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한미관계

♣ “미래 황금알” 양자기술산업…韓기업이 美·유럽 선점 나서

SKT 세계적인 양자기술 확보
KT·LGU+ 국제표준 예비승인
삼성도 IBM과 양자컴퓨터 연구
정부 정책적 지원은 거의 없어

양자산업 15년 뒤엔 400조 원대
반도체 규모로 빠른 성장 전망

양자정보통신 글로벌 각축전

미국이 최근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보안을 요하는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한국 통신사인 SK텔레콤의 힘을 빌렸다.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일에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더불어 SK텔레콤 자회사인 IDQ를 참여시킨 것이다. IDQ는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키(Key) 전송 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적용하는 협업이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현재 구축된 양자암호통신망을 내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 구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일궈내며 경쟁력을 입증 받은 한국 이동통신사들이 양자암호 기술 개발 경쟁에도 뛰어들며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양자기술로 생성한 암호키를 송수신하는 양자암호통신은 패턴 분석이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로 강력한 안전성을 자랑해 우선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일 “공놀이로 비유하자면 기존 통신 방식에서는 누군가 중간에서 몰래 공을 가로챈 뒤 복제본을 전달해도 받는 사람은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렵다. 반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눗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아서 제3자가 비눗방울을 건드리기만 해도 형태가 변형돼 해킹이나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양자암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을 이끌어왔다. 특히 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망에 양자기술을 적용하는 등 세계 최초 활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고,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개발했다. SK텔레콤은 약 1년의 공동 연구 끝에 IDQ와 함께 유럽·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SK텔레콤 외에 KT와 LG유플러스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스터디그룹 국제회의에서 암호통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 권고안 1건을 제출해 국제표준으로 예비승인을 받았다. 이 밖에도 삼성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IBM의 양자컴퓨터 활용 사례를 만드는 `Q네트워크` 일원으로 참여해 20큐비트(양자컴퓨터의 단위) 양자컴퓨터를 공동 연구하면서 실용화 사례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기업들만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커녕 관련 법제도 등 정책적 지원이 전무하다. 양자기술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선정한 2019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 산업 시장 규모는 2035년 400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도체의 뒤를 이어 새로운 먹거리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2016년 발행된 퀀텀 유럽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의 양자정보통신 분야 지원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최하위권인 17위를 기록했다. 향후 투자계획에 따르면 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양자컴퓨팅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데, 한국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매년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며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고, 일부 기업은 벌써 상용화에 성공해 활용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은 2023년까지 약 435억 원을 투자해 ‘5큐비트 컴퓨터’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IBM이 이미 개발한 사양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양자기술 선도를 위한 대규모 국책연구과제를 준비했지만 ‘시기상조’라는 학계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지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 전략`을 수립해 국가 차원의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기반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 개발 사업`을 기획해 투자 확대를 추진했으나 그마저도 좌절됐다. 늦었지만 산학연이 모인 국회 차원의 양자정보통신포럼이 출범하는 등 기본적인 논의는 시작됐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이 포럼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양자응용기술 및 산업 진흥을 위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작년 말 미국 정부가 내놓은 양자지원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아서 허먼 허드슨연구소 박사는 “양자정보통신은 5G와 나노 기술 분야와 연계돼 경제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며 “미국은 양자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통해 과학기술을 넘어 한미 양국의 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 2019년 10월 20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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