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에 근거한 청년들의 한미동맹 인식

유재영
경희대 국제학과, 본 협회 대학생 위원장

“Idealism without realism is impotent.”
– 리처드 닉슨 대통령 –

“쓸모 있는 진리가 참이다”라고 요약되는 실용주의가 청년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 20, 30대는 전통 또는 명분보다 합당한 결과를 중시한다. 정부 정책 평가에 있어서 이념적 노선을 지키는 것은 청년들의 관심사 밖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가 감소한 사실에 대해서는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청년수당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복지정책은 야권지지층까지 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이권을 최우선시하고 시대변화에 수시로 반응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청년들의 한미동맹 인식행태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논할 때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 우호관계’라는 논거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6.25 전쟁, 월남전, 이라크전 등에서 같이 싸워 다져진 혈맹이라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의 이점과 준비 안된 자주국방의 위험성이 더 큰 설득력을 지닌다는 대목에서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한미동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한국의 미래 세대가 전쟁 속에서 피를 흘리며 맺어진 우호관계를 단순히 필요에 의한 전략적 이해관계로 재편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처럼 이해 타산적인 신(新)세대적 접근방식은 때로 왜곡된 민족주의에서 비롯되는 반미(反美)사상만큼이나 한미동맹을 위협할 수 있다. 마치 사람과의 관계처럼 외교에서도 모든 것을 재기 시작할 경우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가 어려지고 국가 간 깊은 신뢰를 쌓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가장 난처하고 힘든 순간에서 벗의 도움을 은혜로 간직하는 특정 이해관계가 아닌 긴밀함에서 비롯되는 진실한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기 이전 시대에 살던 부모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들은 관광, 그리고 교환학생을 통해서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아졌다. 여기에 한류 및 SNS에 힘을 입어 현지 사람들과의 문화적 유대감도 깊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는 이전 세대만큼 견고하지가 않다. 이제는 민간교류 활성화라는 간접적인 측면서의 한미관계 제고 방안은 다소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접적이면서도 현재 청년들의 사고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개선안들이 적극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다행히 실용주의적 청년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한미동맹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중국의 급부상 속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한미동맹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우선 이 같은 국제 현실정치 상황을 계속 직시할 수 있게 지속적인 여론 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 활동으로는 유튜브 채널 운영, 안보칼럼 집필, 각종 한미우호 기념행사 기획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韓·美 간 동맹유지에 있어 비대칭성도 인정하고 때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 등을 수용해나가야 한다. 물론 한국은 동북아에서 미군 전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중요한 안보 파트너가 맞다. 하지만 현재 국가안보에 있어 한미동맹에 더 의존적인 쪽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청년층이 부인해서는 안 된다. 한미 간 공조방안들을 강구하는 데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고려되어야만 오히려 국격과 국익을 지켜나가면서 미국과의 건실한 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 마치 정확하고 냉정한 문제 진단 없이는 적절한 문제해결책이 제시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청년층이 신념보다 이권에 의해 움직이는 것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여러모로 아쉬울 수 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연대 및 희생의식을 발휘해 대한민국을 최대 빈민국에서 동북아의 강국(强國)으로 성장시킨 세대와는 환경적으로나 가치관에 있어 대비되는 부분이 많다. 필자도 청년이지만 이 같은 사고방식이 장기적으로 국익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는 때보다도 더 빠른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연하게 처신하는 지금의 청년들이 어는 정도 이해는 된다. 여하튼 앞으로 한미동맹을 가꾸어갈 당사자들은 유대관계보다는 합리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닌 청년들이다. 이는 기존 한미동맹에 도전과제를 시사하며 양국이 한미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데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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