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GSOMIA 파기가 부르게 될 나비효과

김건호
고등학교 역사교사

2019년 8월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협정의 종료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동북아의 평화를 지탱하고 있었던 한미일 간 안보협력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게 되었다. 해당 문제는 과거사 논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포함하여 역사·경제·정치 등의 다양한 이슈가 엮여 있지만 이번 기고문에서는 한일 GSOMIA의 파기가 부르게 될 나비효과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GSOMIA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한일 GSOMIA의 파기가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는 결과들에 대해 다뤄본 뒤에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GSOMIA는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약자로 한국어로는 “군사정보협정”이라 명명한다. GSOMIA가 체결되면 협정국 사이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되는데 다만 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모든 정보가 상대국에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사안별로 검토해 선별적인 정보 교환이 이뤄진다. 현재(2019.08.25.)기준으로 한국은 34개국 및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GSOMIA를 체결한 상태이며 참고로 협정국 34개국 안에는 한국과 같은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 국가로 비춰지는 러시아와 베트남도 포함되어있다. 그 중 한일 GSOMIA는 2016년 11월 23일 33번째로 체결되었는데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GSOMIA의 경우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5년을 설정하였지만 유독 일본과의 GSOMIA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설정했었다. 이는 체결 당시 국민적 반발이 심각했었기 때문에 고려되었던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한일 간 반목으로 인하여 한일 GSOMIA는 종료하기로 결정이 되었는데 이러한 결정은 한국에 나비효과를 부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일 GSOMIA가 체결될 당시 아시아 일대의 안보환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자신이 처음으로 총리가 된 2006년부터 착실하게 새로운 안보 구상을 준비하였는데 그가 마련한 안보시스템은 미국-일본-인도-호주를 묶어 “Asia’s Democratic Security Diamond”였다. 굳이 안보동맹에 ‘민주적’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것은 非민주적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노골적인 대중국 봉쇄망을 형성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에 사임함에 따라 이러한 구상은 흐지부지 되는 듯 했는데 2012년 12월에 다시 총리에 취임하면서 그의 민주적 안보동맹 구상은 부활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 구상에 포함되어있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은 린치핀(Linchpin), 미일동맹은 코너스톤(Cornerstone)에 비유하며 한미일 동맹의 결속을 강조함에 따라 해당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을 동시에 묶을 수 있는 안보협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제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체결된 것인 바로 한일 GSOMIA였던 것이다. 한일 GSOMIA가 체결됨에 따라 한국은 아시아에 형성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하여 자유민주국가의 대열에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간과한 채 단순히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일 GSOMIA를 파기하자고 주장하거나 정책 입안을 한 사람이 있다면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며 장래 국가안보에 끼치게 될 해악은 전부 책임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일 GSOMIA의 파기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오고 한미일 간 안보협력체제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이 20세기 동북아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었던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새로운 안보시스템을 거부하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이 중국의 패권경쟁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고 확실하게 억제하여 동북아의 평화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반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오히려 아시아의 안보구상에서 한국을 배제시키려 하고 미일동맹이 갖는 무게감을 훨씬 키우기 위해 노력한 일본 입장에서는 한일 GSOMIA의 파기는 새로운 기회처럼 여겨질 가능성조차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1965년부터 지속되어 왔었던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근간을 완전하게 흔들거나 심한 경우에는 붕괴시키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물은 더 큰 나비 효과를 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 문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일 GSOMIA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한 축인 동시에 아시아에서 非민주적 국가인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형성하는 안보시스템의 한 일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한국이 탈피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군다나 중국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방위선인 ‘도련선’(島鍊線)을 선포하고 그 중에서도 핵심으로 강조하는 제1도련선에 한반도 전체를 포함시켜놓은 상황 속에서 아시아의 새로운 안보체제에서 탈피하는 행위는 중국이 앞으로 행할 수 있는 국익침해 행위를 묵과하는 상황을 초래할 때 전 세계 어느 국가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한일 GSOMIA파기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최선이라면 한일 간 갈등 국면이 완화되면서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예정되는 11월 23일 이전에 해당 발표가 취소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10월 22일로 예정되어 있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한일 갈등의 해소를 위한 실마리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KBS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최근 8월22일-23일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7%가 일왕 즉위식에 축하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 가능한 사안이라고 답했던 점을 한국 정부에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예정대로 오는 11월에 한일 GSOMIA가 파기된다면 한미동맹의 균열을 최소화하고 새롭게 재편되어가는 아시아의 새로운 안보질서에 어떤 방식으로 합류할 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일본-인도-호주로 형성된 ‘민주적 안보동맹’ 국가들은 2016년 1월부터 매년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개최하며 4자 동맹의 형태를 지향해가고 있고 지난 5월에는 미국-일본-호주-프랑스가 인도양에서 첫 합동훈련을 가지며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힌 상태다.

이처럼 동북아의 안보질서가 對중국 포위망의 형태로 구상을 마치고 현실화되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중단하는 결과가 새로운 시스템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정확하고 충실한 설명이 보충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한-미-일 협력체와 민주적 안보 동맹에서 탈피하여 북한과 중국이 중심이 되는 질서에 편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매우 잘못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개별적인 연합 훈련조차 완전히 참여가 배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된다면 한미 동맹은 약화 내지 해체의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이는 한국의 장래에도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이다. 이처럼 한일 GSOMIA의 파기는 상상할 수 없는 나비효과를 부를 것으로 예상되며 다시 한 번 종료조치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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