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성과 분석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본 협회 편집위원장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가장 견고한 동맹이던 한미동맹이 현 정부 들어서 급격히 불안해지고 있다. 반미를 주장하는 지지층에게 발목 잡혀 정부가 동맹 간 협력을 형식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에 대한 공조체제도 미흡해졌고, 유사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설치된 양국군 간의 확장억제전략위원회는 가동되고 있지 않으며, 제반 정책협의도 적극적이지 못하다. 북핵 위협의 상황에서도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미군을 부사령관으로 격하시키겠다는 계획을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2월의 얼음’처럼 한미동맹은 겉으로는 튼튼히 보이지만 언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게 취약해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형식화는 2019년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양국 국방장관 간의 회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와 양국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회의인 ‘군사위원회회의(MCM: Military Committee)에서도 드러났다. 이 회의를 위하여 미국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비롯한 요인들이 방한하자 국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저녁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회의가 종료되었음에도 그의 의의를 평가하는 언론보도조차 없을 정도로 회의의 실질적 성과는 미흡하였다.

안보협의회의(SCM)의 경과
SCM은 1968년 1월 한국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남파되었던 무장공비들의‘1.21 청와대 습격사건’과 미국 정보함 ‘프에블로호 납치사건‘이 동시에 발생하여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자 한미 양국 국방장관들이 전쟁억제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연례적으로 협의하여 조치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시작되었다. 그 해 5월에 워싱턴에서 제1차 한미국방각료 회담을 실시하였고, 1971년부터는 이것을 SCM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또한 1978년 한미연합사(CFC)가 창설되면서 그 사령관에게 군사적인 지침을 하달하는 기구로서 양국 합참의장이 중심이 되는 군사위원회(MC: Military Committee)를 구성한 후 그 회의를 MCM이라고 부르면서 매년 SCM과 함께 개최된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과 매년 정례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미동맹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서울, 한번은 워싱턴에서 교대로 개최하는데,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SCM/MCM을 통하여 양국의 안보 및 군사문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협의 및 해결해왔다. 동일하게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은 ‘2+2회담’이라고 하여 1996년부터 외무 및 국방장관이 매년 만나지만 정례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미 양국은 SCM/MCM을 통하여 양국 군사에 관한 현안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만천하에 재확인시킨다. 세계 제 3국 또는 북한에게 한미동맹이 이처럼 강력하다는 점을 과시하여 도발을 마음먹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SCM/MCM에서 한미 양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협의 및 합의하느냐는 한미동맹의 수준을 나타내고, 그 진지성 여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효과의 정도를 결정한다.

51SCM 공동성명 분석
MCM의 결과는 군사적인 사항이라서 공개되지 않은 채 SCM에 보고되기 때문에 SCM/MCM의 성과는 SCM 개최 후 발표하는 공동성명을 통하여 한미 양국 국민들에게 보고된다. 그런데, 이번 제51차 SCM의 공동성명에서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합의나 조치도 없고, 논란이 될 만한 사항은 모두 애매하게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비록 공동성명은 내용은 길어졌지만(2017년 18개 항이 2018년에는 19개항으로, 이번에는 23항으로 증대), 대부분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미사여구이고, 한반도의 전쟁억제나 한미동맹의 강화에 긴요한 사항들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였다. 공동성명에 포함되어 있는 몇 가지 핵심 내용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으로 SCM 공동성명에 단골로 포함되어 있던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2018년 SCM부터 ‘핵능력(nuclear capability)’으로 대체함으로써 미국 안보공약이 약화되었다는 의심이 제기되었는데,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도 2018년과 같이 핵우산 용어는 포함되지 않은 채 안보공약이 재천명되고 있다. 즉 “에스퍼 장관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핵능력’이라는 용어가 있기 때문에 의미는 동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미국의 안보공약이 실제로 약화되었을 수도 있고, 이것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한국 정부가 한반도 전쟁억제의 절박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둘째, 한미 양국에게 대두된 가장 심각한 안보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그것을 억제하는 것인데,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이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방책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양측은…한미동맹의 억제태세를 제고하고 맞춤형 억제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들을 공동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포괄적인 기술에 그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위한 어떤 실질적인 조치도 강구하지 않고 있고, 핵무기를 계속 생산할 뿐만 아니라 12차례나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으로 한국을 위협하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한다면 한미 양국은 ‘맞춤형 억제전략’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고, 그 중에서 몇 가지 조치는 공동성명에 포함되었어야 한다. 북핵 억제방책에 대하여 한미 양국군이 필요한 만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다고밖에 판단할 수 없다.

