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한 정책: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
본 협회 편집위원장

출퇴근을 하다가 심각한 교통체증에 빠지게 되면 빠른 우회길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정체되어 있는 내 차선 옆 텅빈 차선을 보면 누구나 그곳으로 달리고 싶어 한다. 실제로 그 쪽으로 차선을 바꿔서 달리면 처음 얼마간은 정말 신이 난다. 잠시 동안은 차가 쭉쭉 빠지고,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해서 곧 더욱 심한 정체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그 정체를 극복해도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바보라서 정체되어 있는 차선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은 그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고, 정체되어 있는 그 구역만 극복하면 많이 늦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대북 또는 대북핵 정책이 텅빈 차선으로 바꾼 위 이야기에서의 차와 같지 않을까?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제대로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것으로 생각 및 홍보하고, “한번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수 정부가 취해온 신중한 압박 위지의 대북 정책을 경멸하기라도 하듯이 숨가쁘게 남북관계를 진행했다. 세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싱가포르에서 만나도록 만들었다. 정말 잠시 신이 났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에서부터 기대와 달리 아무런 의미없는 합의가 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채 노력했으나 결국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은 결렬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협상과 대화의 창구가 의미없도록 만들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함께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정도만 폐기하는 조건으로 경제제재의 대부분을 해제할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잠시 순항하다가 더 극심한 정체에 직면한 위 이야기의 운전자처럼 현재의 남한 정부는 오던 길을 계속 갈 수도 없고, 새롭게 바꿀 길도 없으며, 되돌아오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다소 힘들고 답답했더라도 1년 전에 차선을 바꾸지 말고, 힘들지만 조금씩 전진했으면 어떠했을까? 미국과 함께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더라면,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관한 확답은 물론이고, 그 로드맵까지 제시하였을 수도 있다. 이미 북한의 핵무기가 해외에 반출되어 해체되고 있을 수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4월 11일 2시간을 위하여 10여시간 비행기를 타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하였으나 아무 것도 얻지 못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으로부터는 “오지랖 넓게” 행동하지 말고, “제정신을 갖고” 처신하라는 충고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에서 텅빈 길로 잠시 신나게 달리다가더욱 극심한 정체에 진퇴양난에 빠진 운전자와 너무나 유사하지 않는가?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원래도 되돌아와야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 그 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가급적이면 조금이라도 더 빠른 길을 또 찾고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버둥되다가 또다시 더욱 극심한 정체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수를 만회하고자 발버둥칠수록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로 인하여 2시간 걸릴 길을 5시간, 어떤 경우는 10시간을 걸려 도척하기도 하는 것이다. 비록 그 동안의 시행착오가 뼈저리게 후회되고, 그 동안 낭비한 시간이 아깝지만, 다시 원래의 정상적인 길로 돌아와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잠시 막힌 것과 되돌아오는 시간만 손해본 후 3시간 정도에 목적지에 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쉽지 않지만 이제 정부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최우선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고, 그 이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지만, ‘완전한 비핵화’는커녕 부분적인 비핵화를 위한 진전도 없었다. 오히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철폐를 통하여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1970년대부터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하였을 뿐이라고 강변하였다. 이제 북한은 적반하장으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증거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유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이러한 냉정한 현실 인식 하에서 기존의 북핵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한 후 180도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게 잘해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유아적일 정도로 어리석은 것이고, 핵위협의 처리에 관한 어떠한 교과서에도 추천되지 않는 방식이다. 1년 동안의 실험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지 않았는가? 인간도 그러하지만, 상대국이 선의로 대해준다고 하여 자국이 소중하게 아끼는 것을 포기할 국가는 없다. 포기하지 않을 경우 생존을 도모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야 마지못해 내어놓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의 교과서로 되돌아가서 미국과 함께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이로써 북한에게 핵무기 보유는 자신과 체제를 백천간두에 서게 만들 수 있다고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둘러싼 국론분열에 대해서도 반성하면서 전향적인 개선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국론을 통합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신중하면서도 차근차근한 접근을 요구하는 여론은 무조건 배척하였고, 정부의 노선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말만 들음으로써 현재와 같은 비참한 결과를 자초하였다.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대북 또는 대북핵 전략을 수립하고, 그 결과로써 남한 국민들의 일치단결된 확고한 입장을 북한에게 과시해야 한다. 친북인사들을 제외하는 대신에 북핵 문제에 관한 현실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중용하고, 야당 지도자, 보수적인 외교 및 안보전문가들의 의견을 널리 수렴해야 한다. 각계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북한 비핵화에 관한 범정부조직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합리적인 북한 핵무기 폐기 전략을 개발하도록 요청한 뒤, 총력적인 차원에서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실질적인 북핵 억제 및 방어책 강구

