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생 생활의 힌트(10)

이성원
한국청소년도서재단이사장, 본 협회 부회장, 편집위원

100세시대로 가는 길은 아직 오솔길도 나지 않았습니다. 더듬거리는 80대의 심경을 전해보려 합니다.

2세들에게
16세기 프랑스의 모럴리스트 몽테뉴는 삶의 목적을 오직 한가지 “행복의 추구”에 두었다.
‘나는 왜 행복감을 못느끼는 것일까’ 늘 그런 콤플렉스를 지녔던 나는 그가 보통 사람의 2배 행복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o 몽테뉴 행복법 1: 몽테뉴는 육체와 정신 두 갈래로 행복을 추구했지만, 육체의 쾌락에 더 비중을 두었다. 식욕과 성욕에서 오는 행복을 남들보다 2배 즐긴 비결은 육체가 느끼는 쾌락에 정신을 끌어들여 함께 즐기게 했기 때문이라 했다. (「몽테뉴수상록」에는 정신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았다.)

o 이쓰끼 행복노트: 이쓰끼(五木寬之)는 87세의 일본 모럴리스트 작가다. 몽테뉴는 59세에 돌아갔다. 80대가 되면 식욕, 성욕 등 본능적인 욕망이 잦아붙는다. 일상 생활 속에서 행복의 씨앗을 찾아야 한다.
하루, 하루 그날 일어난 일 가운데 행복했던 일,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을 ‘행복노트’에 기록하고, 수시로 꺼내 되씹고 즐기며 습관화하면 노후에도 조촐한 행복에 젖을 수 있다는 것.
앗, 이것이 즐거운 일에 정신을 끌어들여 함께 즐기는 방법이 되겠구나!

o 몽테뉴 행복법 2: 정신면의 행복을 몽테뉴는 타고난 재능 발휘에서 찾았다. 그는 공부(Learning)와 문필(Literature)에 소질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모든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을 대상으로 삼아 ‘인성 연구’에 몰두했다. 「몽테뉴 수상록」은 그가 20년에 걸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이룩한 “인성 연구”의 금자탑이다. 인류문화사의 빛나는 한 장을 장식했다.

o 나의 「五木 행복노트」: 현재 이런 사례들이 올라와 있다.

■ 오늘 변비가 텄다. 속이 시원하고 덩달아 입맛도 난다. 상쾌하다.
■ 마감 임박해 끙끙거리던 컬럼 글이 술술 풀렸다. 어깨가 가볍다.
■ 「문예춘추」지에 ‘교양부활론’이 나왔다. 국민의 교양이 높아져야 교양있는 지도자가 뽑힌다는 것. 맞는 말이다.
■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공원에서 차가 못 들어오게 된 광장에 들어와 후진하다 나를 밀쳤다. 노인 내외다. 자칫 악셀이라도 잘못 밟았더라면 나를 깔고 넘어갈 뻔했다. 생사의 갈림길이 이렇게 단순하고 순간적이로구나! 다행이다.
■ 딸애가 도쿄의사회의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나고야 근처 우리 거처에 와서 하루 밤을 자고 갔다. ‘서울 가면 금세 또 만날텐데 뭘…’하고 생각했는데, 그 몇 시간이 딸애와 지낸 지난 50년 중에서 가장 즐겁고 흐뭇한 시간이 되었다. 이런 얘기를 계속 「五木 행복노트」에 올려 까물까물하는 행복의 불씨를 보존해 봐야겠다.

o 「空공」의 세계: 80을 넘으니 종교철학서가 몸 가까이 느껴진다.
「전도서」는 “공의 공, 일체 공”이라 했고, 「반야심경」도 “오온개공 五蘊皆空” (색수상행식 色受想行識이 다 공)이라 했다.
몽테뉴는 “삶은 그 자체가 목표요, 그 자체가 목적이다. Life is an aim unto itself and a purpose unto itself.”라 했고, 현대 서구철학의 새 조류를 연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은 곤충잡이 병에 갇힌 파리에게 거기서 탈출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 하는 것“이라 했고, “철학하는 사람은 병에 갇혀 나갈 길을 못 찾고 팔딱이고 있는 파리”라 했다.

이런 인생살이의 헛되고 덧없음을 직시할 때 비로소 세상의 참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종교철학서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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