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Bulletin



GT Bulletin 제13호 (중국의 북핵제재 단호해야 한다)

중국의 북핵제재 단호해야 한다

1. 각종 대북제재 예외 두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서명한 미국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대해 중국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현재와 같이 복잡미묘한 한반도 정세를 한층 긴장시키는 어떤 조치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대에 따라 “미국의 새로운 단독제재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중국은 각종 물품이 북한으로 자유롭게 넘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국경무역은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평소와 다름없고 유엔제재에 의한 방해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비협조는 핵실험에 대한 ‘처벌’ 차원의 제재를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로 수백만 명의 난민이 넘어 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각종제재에 예외를 두었고 이런 예외가 다양한 물품의 북한행을 가능하게 했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 크다. 중국이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화물 중 5% 정도만 금지물품 검색이 이뤄지고 대부분은 그대로 통과되고 있다고 한다.

  2. 실망스러운 중국의 대북제재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는 실망스럽다. 북한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너무 소극적이었다. 분량은 표지를 제외하면 3쪽 반에 지나지 않고 내용은 이행의사를 정리한 것 이외는 별다른 게 없다. 결론부분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엉뚱한 문장도 집어넣었다. 중국은 한미가 사드를 배치하면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겁박했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 이후에도 북한과 중국의 교역은 줄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오히려 전보다 더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 안보리 결의 직후에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유엔제재 명단에 올라간 북한 배가 중국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항을 거부하고 육로로 국경을 넘는 화물트럭에 대한 짐 검사도 꼼꼼히 했다.

(출처: 2016.6.7. 조선일보)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슬그머니 예전으로 돌아갔다. 요미우리 신문은 “특히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뒤 북·중 교역이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서 사들이는 석탄 물량이 6월 이후 전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원유도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를 잇는 송유관을 통해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6일 오후 중국 지린성 훈춘에서 북한 나진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취안허 세관입구는 북새통이었다. 두만강 교를 건너 북한으로 가려는 화물 차량과 중국인 관광객 차량 900여대가 길게 줄을 지어 섰다. 중국정부는 강도 높게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비판하고 있지만, 북·중 교역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북·중 교역은 핵실험의 영향을 거의 받고 있지 않지만, 국경인근 주민들은 핵실험에 대해 분노했다. “핵실험으로 오염된 물이 흘러 들어오면 죄 없는 우리가 마시게 된다”고 화를 냈다.

3. 북한의 광산물 대중수출 제재 단호해야

미국이 북한 핵개발 및 돈세탁 연루 혐의로 중국 기업인 훙샹(鴻祥)그룹을 제재한 것과 관련, 북한이 훙샹그룹 본사가 있는 단둥에 긴급하게 간부를 파견했다.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이상이 이뤄지는 곳으로 북한은 이번 제재로 중국 내 대북 물류기업의 손발이 묶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9월 20일 ‘훙샹그룹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미 행정부가 압류한 훙샹그룹의 미국 내 25개 계좌 중 일부의 거래내역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며 “북한으로선 엄청난 액수의 돈을 몰수당할 처지에 놓인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간부를 단둥에 급파한 것도 훙샹 제재의 여파로 금전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훙샹그룹과 북한과의 거래 규모가 북·중 무역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훙샹그룹 제재는 북한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마샤오홍 회장은 중국 공산당 대외 연락부(중련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 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 기업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훙샹그룹이 아니라 완샹(萬向)그룹이라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완샹 유한공사는 북한 양강도 혜산 청년 광산의 구리 정광을 2025년까지 독점 수입한다는 조건으로 북한과 혜중광업 합병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이 합영회사를 통해 양강도의 구리 정광과 중석, 몰리브덴 등을 모두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석탄과 철광석을 포함한 광산물은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수출품목이다. 그 중에서도 석탄은 전체수출의 40%이상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석탄은 한마디로 북한경제의 명줄이자,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북한산 광물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다. 북한 수출에서 중국은 85%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광산물 수출 분야에서 중국 비중은 더 크다.

중국이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수입 금지만 제대로 이행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가 북한에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16.4% 증가했다. 또 북한의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중국과 하고 있다. 북한 내 일상용품의 90%가 중국산으로 중국 화폐인 위안화 사용이 일반화 될 정도로 경제 종속도가 높은 편이다. 유엔 대북 제재에도 북한의 철광석과 석탄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2270호의 민생 예외 조항이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는 ‘다층 제재’ 시스템으로 더욱 강화 되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화를 피하기 위해 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으나 그 결과는 북한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랴오닝 훙샹그룹에 제재를 가한 것처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중국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유엔 회원국 각자가 독자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강력히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지난 10월 12일 ‘북한의 외국인 관광수입차단’이라는 새 카드를 꺼냈다. 북한의 해외 관광객 중 90%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북핵제재의 태도가 실망스러울수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강도를 더해갈 것임에 비추어 중국의 북핵제재는 단호해야 할 것이다.

 

유 석 렬 박사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한미우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