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위기와 대응

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 북핵담당대사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말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래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동안 한미관계는 한국의 민주화 문제, 인권문제, 주한미군 철수문제, 통상문제 등을 둘러싸고 가끔 큰 갈등을 겪기도 했으나, 한미동맹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적은 없었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 당시 민주화와 인권 문제로 한미관계가 큰 홍역을 치를 때에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등장했던 카터 행정부도 의회의 반대에 밀려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한미관계의 통상적 갈등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한미동맹 위기설이 워싱턴과 서울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고, 이런 기류는 유럽 국가들에까지 파다하게 소문이 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에 대한 경시 풍조가 심각한 수준인 데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 역시 노골적인 친중, 친북 정책으로 미국을 격분시키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고 한미동맹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이러한 양국관계 위기의 파장이 어디에까지 미치게 될지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가 현실화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동맹관계 위기의 연원

과거 한미 관계의 역사를 반추해 볼 때, 한국 정부의 친북성향 국내외정책으로 인해 한미관계가 갈등을 겪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갈등의 소재는 주로 대북한 경제원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대북한 정책을 둘러싼 이견들이었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의 최초 정상회담에서 시작된 양국 간의 파열음은 그 후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 내내 지속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미국의 실체에 대한 이해가 깊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미 경외심으로 인해, 대북정책 관련 한미 간 불협화음이 양국관계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고 한미 안보협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한국 정부의 이념적 편향으로 인해 한미동맹 자체가 위기를 겪기 시작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5년간이었다. 그 기간 중 한미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정책 전반이 철저히 남북한 관계의 종속변수가 되었다. 외교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은 자기부처 현안업무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채널조차 없어, 외교안보 전반을 총괄하던 통일부총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형편이었다. 그 때문에 두 부처가 남북관계 개선에 조금이라도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 핵문제 역시 그러한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기간 중 한미 양국 사이에는 북한 핵문제, 대북 경수로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종전선언, 서해북방한계선(NLL),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경협 등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이 지속되었고, 주한미군 기지이전(LPP), 용산기지 반환, 평택기지 건설비,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감축, 전략적 유연성, 작계5029, 아프가니스탄 파병, 이라크 파병 등 군사문제에 관한 마찰도 연일 계속되었다. 그 밖에도 북한 인권문제, 동북아균형자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등 온갖 외교 현안들을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무렵 노무현 정부가 좌파 지지세력의 강한 반대를 물리치고 이라크 파병, 아프간 파병, 한미 FTA 체결 등 중대한 조치들을 단행함에 따라 양국관계는 파국을 면할 수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다분히 친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양국 간 갈등 고조로 인해 주한미군의 대폭 철수가 현실화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것은 달리 말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반미, 친북적 색채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유지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의미했다.

그 후 9년여 만에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능가하는 좌편향 정책으로 한미관계를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고,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미래 자체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노골적 친북정책을 취했을망정 중국에 대해서는 의연했고, 박근혜 정부는 과도한 친중국 편향으로 인해 미국 조야의 강한 의혹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대북한 정책은 그와 상관없이 단호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노골적인 친북정책에 더하여, 박근혜 정부를 훨씬 능가하는 대중국 굴종외교를 전개하고 있어, 한미관계가 미증유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정책을 숨기거나 망설이는 기미도 없고, 양국관계의 파국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려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반미적 색채가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친중, 친북 편향외교에 따른 한미동맹의 위기
(친중 굴종외교에 따른 위기)

문재인 정부의 친중, 친북 편향 정책으로 인해 한미동맹은 세 방면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첫째 위기는 미중 패권경쟁의 본격화로 냉전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미중 진영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현저한 친중국 노선을 선택함으로써 미국을 분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의 차원을 넘어 점차 친미진영과 반미진영 간 대결,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전체주의 진영 간 대결, 세계 문명사회와 비문명사회 간의 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국은 북한 핵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문제, 한미 합동군사훈련 문제, 한미일 삼각안보협력 문제, 한반도 평화협정/종전선언 문제, 미사일방어 문제, 화웨이 제재문제 등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안들에서 대부분 중국 측 입장에 동조하고 있고, 중국이 반대하는 모든 국제적 활동에 불참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미중 쟁점현안 미국입장 중국입장 한국 정부의 선택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가입 가입 반대 가입 요구 창설회원으로 가입(박근혜 정부)
중국군 전승70주년 열병식 참석 참석 반대 참석 요구 박근혜대통령 참석(박근혜 정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강력 반대 영유권 주장 반대입장 표명요청 거부(박근혜/문재인 정부)
한미일 3자 안보협력/합동훈련 강력 희망 강력 반대 협력 회피, 사실상 와해(박근혜/문재인정부)
미사일 방어체제 설치 배치 희망 강경 반대 사드기지 가동불허, ‘3불약속’(문재인정부)
대북한 제재조치 해제 문제 해제 반대 해제 주장 중국/북한 입장 동조(문재인 정부)
북핵문제 해결 방식 일괄타결 단계적 해결 중국/북한 입장 동조(문재인 정부)
한반도 종전선언/평화협정 반대 찬성 적극 추진(문재인 정부)
한미 합동군사훈련 적극 희망 강력 반대 3대 합동군사훈련 폐지(문재인 정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문제 참여 요청 참여 반대 참여 거부(문재인 정부)
대북한 밀무역단속 합동해상작전 참여 요청 참여 반대 참여 거부(문재인 정부)
화웨이 제재문제 동참 요구 불참 요구 불참 입장(문재인 정부)