셋째,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즉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였지만 이번 SCM/MCM에서는 예정대로 이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양 장관은 2020년에 미래 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전략문서 발전 등 검증평가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019년 8월에 한미 양국군이 초기운용능력(IOC) 점검을 실시한 것은 맞으나 컴퓨터 모의에 국한하여 검증이 미흡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 2018년 결정한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다.

넷째, 당시 한일 간에 첨예한 쟁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과 미일 간 본격적 협의가 시작된 방위비분담에 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음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소미아와 관련해서 “양 장관은 도전 요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안보이익에 기초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기술하고 있고, 방위비분담에 관해서는 조기 타결을 바라는 미국 입장과 증액을 꺼리는 한국 입장을 함께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양 장관은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아울러 양측은 향후 방위비분담금이 공평하며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였다.”라고만 기술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타결하는 것이 SCM의 기본적 기능인데, 그것을 회피한 것이다.

다섯째,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유엔군사령부(UNC)의 권한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제기되었던 갈등을 봉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국방장관은 대한민국이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권한 및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이다. 국방부 장관이 유엔군이 파견될 경우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한미연합연습에서 유엔군사령관의 지휘권 행사 가능성에 부정적 인식을 표명했던 점에 유의하여, 미국이 주장하는 유엔사 권위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
2019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51차 SCM과 제44차 MCM을 평가해볼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였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성명의 분량은 늘었지만 대부분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원칙의 표명에 그치고 있고, 북핵 억제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없었다. 이번 SCM/MCM이 열리기 전과 열린 후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그래서 결과에 관하여 언론에서도 별로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한미동맹은 점점 ‘2월의 얼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를 합의하기 위하여 미국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수뇌부가 한국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현재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가장 실질적이면서 중요한 문제는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문제이다. 그렇게 되면 미군은 부사령관이 되어 한반도 방어에 대한 책임의식이 줄어들 것이고, 3성 장군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무엇보다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분리되어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유사시 승리에 결정적인 결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SCM/MCM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2020년에 전환할 체제에 대한 ‘완전운용능력’ 점검을 실시하는 것으로 승인하였다. 오히려 SCM/MCM이 없었다면 한미 양국군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이러한 문제들을 심층 깊게 논의할 것인데 매년 이것이 개최됨으로써 기 합의된 방향을 기계적으로 추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SCM/MCM에서 북한의 핵억제 및 방어를 위하여 한미 양국이 추가적으로 합의한 바가 없다는 것은 한국의 손해이다. 미국은 유사시에 한국을 포기해도 큰 손해가 아니지만 한국은 한미동맹을 잃으면 국가의 안위 자체를 담보할 수 없어 한국은 이러한 회의를 통하여 미국의 안보공약을 가급적 구체화할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번 SCM/MCM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그를 위하여 한미 양국이 함께 진지하게 계획을 검토하는 모습은 보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한미 양국의 군사공격에 의하여 그들의 핵무기가 파괴될 것을 더욱 걱정하게 될 것이고, 그 걱정이 커지면 경제지원이라도 받으면서 비핵화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여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

나가며
한국은 지금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자주국방을 주장하지만,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 북한의 핵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 핵무기에 의한 응징보복의 위협만이 북한의 핵공격을 자제시키고, 남북한 평화공존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연합 억제태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나설 가능성은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이번 SCM/MCM에서의 논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양보에 매우 인색한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라는 심각한 도전요소를 갖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양보를 적게 하는 것보다 미국의 지원을 더욱 많이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막강한 국력과 군사력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점점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지만 현 정부의 위기인식은 안일하고,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SCM/MCM을 개최하면서도 원만한 회의 진행에만 신경을 쓴 것 같아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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