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의 제21대 총선공작 실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머리말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선거개입 공작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은 매시기 총선, 대선, 지자체선거 등 한국의 권력재편기에 대응하여 선거개입 공작을 자행해 왔다. 따라서 북한의 선거공작에 놀아나지 않고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대한민국의 강력한 안보축인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왔다. 실제 북한은 ‘민족공조’가 평화공조이며 ‘한미공조’는 전쟁공조라며 한미동맹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대남 선전선동을 일상화해 온바 있다.

북한이 총선에 개입하는 배경에는 선거라는 합법적인 공간을 활용하여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이른바 전조선 혁명을 위한 3대(북한, 남한, 국제) 혁명역량 강화노선 중 ‘남한사회주의혁명 역량’을 강화시켜 남한혁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이 2016년 제7차 당 대회에서 사업총화를 통해 “우리 대에 조국통일을 해야 한다”는 조국통일(적화통일)을 방침을 하달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들은 남한혁명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합법공작과 비합법공작을 전개하고 있는 중인데, 4.15 총선이라는 합법국면을 맞이하여 적화혁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각 부서마다 총력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역대 선거 공작 사례

북한은 2000년대 이전에는 주로 비합법공간인 지하 간첩망을 통해 선거공작을 은밀히 전개했다. 김낙중 간첩사건에서 밝혀졌듯이 북한은 이른바 진보정당 구축공작과 국회진출 공작의 일환으로 제14대 총선 시 민중당 후보 18명에게 7,900만원이라는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했고, 민혁당 사건에서도 확인되었듯이 1995년 지자체선거와 제15대 총선 출마자 6명에게 4,5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2011년 왕재산 사건에서는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의 대중적 기반 강화 및 지자체장 선거 지원을 지령한 바도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 북한은 비합법 선거공작과 함께 한국이 ‘사이버 강국’이라는 현실에 주목하고 정보파급력이 무차별적이며 신속한 사이버 속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방면에서 선거공작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사이버공격 역량이 세계 4위 수준이라는 자신감에 기반을 둔다. 작년 8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 패널보고서에서 해킹을 통한 금전탈취 등 북한의 사이버공격 역량이 악명 높게 공인된 바 있다.

북한의 4.15 총선공작 양상과 특징

첫째, 북한은 사이버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대남심리전 차원의 선거공작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주로 <구국전선>, <우리민족끼리> 등 50여개(총 180개중 적극적 활동하는 사이트) 대남대외 선전사이트를 적극 활용하여 이미 선거용 선전선동을 전개 중이다. 또한 북한이 이미 확보한 국내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유튜브계정, 트위터계정,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선거공작도 병행하고 있다.

실례로 북한은 올 1월 1일 「통일전선부」 소속의 대남혁명전위대인 「반제민전」의 충성맹세문에서 “보수적폐 무리들의 부활과 재집권 야망을 전 민중의 이름으로 분쇄하겠다”고 총선투쟁을 다짐한 바 있다. 이후 각 대남 선전 웹사이트 매체들에서 보수정당을 악성비방하며 가짜뉴스 등 여론조작을 확산시키고 특정당 후보들의 심판(낙선)을 독려하고 있다. 반제민전은 2월 14일 ‘무혈 쿠데타를 노린 탄핵 놀음’이란 논평을 통해 “당리당략과 보수재집권에 환장이 되어 정의와 진보에 거리낌 없이 도전해나서는 역적패당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계 민중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패당의 정권찬탈을 위한 발악적 책동에 각성을 가지고 그를 철저히 분쇄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올 2월 21일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서는 ‘날이 갈수록 환멸만을 자아내는 보수역적무리’라는 논평에서 “최근 남조선에서 《총선》이 가까와올수록 권력에 환장한 보수패거리들의 싸움이 더욱 치렬해지고 있다…….중략…….날이 갈수록 환멸과 구토감만 자아내는 보수야당들이야말로 악취풍기는 적폐의 오물장, 인간추물들의 서식장이다. 남조선각계층은 민생은 아랑곳없이 정쟁에만 혈안이 되여 정치판을 아비규환의 란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보수패당을 모조리 력사의 시궁창에 처박고야 말 것이다.”라며 노골적으로 보수 세력을 낙선을 선동하고 있다.