군사 분야에 있어서도, 한국은 남중국해의 광활한 영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근거 없는 영유권 주장과 불법 점거에 항거하는 미국,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등 자유진영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불참하고 있고, 한반도 해역에서 북한 선박의 밀무역을 단속하기 위한 미, 일,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7개국의 합동해상작전에도 불참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실시해 온 합동해상훈련도 기피하고 있고, 미국이 군사보안 문제를 이유로 실시하는 화웨이 제재에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정부의 이러한 친중적 성향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좌파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우파 정부인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사실상 시작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국이 이미 미국 진영을 떠나 중국 진영으로 기울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이러한 한미동맹의 위기로 인해, 워싱턴 조야에는 친한파 인사의 씨가 말랐고, 한국의 동맹 이탈과 중국진영 편입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친북정책에 따른 위기)

한미동맹의 둘째 위기는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친북 편향적 성향을 띠게 됨에 따라 북핵문제, 대북정책, 군사안보문제 등 북한관련 동맹현안에 있어 양국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과거 노무현 시대를 훨씬 능가하는 친북정책 노선이 추구되고 그에 더하여 친중 굴종외교까지 추가됨에 따라, 한미 양국 사이를 연결해 줄 최소한의 접점마저 상실된 상황이다.

이에 따른 미국 정부의 강력한 거부반응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이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은커녕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이로 인해 한미관계 악화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고, 주한미군 대폭 감축과 한미동맹의 와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2018년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한국군의 전반적 방어태세 이완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고려연방제의 천년왕국을 꿈꾸는 이 나라 좌익세력에게 불감청고소원의 축복이 될지도 모르나, 대다수 국민에게는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다.

(한미일 삼각협력 파괴에 따른 위기)

한미동맹의 셋째 위기는 한국 정부가 반일 민족주의를 선동하고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을 폐기하는 등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체제의 근간인 한미일 삼각협력체제의 파괴를 주도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위기가 수면위로 부상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관제 반일민족주의 캠페인이 결과론적으로 한미일 삼각협력을 파괴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김일성의 이른바 ‘갓끈 전술’ 개념에 따라 반일정책을 통해 삼각협력체제를 타파하고 이를 통해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 궁극적 의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초 의도가 무엇이었건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 친북, 반일 정책 뒤에 숨겨져 있던 반미적 의도가 비로소 민낯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별다른 무마 노력을 기울이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정책을 바꾸거나 하다못해 그럴싸한 해명이라도 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현재의 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별다른 이의나 우려가 없음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한미일 협력체제를 파괴하는 것이 처음부터 한국 정부의 목표였다면 그것은 단순한 획기적 대외정책 변화의 차원을 넘어 한국이 건국 이래 소속되어 온 국제정치적 진영을 아예 송두리째 바꾸려는 원대한 전략이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수립 이래 70년간 한국은 미국과 서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이었다. 수십 년간 아태지역을 포함한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벌이는 다양한 외교적 공동행동, 합동군사훈련, 다국적 연합군 등에 참여함으로써 그들과 각별한 유대를 맺어왔다. 그 구성원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과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NATO 회원국들로서, 국제 문명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구성하는 핵심 국가들이기도 하다.

