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연습은 대한민국 방위의 핵심!

이서영
전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예비역 육군소장

1. 서 언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의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영변핵시설 해체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제재의 전면적 해제를 요구해 왔으며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결렬이유를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본심이 노출됐다. 김정은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수십 개의 핵무기와 핵물질, 북한의 여러 곳에 산재된 핵시설 중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영변핵시설에 대한 폐기만을 내걸고 대북제제의 전면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한미가 추구하는 북한의 핵무기·핵물질·핵시설에 대한 완전 폐기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정상회담 후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정상회담 직후의 기자회견에서도 한미연합연습에 많은 비용이 든다며 연합연습 중단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미북 간에 북한 비핵화 협상이 계속되는 한 대규모 한미연합연습은 중단 및 축소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한국방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한미연합연습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 한미연합방위태세가 약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취약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다.

2. 미북정상회담과 한미연합연습 중단 및 축소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전에 미국의 안보라인에서도 제대로 협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한미연합연습 중단 발표 후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펜타곤의 미군장성들도 매우 당황해 했다. 이는 우리 국방부와도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 후 한미 간 협의를 거쳐 작년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연습도 중단됐다. 아울러 한미연합 대규모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와 한미연합 해병대훈련인 케이멥(KMEP)훈련 등도 줄줄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또한 최근 2차 미북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연습 소요비용 등을 거론하며 한미연합연습 중단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미 국방장관은 3월 2일 전화통화를 갖고 연례적으로 실시해오던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연습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축소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러한 결정이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3. 팀스피리트연습 중단 사례

북한은 지난 수십 년 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집요하게 주장해왔다. 1970년대부터 한미 간에 실시해온 대표적인 한미연합연습으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팀 스피리트(Team Sprit)연습이 있었다. 1990년대 초 북핵위기 시에도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다는 전제하에 한미는 팀스피리트연습을 일시 중단했고, 만약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재개하면 팀스피리트연습도 재개하는 것으로 미북 간에 합의했었다. 그 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했으나, 1994년 이후 팀스피리트 연습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필자가 전방 대대장 시절인 1993년에 참가했던 것이 마지막 팀스피리트 연습이 되고 말았다.

4. 한미연합방위체제는 대한민국 방위의 근간

대한민국 방위의 근간은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미연합방위체제이다. 이를 위해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두고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해왔다. 현재 한국에는 28,500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우리 군은 주한미군 전력 및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증원 전력과 함께 다양한 연합연습을 실시하며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해왔다.
한미연합지휘소연습인 키 리졸브(KR : Key Resolve)연습, 야외기동연습인 폴 이글(FE : Foal Eagle)연습, 한미연합지휘소연습과 유사시 우리 정부의 비상대비절차연습을 통합해서 실시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 Ulchi Freedom Guardian)연습 등은 오랫동안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이 외에도 한미 육·해·공군·해병대 간에 크고 작은 규모의 연합연습 및 훈련을 연중 지속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한미연합 방위역량을 제고시켜 왔던 것이다.

5.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재래식 군사능력은 감소됐는가?

북한은 지난 20여 년 간 집중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 왔고, 6회에 걸친 핵실험과 김정은 집권이후 수없는 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한국에 대한 심대한 위협은 물론, 우방국인 일본과 동맹국인 미국의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군이 한국을 위협하는 수단은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는 핵무기와 1,000여 발의 탄도미사일, 소량으로도 우리 군과 국민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 있는 화생무기를 수천톤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만 명의 특수전병력, 70여척의 잠수함 등 비대칭전력, 그리고 현역 병력만 128만 명과 762만 명의 예비전력을 포함한 재래식전력 등 전력규모나 위협의 정도 면에서 가히 엄청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20여 년간 노력해온 한미는 작년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는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년간 남북정상회담이 3회 열려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발표했고, 미북정상회담도 2회 열려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됐으나, 최근 2차 미북정상회담은 결렬됐다. 아울러 김정은 집권 이후 6년여 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북중정상회담도 지난 1년간 4차례나 열려 북중동맹관계가 보다 긴밀해졌다.

이러한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말했으나, 실제로 지난 15개월 동안 북한이 취한 행동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IAEA나 국제사회의 검증 없이 풍계리핵실험장을 북한 자체적으로 폭파한 것뿐이다. 아울러 북한은 상응 조건 하에서 영변핵시설 폐기와 동창리미사일시험장 폐기도 내걸었으나 실제로 이루어 진 것은 없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IAEA 및 국제사회에 의한 철저한 검증-폐기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 신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이다. 언제까지 어떠한 절차를 거쳐 폐기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 과연 북한의 핵 능력은 감소되었는가? 아니다.

