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과 한미동맹

김 태 훈
변호사,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북한 수령절대주의 3대 세습 정권의 폭력성은 내부적으로 세계 최악의 인권상황을 조성했고, 외부적으로는 6·25 남침과 핵·미사일 개발 등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무수한 군사도발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한미동맹은 유엔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군이 1950년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시작된 피로 맺어진 혈맹으로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 세계 역사 속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권 선진국에 다가가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반면 열악한 북한 인권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월 14일 제74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2005년부터 15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을 강력히 규탄하는 북한 인권 결의를 하였다. 이번에도 2014년 이래의 결의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인권침해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므로 안보리는 형사책임 규명을 위해 북한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최고 책임자를 적절히 제재할 것을 권고하는 사항이 포함되었다.

북한인권 운동의 획기적 계기가 된 2014년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정부 기관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고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규모, 그리고 본질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침해가 많은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규정’의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므로 북한 사태를 ICC에 회부하여 그 형사책임 규명을 하도록 유엔 안보리에 권고하였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은 40년 전 부터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1979년 베네수엘라의 유명한 시인이자 공산당원인 알리 라메다(Ali Lameda)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양심 수인으로서 겪은 일들”이라는 제하의 증언수기를 발간했다. 라메다는 1960년대 초 북한 초청으로 평양에서 일을 하다가 역시 평양에서 일하던 유명한 프랑스인 국제공산주의 운동가 자크 세디요(Jacques Sedillot)와 함께 북한에서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고 1967년부터 황해도 사리원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국제사회의 여론 환기로 7년간의 옥고 끝에 석방되었다. 세디요는 건강악화로 인해 평양에서 사망했지만 다행히 라메다는 귀국해 자신들이 겪었던 끔찍했던 일들을 수기로 남기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중국의 베트남 침공, 크메르루즈 대학살 등 국제적 현안들에 가려져 귀중한 증언이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1997년 유엔인권소위원회(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유엔차별방지·소수민보호소위원회)였다. 당시 가결된 결의안은 북한이 10년 가까이 제출을 지연하고 있던 정기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하는 등 오늘날에 비해 매우 온건한 수준이었다. 그 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참혹한 실상들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200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다. 2004년에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도가 신설되었고 미국에서도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다. 2005년부터는 유엔총회로 논의무대가 격상되어 15년째 계속 유엔총회 결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존의 유엔인권위원회가 격상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2008년부터 계속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어오고 있다. 2015. 6. 23. COI의 권고대로 북한 반인도 범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서울에 유엔북한인권사무소가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 8. 11.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국회의원이 최초로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였으나 계속 지체되던 중 2012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인권 침해사례를 수집·기록·보존하기 위해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를 발족하고 5월 최초로 북한인권 침해상황에 관한 ‘북한인권침해 사례집’을 발간하였다. 2016. 3. 2. 드디어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어 같은 해 9. 4.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3년이 넘도록 아직 필수기구의 하나인 북한인권재단이 아직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파행 운영되고 있다. 즉 기록센터는 북한주민의 인권 실태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과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과 관련된 사항을 수행하고 각종 자료 및 정보의 수집·연구·보존·발간 등을 담당하고 있으나, 아직 그 보고서가 발간된 바 없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구성에서는 검사가 배제되어 있다.

2017. 5. 10.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무관심은 심화되고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무드 조성은 북한인권 문제를 더욱 철저히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그때마다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인권법에 따른 인권대화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이를 외면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11월 7일 초유의 북한 어부 북송사건을 일으켰다. 정부는 지난 11월 2일 동해 NLL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북한 어민 2명을 닷새만인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함으로써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들이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장 등 16명을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러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96누1221 판결)과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고히 해 왔다. 그러므로 탈북 어민들이 외국인임을 전제로 한 난민법은 적용될 수 없고, 그들이 NLL을 넘어 대한민국의 현실적 영역 내로 들어온 순간 대한민국은 그들을 수용해야만 하고 추방할 권한은 없다. 북한이탈주민법에 의해 북한주민이 보호대상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그들의 귀순의사를 참고하여 정착지원시설에의 수용, 취업보호 등 여러 정착지원을 할 것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지 결코 추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북한주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제10조에 의해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적 인권을 갖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또 헌법 제27조에 의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보호된다. 그러므로 그들이 설사 살인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우리 법정에 세워야 한다.

도대체 어른 7~8명이 겨우 탈 작은 배에서 이들이 북한에 있는 공모자 한 명과 함께 16명을 살해했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처음부터 국민에게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하려다가 언론에 발각되어 마지못해 설명한 점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북한은 1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친서를 보낸 날짜가 ‘11월 5일’이라고 공개했는데, 바로 그날은 정부가 동해로 넘어온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한 날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김정은을 모시려고 탈북 어민 2명을 제물로 바친 셈이 된다.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의도적인 자국민 보호의무 위반이요 국민의 기본권 침해다.

뿐만 아니라 북한 어부들이 사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을 당할 것이 뻔한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가입한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1995년 국내 적용,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아니 되며, 권한 있는 당국은 가능한 경우 관련 국가에서 현저하며 극악한 또는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하게 존재하여 왔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모든 관련 사항을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나아가 지난 11월 14일 제 74차 유엔총회 제 3위원회의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빠졌다. 명백한 북한 눈치 보기다. 이와 같은 정부의 대북 굴종적인 자세와 북한인권 외면은 한미동맹의 와해로도 나타날 수 있는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한미는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확장억제 보장,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협력, 통상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를 갖고 있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중국을 자신의 주도권을 빼앗고자 하는 수정주의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한국이 동맹을 위해 보다 많이 기여하고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에 협조하기는커녕 한미동맹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일본에 통보했다가 가까스로 22일 종료 임박해서야 이를 사실상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한일 지소미아는 한·일 관계에 국한된 사안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주장으로서 지소미아 파기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으로 하여금 차후 북한 도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에 타격을 입히는 결정이다. 한·일 간의 즉각적인 정보공유 통로 차단은 미국의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미·일 삼각연대의 균열은 북한·중국·러시아를 결속시켜 외교적으로 한·미 동맹의 보호막을 스스로 벗어버린 한국을 무시하거나 안보 면에서 위협하는 국면에 처하게 할 것이다. 최근 동해에서 점증하는 러시아·중국의 한국 영해 및 영공 침범이 웅변으로 이를 증명한다. 북한 인권과 한미동맹은 동전의 양면이다. 한국은 지금이라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새로운 지역 협력 체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을 이해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동맹 발전 전략, 현안 이슈들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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