그런 한국이 돌연 방향을 급선회해 세계 공산주의-전체주의 진영의 대표격인 중국, 러시아, 북한이 결성한 ‘북방 삼각체제’ 카르텔의 문전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모두 과거 6.25 남침의 주역이었고, 미국이 이란과 더불어 최대의 잠재적국으로 간주하는 나라들이다. 미국은 이러한 동맹국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동맹국에 대한 의리가 없기로 정평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배신한 한국에 대해 보여줄 인내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한국의 동맹파괴 행위가 초래할 대가

한국 정부의 동맹파괴 행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무엇보다 먼저 한미동맹, 특히 주한미군 문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주한미군 유지비 총액에 해당되는 약6조원의 방위비 부담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동맹국으로서의 의무를 무시하면서도 굳이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원한다면 마땅히 주둔비용 전액을 ‘용병료’로 지불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것이 합의될 가능성은 없을 테니, 이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은 이 나라 외환시장과 대외신인도 및 외국인 투자에 큰 타격을 주어,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 한미관계가 아무리 악화되더라도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와 평택기지의 효용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주한미군을 절대 철수하거나 대폭 감축하지 못하리라는 견해가 좌파진영은 물론 우파진영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안일한 생각이다. 미국은 박정희-전두환 시대 이래로 여러 차례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을 시도했다. 양국관계가 긴밀하던 시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지상군의 대부분을 철수하고 주한미군을 공군 위주로 재편성 하려는 것이 수십 년 전부터 미국의 일관된 소망이었다. 그것을 외교협상을 통해 만류하고, 방해하고, 교섭이 실패하면 미국 의회와 언론까지 동원해 번번이 좌절시킨 것은 바로 한국 정부였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한 주한 미지상군 철수라는 미국 국방부의 오랜 꿈은 아직 유효하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얼마나 열심히 반대를 할 것인가?

한미 동맹관계의 악화는 양국 간의 정보공유에도 대단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북한동정 관련 전자정보 공유 등에 있어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보다 미국의 적인 중국, 북한을 더 중시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과연 미국이 어떤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국에 대한 최첨단 무기의 판매마저 중단될지도 모른다. 첨단 무기체계의 민감한 기술정보가 중국이나 북한의 손에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점을 미국이 어찌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이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부와 별개로 유엔군사령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한국이 중국 또는 북한의 침공을 받아 전시상태가 될 경우 한국군 사령관이 한미연합군을 통합지휘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동맹국인 미국보다 가상 적국인 중국, 북한에 대해 더 호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정부가 임명하는 한미연합사 사령관에게 미국 정부가 과연 주한미군과 수십만 증원병력에 대한 지휘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의회가 이를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이완은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와 군사정책 전반에도 변화를 불러옴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외교적, 군사적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안보체제에서 일본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리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 이탈에 따른 공백을 메우려 미일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보다 강력히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독도문제,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간의 오랜 쟁점현안들에 있어서도 점차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인 일본 측 입장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반일 캠페인은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동북아에서 일본의 외교적, 군사적 역할을 확대시키고 한일 현안에 관한 일본 정부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시켜 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가 현재 직면한 한미동맹과 국가안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명백하고 간단하다. 현재의 모든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들이 그 핵심이다. 첫째, 대중국 굴종외교를 종식시키고 미국의 동맹국으로 완전히 복귀해야 한다. 둘째, 시대착오적인 종북 정책을 중단하고 북한 핵문제와 여타 대북 정책에 있어 미국 및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외교적 공조를 재개해야 한다. 셋째, 9.19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하여 휴전선 일원에서의 대북한 감시, 정찰, 방어훈련, 심리전활동을 재개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한다. 넷째,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의 조건 없는 연장과 한일관계의 완전한 회복을 통해 한미일 삼각안보협력과 합동해상훈련을 복원해야 한다. 다섯째, 태평양 지역에서 실시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합동해상훈련과 합동작전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완전한 일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상의 5개항 조치는 그간의 비정상적 정책을 원점으로 복구시켜 정상화시키는 조치들이며, 국가안보의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해야 할 5개의 추가적 대응조치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섯째, 상주의 사드 기지를 즉각 가동하고 추가적 사드 포대 도입과 저고도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체제를 전국적 규모로 배치한다. 일곱째, 미사일 주권을 포기하는 대중국 ‘3불약속’을 폐기하고, 북한 핵미사일의 방어를 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연계된 고도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추진한다. 여덟째, 북한의 어떠한 재래식 군사공격도 미국의 도움 없이 능히 격퇴할 수 있을 만큼 우월한 군사력을 구축하기 위해 최단 시일 내에 대규모 군비증강을 실시한다. 아홉째, 자유민주주의 우방들과 협조 하에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개선 및 개혁개방을 위한 압박외교를 전개한다. 열째, 북한에 대한 핵억지력 확보를 위해 독자핵무장, 미국 전술핵 반입 등 가용한 방안을 국가차원에서 논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여타 조치들의 신속한 이행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상 열거한 열 가지 조치들 중 문재인 정부 하에서 실현 가능한 조치는 단 하나도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이러한 조치들의 필요성을 무관심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에 대해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둘째,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가 현 정부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여러 경로로 미국 정부에 알림으로써 미국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해 졸속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미국 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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