필자는 지난 1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RAND연구소를 방문하여 북핵문제 및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와 북한 비핵화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베넷 박사는 “북한은 현재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핵무기와 미사일 생산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미사일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숫자가 증가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6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무기의 위력을 계속 증가시켜왔으므로 그 위력의 증가가 한국과 미국에게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이 같은 핵무기 한 개를 생산하더라도 100KT급 핵무기 한 개를 증가시키면, 10KT급 10개 이상을 증가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은 감소했는가? 물론 아니다. 수천 톤의 화생무기를 포함한 북한군의 대량살상무기, 20만 명에 달하는 특수전부대, 70여척의 잠수함전력 등 비대칭전력과 북한군의 재래식전력의 능력 및 위협은 감소되거나 변한 것이 없다. 우리의 군사훈련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부르짖는 북한은 예년에 실시하던 동계훈련을 금년 겨울에도 그대로 실시하고 있다.

6. 북한과 중국이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요구하는 이유

그동안 북한은 한미연합연습이 북침훈련이고 북한체제의 안전을 위협하므로 이를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이러한 이유는 타당하지 않다. 필자는 영관장교시절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연합연습을 기획하는 일을 오랫동안 했었다. 단언컨대 한미연합연습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한미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나 연합연습을 계획하는 과정 어디에도 우리 군이나 미군이 먼저 북한을 공격하려는 의도나 계획은 없다. 한미연합작전계획과 연합연습은 북한이 먼저 도발하거나 한국을 침공했을 경우,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북한이 남침을 안했는데 북한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의도나 계획도 없다.

그러면 왜 북한은 한미연합연습을 무력화시키려하는가? 한미연합방위태세가 굳건하면 북한은 한국에 대한 남침공격이나 북한정권의 최종목표인 적화통일을 이루기 어렵다. 왜냐하면 한미연합작전체제 하에서는 북한이 남침공격을 해도 한미연합군에 의해서 격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승산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한미연합연습을 중단시키는 것이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무력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 간에 항상 의견이 일치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미연합연습 중단이다.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도 미군전력이 동북아 지역에서 훈련하고 운용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연합연습시나리오에 중국에 대한 한미연합군의 어떠한 위협이나 공세적 행동도 없다. 그런데도 중국은 갖은 이유를 들어 연합연습을 저지하려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우리의 국가방위를 위한 동맹 간의 정당한 훈련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7. 한미연합훈련을 안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나?

훈련을 안 하는데 강한 부대는 지구상에 없다. 한미연합연습과 훈련도 마찬가지다.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국가방위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 군은 반드시 한미연합연습을 강화해야만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주한미군 장병들은 대부분은 1년간 근무하고 한국을 떠난다. 근래에는 9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는 부대도 늘었다. 그런데 1년 동안 한국군과 미군이 연합훈련을 안하면 주한미군장병들이 한국군과 함께 훈련할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한국군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한미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우리 군 장교들의 보직이 1~2년 단위로 바뀌는데 그 기간에 연합훈련을 안하면 작전계획에 기초한 한미연합작전수행을 못해보고 보직을 마치게 된다.
아울러 한미연합연습 시에는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미군장병들과 장비의 전개 절차훈련도 실시한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 이런 기회가 사라지거나 적어진다. 미군 육·해·공군·해병대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전개하여 유사시에 한미가 함께 수행해야 할 임무를 제대로 훈련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육·해·공군 간의 합동작전도 어려운 면이 많이 있는데, 하물며 작전교리 및 장비,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미군과 평시에 함께 훈련을 하지 않고서 유사시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미 군 수뇌부 및 주요직위자들 간에 작전계획을 시행하고 전략과 작전에 관한 공감대를 구축하고 효율적인 작전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연합연습을 중단 및 축소하면 그런 기회가 없어지거나 감소되며 이는 우리 안보에 매우 심각한 취약요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한미군사지도자들은 이러한 안보적 취약요인을 극복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 및 작전수행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8. 결 언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군대가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군대가 존재하는 한 훈련은 필수적이며, 그 군대는 강력한 군대여야만 국가방위라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강한 군대는 강력한 훈련을 통해서만 육성된다. 훈련을 하지 않거나 게을리 한 부대가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가 없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준다. 이는 한미연합군에게도 적용된다.

우리 군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한미연합작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과 어깨를 맞대고(Shoulder To Shoulder) 훈련하며 첨단장비와 무기체계, 최신교리에 입각한 전술전기를 연마하고 연합작전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시키면, 한미연합작전 능력과 연합방위태세는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전쟁억제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핵무기를 갖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효과적으로 지키는 길은 한미연합연습을 통한 강력한 연합작전체제를 구축하고 작전수행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북한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하나 나라를 지키는 군은 항상 최악의 경우와 협상이 제대로 안될 때에도 대비해야 하며, 외교적인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도 강력한 국방력이다. 힘을 통해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지(Peace Through Strength), 말로서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수천 년 된 격언이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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