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권력재편과 비핵화 전망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수렁에 빠진 북한의 비핵화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트럼프-김정은 회담(하노이회담)이 결렬되어 북한 비핵화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판문점 선언」(2018.4.27.)과 싱가포르 성명(2018.6.12.) 및 평양 공동선언(2018.9.19.)에 환호하던 북한 비핵화 문제가 수렁에 빠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의 회담 이후 미국을 굴복시켰다고 기고만장했던 김정은이 하노이회담의 실패 이후, 지난 달 조선노동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4.10)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4.11)를 연이어 개최하고 ‘자력갱생’ 의지를 내세우며 당 노선과 조직을 재정비하였다. 또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4.25)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해 공동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겠다.

북한 비핵화 개념의 올바른 이해

북핵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비핵화한반도 비핵화의 개념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 of the North Korea)란 북한의 과거·현재·미래의 핵무기, 핵시스템, 핵물질,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까지를 완전히 해체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진영과 서방세계가 말하는 비핵화로 북한의 ‘핵 폐기’를 의미한다.

반면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정확히 말하면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로 미국과 한국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 비핵화이다.

북한당국은 2016년 7월 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북 비핵화 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성명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다. 여기에는 남핵 폐기와 남조선 주변(미국 지칭)의 비핵화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① 남조선 배치 미국 핵무기 공개 ② 남조선 배치 핵무기와 기지 철폐 ③ 핵타격 수단 불 배치 약속 ④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 천명 ⑤ 미군철수 등을 북핵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바 있다.

결국 이러한 주장들로 비추어 볼 때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에 명시되어 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사실상 북핵 폐기를 않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사안이 이러한데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 및 평양 공동선언(2018.9.19.)에 명시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환호하는 문재인 정부와 언론 및 이에 부응하는 얼치기 안보학자들의 행태는 아주 우려스러운 반(反)안보적 작태이다.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향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제제가 성사된다고 하여도, 지구상에서 김정은 정권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북한 비핵화는 요원하다.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주체사상과 선군노선에 기반을 둔 김정은 정권이 없어지고 김씨 일족이 아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만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 핵은 ① 선대 수령(김일성-김정일)의 유훈(遺訓)사업이며, ②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와 2016년 제7차 당 대회 시 공식 채택한 ‘핵무력 건설-경제건설 병진노선’이라는 당의 정책방침이며 ③ 김정은이 언급했듯이 ‘만능의 보검’이다.

대남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정권 목표(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을 통한 한반도 공산화통일)인 대남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유훈(핵보유와 적화통일)을 포기하는 것이고, 조선혁명의 배신자가 된다는 말이다. 조선 혁명전통의 유일한 관철자이자 계승자라는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또한 핵과 ICBM급 미사일실험 성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의 위상이 한없이 높아진 것을 감안해봐도 핵없는 북한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이 진짜 의지만 있다면 비핵화를 1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는 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의회(상하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법적 절차가 있어서 오래 걸리겠지만 북한은 다르다. 수령절대주의 폭압체제 하에서 이른바 최고 존엄(수령)인 김정은이 핵을 없애는 게 내 방침이라고 선언하고 핵무기를 없애라고 지시하면 1개월도 안 걸린다. 비핵화 의지가 없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 절차, 과정 등을 이야기하며 질질 끄는 것이다.

김정은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과거와 현재의 핵은 보유한 채, 미래 핵과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급 탄도미사일(화성 15형 등)만을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풍계리 폭파 쇼도 그래서 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이 재개되면, 적절한 시점에 화성-15형 해체 쇼를 할 것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과 운반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포기하며 트럼프를 만족시키려 할 것이다.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이 오락가락하지 않고 유지되는 한, 과거와 현재의 핵은 유지하고 미래의 핵은 유지하겠다는 김정은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나 장담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돌발적이고 충동적이며 자기 우월적 정책결정 행태 때문이다.

김정은의 대응, 자력갱생 노선과 중·러 공조

하노이회담의 실패 이후 미국 등 서방세계의 대북제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이의 타개책으로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에서 의정 보고를 통해 미북회담의 취지를 밝히며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당의 확고부동한 정치노선으로 내세웠다. 김정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김정은은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여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4월 20일 <위대한 당을 따라 총진격 앞으로!>란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고난의 행군’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논조는 2차 미북회담(하노이회담)에서 대북제제를 면해보려 했던 김정은의 의도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거부당하자 향후 지속될 강력한 대북제제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결국 미국의 의도하는 비핵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자력갱생 노선이 경제위기와 주민불만을 얼마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나, 장기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력갱생 노선은 북한 주민의 고통과 희생을 전제한 것이기에 북한 스스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이다. 지속적이며 만성적 경제의 위기는 곧 정권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최근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상징조작 구호로 내세우고 있으나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는 의문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북한-중국-러시아’ 공동전선을 구축해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 대응하려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대북제제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살 길은 조속한 북핵 폐기와 개혁개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앞서 지적한 이유로 이를 채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 비핵화의 해법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현안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된다면 얼마 좋겠는가? 그러나 우리 국민의 생존권 및 국가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북핵 문제를 폭압통치자 김정은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희망 없는 짝사랑’에 불과하며 북한식 표현으로 ‘오뉴월의 개꿈’으로 결국 안보포기 행위에 다름 아니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이 논의되고 있다. 어렵겠지만 이를 성사시킨다면 한반도의 핵 균형(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이루어 불안정하나마 일단 현존하는 북한의 핵공갈과 핵위협을 억제(Deterrence)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란 ‘과거의 핵’과 ‘현재의 핵’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핵’까지 핵시스템을 완전히 해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을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명백한 상태에서는 핵에 대한 대칭적 대응이 아닌 비대칭적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즉 핵문제를 야기시키는 핵심 상위 타켓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김정은 정권을 고립화시켜 해체, 붕괴시키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즉 북한 핵의 상위자인 김정은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시간, 비용, 효과측면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임을 지적한다. 김정은 체제가 해체되고 들어서는 정권에 강력한 제재와 압력을 통해 스스로 핵을 해체하는 길을 열도록 해야 한다.

어떤 분들은 김정은 정권을 고립화시켜 해체해야 한다고 제안하니까 그렇다면 북한과 전면적인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흥분하나, 그것은 인류사의 정권붕괴 사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의 지적이다. 김정은 체제를 해체시키는 전략은 북한주민을 아래로부터 변화시켜 축출하는 방법으로부터 김정은과 체제지탱력인 군과 고위층을 분리시켜 제거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과 유형이 있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다루지 않겠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반문명적인 김씨 집단(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게 70년 동안이나 당하고도 북한 김씨 집단의 속성을 그리도 모르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아직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바로 잡겠다고 하는 발상은 실현 불가능한 허구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북한의 핵협박과 도발을 막기 위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불했던 막대한 경비와 시간과 노력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말고, 김정은 정권을 해체시키는 대북전략을 구사해야 함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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