이제 정부는 유사시 북핵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 실질적인 대책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사용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과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과도하다고 싶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대비하는데, 한국은 유독 최상의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만 인식하면서 태평이다. 국민이 그러하더라도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할 것인데, 한국은 오히려 반대이다. 국민들이 불안하다고 아우성이고, 정부와 여당은 태평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말이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계승되어오고 있는 것은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당연히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군 간의 협의와 절차훈련을 강화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미국 정부와 모든 대북한 또는 대북핵 정책을 협의해야할 것이고, 한미연합사를 중심으로 “4D” 즉 “탐지(Detect), 와해(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d)”를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능력과 체제를 구비해 나가야 한다. 현 상황이라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관한 모든 협의를 중지시키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할 경우에 스스로의 능력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과 대책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 군의 전략을 개발하며, 그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태세를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 ‘3축 체계’로 추진했으나 현 정부 들어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선제타격(Kill Chain), 탄도미사일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 대규모 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등의 개념을 재활성화하고, 그를 위한 군사역량 확충에 매진해야 한다.

‘9·19 군사분야 합의’에 관한 재검토도 미룰 수는 없다. 서울은 휴전선에서 40km밖에 되지 않아서 기습공격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 지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그에 맞도록 우리의 준수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 북한이 지키지 않는 부분은 우리도 지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설정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북한에게 알려야 한다. 전방지역 부대 이외에는 훈련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전방 지역도 북한의 상응한 조치에 맞춰서 훈련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전제 하에 합의한 사항이니만큼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다면 합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의 복원 필요

그 동안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치중한 나머지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였고, 필요한 처방을 강구하지도 못하였다. 주변에서 아무리 한미동맹이 불안해지고 있다고 해도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한미동맹은 확고하다고 강변할 뿐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미동맹은 매우 취약해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 방위비분담의 협성과정, 이번 4월 12일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한미 실무자들 간의 접촉 빈도를 보면 한미동맹은 빠른 속도로 형해화(形骸化)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핵무기 억제 및 방어의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로 북한의 핵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게 알리고,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경제제재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공해상에서 북한이 석탄이나 석유를 환적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이를 위하여 미국 및 일본을 비롯한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북한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남북관계에도 긴장을 조성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핵무기를 폐기하여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민족공영을 보장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의 연합훈련도 재개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매년 봄에 실시하던 ‘키 리졸브’와 ‘폴 이글’ 연합훈련은 ‘동맹-1’이라는 컴퓨터 모의 연습으로 대체되었고, 여름에 실시되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도 지난해 취소된 데 이어 ‘동맹-2’라는 컴퓨터 모의 연습으로 대체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훈련에는 ‘반격’ 단계가 포함되지 않아서 미 증원군의 전개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 당연히 컴퓨터 모의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제대로 묘사하여 훈련할 수 없다. 이외에도 과거 연합 차원에서 실시하던 각군의 훈련들이 한국군 단독훈련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이러한 방향을 180도 전환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군에게 강한 훈련을 실시하도록 강조하면서 미국에게도 과거의 한미연합훈련을 복원시키는 방향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은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최선의 대책이기도 하지만, 북핵 폐기의 유일한 실질적인 길일 수도 있다.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불안하게 생각할 것이고, 결국 북한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경우 중국은 전략적으로 봉쇄된다고 인식하여 사전에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이 북중동맹을 압도하는 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설득의 대상은 북한, 주제는 핵무기 폐기

문 대통령은 4월 1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 도대체 현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북한 또는 북핵과 관련하여 어떤 전략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할까? 북한은 “오지랖”과 “제정신”의 용어를 사용하여 한국을 무시하고 있고, 한국과 대화할 생각 자체가 없다. 이렇게 안보를 어렵게 만든 것을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제 정부는 성과없는 북한 설득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침묵함으로써 국격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모욕당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모욕당하는 것이고, 우리가 북한에게 모욕당할 이유는 없다. 이 대한민국은 문대통령과 현 정부인사들의 나라가 아니고, 현재를 사는 모든 국민, 과거의 선조들,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이 공유하는 나라이다. 잠시 국정을 맡은 기회에 후손들이 살 국가의 모습을 함부로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텅빈 차선을 선택하여 잠시 달리다가 정체되면서 실수한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차를 정지시키고, 현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북한이나 북한 핵무기에 대한 접근방법이 잘못되었음을 확실하게 깨닫기만 한다면 1년 동안의 실험이나 시행착오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반성없이 잘못된 길을 계속한다면 정말 문제이다.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라는 헌법 제66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책무를 엄중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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