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Bulletin



GT Bulletin 제22호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부터 5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대체로 2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즉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신하여 그들의 핵무기로 대규모 보복을 하겠다는 약속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탄,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사용한다는 결정은 쉽지 않다. 중국을 비롯한 핵강대국과의 전면 핵전쟁으로 악화될 수 있고, 비례성의 원칙을 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여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는 군사적 상황 또는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기를 말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폭탄, 단거리 미사일, 포탄, 지뢰, 어뢰, 심지어 핵배낭 등의 형태가 있고, 그 위력도 수십 톤에서 수백 톤으로 천차만별이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략무기감축 회담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핵무기를 포괄하여 비전략핵무기(NSNW: non-strategic nuclear weap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술핵무기 배치 사례

냉전 시 미국과 소련은 상당한 정도의 전술핵무기를 보유 및 배치하였다. 다만, 냉전이 종식되면서 대부분 폐기하였고, 미국은 B61계열의 핵탄두를 본토에 500기, 유럽에 180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적게는 1,000기에서 많게는 5,000기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정밀유도기술이 향상됨으로써 전술핵무기를 활용한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여 이들 국가들은 전술핵무기의 질을 향상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냉전시대에 한국에도 1957년 12월 말에서 1958년 1월 초 사이에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된 적이 있다. 미국이 재래식 전력을 철수하는 대신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여 북한, 소련, 중국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에서 배치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 950여기에 달할 정도로 전술핵무기의 숫자와 종류는 다양화되었으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전반적인 전술핵무기 폐기에 합의하였고, 한국에서도 1991년 철수하였다.

(출처; http://news.chosun.com, 2017년 3월 30일)

전술핵무기 배치 관련 주장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이 심각해지면서 전술핵무기 배치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대표는 2010년경부터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든가 아니면 한국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할 것을 주장하였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인 2016년 2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한 바 있고, 각계 원로들이 전술핵 재배치 촉구 국민서명운동에 돌입하기도 하였다.
전술핵무기 배치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은 송대성 박사로서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공포의 균형’에 의하여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데, 그 방법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되면 전술핵무기를 다시 철수하면 된다는 의견이었다.
한국 정부는 아직은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은 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2017년 3월 4일 트럼프의 국가안보팀 회의에서 북핵대응책을 논의하면서 그 중에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효과를 내는 방안”도 거론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자극받아 국내에서도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주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전술핵무기 재배치의 장점

우선, 미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북한의 핵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는 당연히 증대된다. 핵미사일·폭격기·전략잠수함을 활용한 미국의 대규모 핵 응징보복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나 국내외의 반대여론 등으로 결심이 쉽지 않고, 그런 연유로 시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북한이 오판할 수 있다. 반면에, 전술핵무기는 주변국까지 피해가 확산되지 않아 사용 결정이 쉽고 군사목표에만 정교하게 사용될 수 있어 북한 핵 도발에 대한 실질적 억제 효과는 클 것이다.
둘째,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면 단기간에 남북한의 핵무기 불균형을 교정하고, 북한의 핵무기 독점 효과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가진 상태에서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응징보복력(KMPR) 등 필요한 북핵 대응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국에 배치된 미 전술핵무기는 수도권에 대한 기습방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수도 서울은 휴전선에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북한이 생화학 공격을 통하여 전방지역을 무력화시킨 다음에 재래식 기습공격으로 서울을 공격할 경우 곤혹스러울 수 있다. 전술핵무기가 존재한다면 한미 양국군은 공격하는 북한의 전방부대나 증원부대를 단시간에 격멸할 수 있고, 이러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은 공격을 시도하기 어렵다.
넷째, 미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면 비핵화 협상이 활성화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한국도 미 전술핵무기를 철수시키겠다고 제안할 경우 상당한 명분과 협상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간 핵 균형이 이뤄지면 남북한에서 온건세력의 입장이 강화되어 협상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불안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도 북핵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다섯째,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면 국내의 자체 핵무장 주장을 예방할 수 있다. 이로써 핵무장 추진으로 인한 소모적 논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노력·예산의 소요, 한미동맹의 훼손 가능성을 예방하는 효과가 적지 않다.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의 위험

첫째, 전술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한반도의 군비경쟁이 강화될 개연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북한은 전술핵무기로부터 위협을 느껴 그보다 더욱 강한 핵전력을 구비하고자 노력할 가능성이 높고, 더욱 공세적인 핵무기 사용전략을 표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비핵화를 통한 평화보다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한반도에 핵무기가 많이 존재할수록 핵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하더라도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함으로써 한민족에 대한 핵전쟁의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건전한 전략일 수 있다.
셋째, 한국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폐기 또는 포기하라는 한국 또는 세계의 요구는 설득력이 작아진다. 전술핵무기 배치는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한국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도 나름대로의 대응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 간의 갈등과 군비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하여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나가며

미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다시 배치하는 문제는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신중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장단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다만, 미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제반 판단은 북한 핵위협을 얼마만큼 심각하게 인식하느냐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생존이 극단적으로 위협받는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의 양과 질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경우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결행해야할 필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미 전술핵무기는 미국의 소요이기 때문에 그의 재배치에 대해서는 한국보다는 미국의 결정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한미동맹 강화가 보장되어야 미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논의가 실질성을 갖게 될 것이다.

 

박 휘 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