채택한 5개의 제재 결의는 한정적 제재가 아니라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철과 수입 품목인 석유를 봉쇄하는 포괄적 제재로서 대북제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제재라고 분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회담 개최 전부터 합의서 채택이 어려운 요인들을 안고 시작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합의, 발표한「2018. 4. 27 판문점선언」,「2018. 9. 19 평양선언」과「2018. 6. 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김정은 선대의 유훈이라고 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주한 미군을 포함한 북한이 생각하는 모든 군사적 위협의 제거와 북한 체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하기 때문에 북한은「2018. 6. 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제1항에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제2항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제3항에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순으로 합의했다.

이와 같이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기존 해석과 다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2018. 4. 27 판문점선언」을 합의할 때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을 분명히 하지 않고 그 이후 회담들에서 북한 핵 폐기를 분명히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개념 충돌을 선도한 책임이 있다.

NPT와 IAEA 체제의 일반적 핵 폐기 절차는 핵무기·물질·시설 리스트 신고-사찰을 통한 검증-불능화-폐기 순의 로드맵으로 진행되지만, 북한은 그런 방식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하여 ‘강도적 비핵화 요구’라고 일축하고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를 요구해 왔다. 한국은「2018. 9. 19 평양선언」에서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가 하에 영구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을 합의하여 NPT와 IAEA 체제의 일반적 핵 폐기 로드맵을 반대하는 북한에 동조했다. 게다가 원심분리기를 통해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시설과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 폐기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9. 19 평양선언」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톱다운방식의 정상회담 한계와 앞으로의 전망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실무급에서의 사전 조율 없이 정상 간의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다시 보여주었다. 정상회담 전 실무협의에 참가한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을 것을 기대하고 양보할 의향이 없었으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상대방이 굽힐 것으로 기대하고 회담 개최에 적극적이었다. 실무자에게 의존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과 1차 정상회담 후 후속 협의에 대한 김정은의 과도한 기대로 제2차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영변 이외의 은익 핵시설 폐쇄와 2016년 이후 제재 결의 해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성공에 비추어 정상회담에서 양측 입장 차이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제1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의거한대로 미국이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순으로 합의해 주고 한미합동훈련까지 중지하는 등 쉽게 많이 양보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속이기 쉬운 상대방으로 착각하였을 것이다. 260일 만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7일 만찬 모두 발언에서 2차 회담도 첫 번째와 같은 성공, 또는 더 큰 성공을 기대한다고 하면서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과 위대한 지도자 아래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고대하며 미국도 그 부분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김정은은 크게 고무되어 모두가 반기는 휼륭한 결과를 확신한다는 덕담으로 답했다.

김정은이 2차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하여 더 크게 기대한 것은 스티브 비건-김혁철 실무대표 간에 마련된 합의문 초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명만 남았던 것이라고 한 초안은 2월 27일 미국 언론사 VOX(NBC 계열 언론사)가 국무부의 정통 소식통을 인용, 보도하였지만 김정은은 그 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 실무대표 간에 합의된 초안의 내용, 즉 ①미·북의 상징적 종전 선언, ② 한국전 참전 미국 전사자 유해 추가 송환, ③ 연락사무소 개설, ④북한은 영변 핵물질 생산 중단, 미국은 남북경협이 진행되도록 일부 유엔대북제재 해제는 제1차 정상회담의 공동성명만큼 흡족한 것으로서, 어디를 보더라도 북한 핵 무기와 시설 일체를 신고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NPT와 IAEA의 일반적 핵 폐기 절차 조항이 없었다.

김정은이 볼 때 정상회담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치부를 폭로하는 미 하원 청문회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 돌파를 위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지 않고 실무대표 간 협의에 마련된 초안에 서명할 것으로 자신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저서 ‘거래의 가술 (The Art Of the Deal)’에서 쓴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는 다음의 보다 나은 거래를 위해 나쁜 합의보다는 아무 것도 합의를 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하노이 제2차 정상회담에서 실무대표가 마련한 초안 서명에 실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일 귀국 후 “우리는 김정은과 매우 실질적인 협상을 가졌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들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을 안다. 관계는 매우 좋다. 무엇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고 북한 측도 미국을 향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귀로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를 부탁했으며 3월 2일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전화 통화를 통해 올해부터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하지 않고 대신 새로운 이름과 함께 훈련규모도 조정 시행해 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남북 당국 간 대화 노력에 더하여 군사적으로 확실하게 뒷받침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실무대표 간의 물밑 대화로 대화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게 보인다.

전면 북한 핵 폐기가 아닌 선에서 미·북 회담 종결 경우 한미 동맹 향방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결기를 보여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의 러시아 개입 공모 스캔들 수사, 대통령선거 부정을 추궁하는 민주당의 하원 청문회, 멕시코 장벽 예산문제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대한 상원의 공화당 지지자 이탈 등으로 국내 정국에서 어려운 입지에 놓여 있다. 앞으로 있을 실무대표 간의 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전면 핵 폐기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핵을 폐기할 의도가 없는 북한을 상대로 2017년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폐기의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형태로든 핵을 인정받고자 하는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실무대표 간 협의에서 마련한 초안에 더한 것도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일단 핵시설 신고를 하지 않고 「9. 19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에 더 하여 추가 핵실험과 미국 본토에 대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미국은 상응조치로 북한이 원하는 현재 보유 핵무기 인정, 종전선언과 인도적 내지 경제지원을 합의한 다음에 완전한 비핵화로 간다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을 합의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현재 보유 핵무기를 인정하는 이러한 ‘스몰 딜’은 북한 핵무기의 전면 폐기로 갈 가능성이 없고 미국을 고립시키면서 아시아 주둔 미군과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ICBM 발사 제거와 북한 핵 동결을 교환하는 협상을 진행한다면 이제 한국 국민은 북한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도래하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여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대응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위대한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고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

첫째,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국가를 대표하고 그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한다면 곧 있을 미·북한 간 중재활동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해 온대로 북한 측 입장에 설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전면 폐기하고 평화와 공영을 위하여 함께 나아가자고 김정은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둘째, 당연히 한국 스스로 북한 핵을 억지할 힘을 키우고, 북한 핵 대응 위주의 한미연합방위체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미국 양해 하의 한국의 독자 핵 무장을 미국에 요청하여 한미방위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2016년 7월 샤드 (THADD, 고고도 미사일 체계) 배치에 대한 국내 여론의 분열에 비추어 전술핵 재배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양해 하 독자 핵무장도 미국의 비확산정책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핵을 인정하는 절박한 안보위기 상황이 되면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국이 비용을 중요시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분담금 증액에 적극 응하면서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미국 양해 하 조건부 핵무장 (북한이 핵 폐기를 하면 한국도 핵무장을 중단)이 경비가 적게 들고 북한 핵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논리로 설득할 경우 호응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라도 이루어진다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후 이승만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1971년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하여 창설한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사령부에 이은 세 번째 한미군사동맹 강화 대책으로서, 위기의 고비마다 기회를 만든 전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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