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 러쉬모어를 보고

김 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 산에 있는 대통령들의 거대한 얼굴상.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지난 여름에 자동차로 미국대륙횡단을 여행하고 돌아 왔다. 21일간 6500마일을 달렸다. 다들 내가 미쳤다 고했다. 팔십 넘은 노인이 집에 그냥 붙어있지 왜 싸돌아다 니냐는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자식들을 고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고 싶을 때 한번 도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나는 후자 편을 존중하는 편이다.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해야지 다리가 떨리면 이미 늦다. 여행은 나에게 가슴 떨리는 순간들이다. 여행 중에 타이어 펑크 두 번에, GPS의 오작동으로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도 있었지만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다 본 것은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고는 그 쾌감을 모른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돌아다니다 가 그 정도의 고생은 그래도 다행이고 약과다.

여행에 미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였다. 1960년대 미동부에서 공부하면서 가 끔씩 꼬맹이들을 싣고 당일치기 여행을 해봤지만 본격적인 자동차여행은 은퇴 후부터 이었다. 몇 해 전에 미국남부를 10일간 여행 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에 다녀 온 미국 중북부와 앞으로 할 미국동북부와 캐나다까지 여 행을 하게 되면 미국 50개 주를 ㅁ자로 돌게 된다. 가슴 부푼 계획임에 틀림없고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린다.

이번 여행에는 좀 색다른 곳을 보고 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미주리주 미시시피강까지 가서 마크 웨윈 스팀보트를 탄 후 다시 돌아 온 긴 코스 였다. 돌아오는 코스 는 물론 다른 길을 택했다. 좀 색다르다는 의미는 대도시를 연결 하는 고속도로를 피해 시골 농촌의 지방도로를 이용했고 때로는 비포장도로를 개미 한 마리 없는 무시무시한 곳도 몇 시간씩 다녔다. 등골이 오싹 해 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 숨어 사는 미국의 작은 동네와 농촌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가는 곳마다 그들은 진주처럼 다가왔다. 이들 지역은 트럼프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진짜 미국 백인들이 사는 곳이다. 가는 곳 마다 대형 성조기가 하늘 높이 날리고 있고 집에는 작은 성조기 가 빠지지 않고 달려 있다. 그들은 모두가 총을 소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정책’ (AMERICA FIRST)의 진원 지를 실감케 한 다. 그들에게는 대도시 사람들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이민자 들이고 정부의 후생 복지금만을 타 먹고 산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축내는 사람쯤으로 보아 아주 배타적이 다. 나는 이것을 의식해 중형 성조기를 차에 매달고 다녔다. 물론 그들의 환심을 사 기 위해서였지 만 그 보다 때로는 도움을 청하거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때 믿 음을 얻기 위해서다.

미국중북부는 가는 곳마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열 한 개 주를 관통해 보니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 풀을 뜯어 먹고 있는 검은 소 떼가 한 가롭고 평화롭다. 군데군데 늪지 가 있고 물이 고인 곳엔 소들이 쉬고 있다. 우 사에 갇혀 인간이 주는 사료만 먹고 사는 한국소에 비해 훨씬 행복해 보인다. 이런 소들을 갖고 광우병 소동을 일으킨 방송사들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우롱당한 국민만 억울 했다.

여행 도중 경탄과 감동을 받은 곳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한 가지만 들라면 사우스다코다주 래피드시티의 마운틴 러쉬모어(Mountain Rushmore)를 빼놓을 수 없다. 거대한 바위산에다가 네 명의 미국대통령 흉상을 조각해 놓아 수 십 리 밖에서도 그 웅장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1927년부터 시작해 1941년에 마무리 한 대통령들의 얼굴조각은 보는 이의 감동을 자아낸다. 그 규모에 놀라고 그런 테마를 성공할 수 있게 후원해준 미국국민의 위대함에 감탄한다. 미국독립을 이룩한 조지 워 싱턴 대통령(1930),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킨 A. 링컨 대통령 (1935), 독립 선언 문을 작성한 T. 제퍼슨대통령(1936), 미국국립공원지정에 앞장선 T. 루스벨트대통령(1939)등 네 명의 거대 한 돌흉상이 압권이다. 마침 아침햇볕을 받아 러쉬모어는 꿈에 나타난 샹그리라 같다. 얼굴 길이가 자그마치 60 피트(아파 6층 높이)이고, 코 높이만도 20피트에 이른다. 석공들이 제거한 돌 무게만도 45만 톤에 이른다. 그 밑에선 여름 한철에 콘서트도 열린다. 여기에 구름처럼 모여든 백인들이 엄청난 광경에 가슴 뿌듯해 한다. 미국이 하나로 뭉친 순간을 보는 듯하다. 모두가 환상에 젖은 모습이다.

나는 이 거대한미대통령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충격 에서 깨어나 보니 내 스스로가 초라한 한국인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독립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대통령 동상하나 못 세우는 옹졸한 국민이란 사실이 부끄럽다. 건국 이후10여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으면서도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부정적(NEGATIVE) 발상이 문제였다. 진영논리와 이념 으로 갈라져있다. 아무도 이를 시인하지 않는다. 러쉬모어에 등장한 미국 대통령에 대해 한국식 네거티브 발상을 했다면 한 사람도 올라갈 수가 없다. 그들의 약점은 한이 없고 한국대통령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조지 워싱턴은 위스키 세금 부과 로 3년간의 폭동 이 일어나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인명 살상 대통령이 었고, 제퍼슨은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고 선언해 놓고 정작 자기는 200여명의 노예를 거느린 이중인격자 이자 위선자였으며, 루즈벨트는 외국 내전에 미군 인을 참전 시켜 국고를 손실시켰으며 노조탄압의 악명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링컨은 분열된 집은 바로 설수가 없다고 하여 단합을 강조하면서 가공할 만큼의 언론을 탄압하고300여 개의 언론사를 폐간시킨 독재자의 악명을 갖고 있다. 러쉬모어에 등장한 이들 네 대통령의 가면을 벗기면 누가 감히 그곳에 등장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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