둘째, 우리는 북한의 이른바 댓글공작팀의 흑색선전 등 여론조작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는 여론조작의 대명사인 이른바 ‘드루킹’의 원조 격인 북한의 댓글공작팀이 가세하여 다방면에서 가짜뉴스를 전파시킬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해킹 등 비합법적 입수한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국내 유수의 카페, 블로그, 자유게시판 등에 댓글을 달며 여론조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은 이러한 댓글이 내국인인지 북한의 댓글공작원 인지를 판별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실례로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태영호 전 공사에 대해 2월 26일 북한의 대외선전웹 사이트인 <메아리>에서는 ‘대결광신자들의 쓰레기 영입 놀음’이라는 논평에서는 태공사에 대한 악성비방을 전개 한바 있다. 문제는 선거막판에 특정정당 후보에 대한 악성 흑색선전 공세를 펼치면 이를 해명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선거가 치러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공간에서의 흑색선전이 실 시각으로 오프라인에 확산되어 여론조작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넷째, 북한은 이번 4.15 총선구도를 기본적으로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구도로 편성하고 이와 함께,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의 구도를 중점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이 지칭하는 ‘평화세력’이란 이른바 종북좌파세력, 짝퉁진보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6.15선언-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지지세력, 통일세력, 자칭 진보세력 등을 의미한다. 반면, ‘전쟁세력’이란 보수우파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6.15선언-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반대 세력, 반통일세력, 반민주세력, 수구꼴통세력, 썩은 세력, 보수패당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

북한은 2012년 대선 시 반제민전의 <구국전선>을 통해 국내 종북권에게 ‘전쟁반대-평화수호’의 투쟁구호를 하달하며 “평화옹호 진보민주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고 선동하며 “000당이 당선되면 핵전쟁 터진다”라고 선동한 바 있다. 2020년 1월 6일 반제민전은 ‘추악한 오명으로 얼룩진 자유한국당의 1년간 행적’이라는 장문의 논평에서 동당을 동족대결당, 친미사대당, 전쟁을 부추기는 당 등으로 매도한 바 있다.

다섯째, 북한은 총선 전에 전쟁공포와 사회혼란 조성을 위해 낮은 단계에서 제한적인 군사도발이나 사이버테러를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정정당이 집권하면 전쟁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육·해상 및 공중 월경·복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회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통신망, 금융망, 사회안전망 등 국가기간망 및 사설망에 대해 사이버테러를 자행할 수도 있다. 3월 2일 북한이 4개월 만에 원산에서 동해상으로 불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일부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북한의 무모한 무력도발은 자칫하면, 유권자들의 잠재된 안보의식을 결집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하나, 북한은 이미 이를 상정한 편익분석을 마치고, 군사도발로 인한 안보결집표를 상회하는 전쟁공포의 위협으로 인한 이른바 평화안정 갈망표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올 초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대남 선거용 사이버심리전의 내용을 보면,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 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등 보수정당과 특정 인사들에 대해서 악성비방하며 직접 심판론을 제기하고 낙선투쟁을 독려하고 있는 반면집권여당이나 정의당에 대해서는 전혀 비방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4.15 총선과 관련한 북한의 대남 선거공작 의중을 가늠할 수 있다.

북한의 4.15 총선공작 저의

이번 4.15 총선을 겨냥한 북한의 공작 목표는 ① 전략적으로 대남적화전략의 기반을 조성하려는 것이며 ② 전술적으로는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국회를 안정적으로 장악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특정 정당 후보들을 낙선시키고 이른바 북한에 우호적인 정당의 후보들이 가능하다면 개헌 가능선인 2/3의 의석을 차지하도록 공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적화혁명을 위한 북한의 대남노선이 개헌을 통해 반영되면, 연방제 통일 등 합법영역에서의 적화혁명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설령 개헌의석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북한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국회를 장악하게 되면 북한은 다양한 대남적화혁명 공작을 전개할 기반을 합법영역에 구축하게 된다. 결국 북한은 합법 공작과 비합법 공작 및 반(半)합법 공작을 배합하여 총선공작에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비합법영역에서 대남공작부서를 총동원하여 전개하는 4.15 총선공작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앞서 제시한 민족민주혁명당, 왕재산간첩단 등의 사례와 같이, 그동안 한국의 선거에 대응하여 합법영역과 반(半)합법영역에서는 통일전선부의 교포망과 대남심리전을, 비합법영역에서는 문화교류국의 지하간첩망과 정찰총국의 해외간첩망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배합해 선거공작을 전개해온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전과 같이 예외 없이 진전된 선거공작을 전개할 것이다.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등 무력증강과 대남간첩공작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북한정권의 의도를 직시해야 한다.

맺는 말

이렇게 북한의 4.15 총선공작이 다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정작 공정선거를 관리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북한의 선거 개입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금지한 조항 등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눈치나 보며 항의나 경고도 못하는 정부라면 헌법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보인다.

현 상태에서 북한의 총선공작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유권자인 우리 국민들이 북한이 대남적화혁명전략의 일환으로 전개하는 제21대 총선공작의 실체와 저의를 인식하여, 냉철한 판단으로 가짜뉴스나 여론조작 공세에 말려들지 않고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성숙된 민주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