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Bulletin



GT Bulletin 제18호 (북한 “핵·미사일 발사 위협?” “그런 일은 없을 것”, 트럼프)

북한 “핵·미사일 발사 위협?” “그런 일은 없을 것”, 트럼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의 핵 위협이 계속되고 한·미 연합 훈련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이룩되어” 북한이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핵전쟁 위협에 대처한···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 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 탄도 로켓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민군대는 적들의 무분별 침략과 전쟁도발 책동을 단호히 짓부수고··· 국방 분야에서의 빛나는 성과들은··· 제국주의자들과 반동세력들을··· 파멸의 길에 몰아넣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민군 창건 85돌이 되는 올해를 ‘훈련의 해·싸움준비 완성의 해’로 정하고 만능싸움꾼 육성, 전투동원태세 확립, 주체무기 더 많이 개발·생산’을 주문했다. 북한은 싸움준비 강화는 2015년부터 ‘전투태세 준비는 2016년 이후, 국방공업 강화를 통한 무장장비 개발은 2013년 이후 계속된 과제였다.

김정은은 이번에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2일 “북한이 신년사에서 미국 일부 지역까지 도달하는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미 정보기관에 요청해서 처음으로 받은 기밀 브리핑이 북핵 문제였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자 측의 최 측근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20일 임성남 외교부 1 차관 등을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및 세계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북한 관련 정보공유를 포함해 향후 한미 간 긴밀한 대북 공조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배치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 차원의 올바른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 동안의 관측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로 다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의 신년사에 ‘북핵 불용’ 방침으로 맞대응하면서 워싱턴 일각에서 대북 선제 타격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대북 선제 타격론은 지난해 9월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라고 말한 뒤 공론화된 주장이다. 트럼프도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에 대해서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의 신년사와는 달리 북한이 ICBM을 전력화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돈과 부를 앗아가고 있는데 북한 문제는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책임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중국이 그 문제를 진작 풀 수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현 상황을 변화시킬 협상을 중국과 못한다면 왜 우리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중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강경한 발언은 중국을 압박해서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는 “중국은 일방적인 미국과의 무역으로 엄청난 돈과 부를 빼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과 관련해 미국을 돕지 않은 것이다. 멋져”라고 비꼬아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12월 초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한 뒤에는 “중국은 북핵 문제도 전혀 도와주지 않는데 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여야 하느냐”라고 했다. 미국이 대 중국 압박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다면 북핵 문제에 극적인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른다. 미국의 위협에 자극 받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본격적인 대북 압박에 나선다면 북한이 진지한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당선인이 과연 북핵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선제적 타격은 아니더라도 군사조치를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 내외 교역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을 통한 북한의 태도변화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신 미·러 관계 형성을 통한 중국 압박, 대만과의 양안 문제를 지렛대 삼아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통한 대중 무역 압박 등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실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의 현실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1월 3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추진하는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를 반박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중국과 사이가 안 좋으면서 중국의 북한 관련 역할은 더 강조하는 일종의 패러독스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CNN은 지난해 11월 4일까지 실시된 한국에 전쟁이 터졌을 때 비상탈출을 연습하는 ‘비전투원 소개(疏開) 훈련’을 단독 동행 취재해 지난 1월 3일 ‘김정은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미군이 해마다 실시하는 훈련이지만 미군헬기를 동원해 민간인을 일본 오키나와까지 대피시킨 것은 2010년 이후 거의 7년 만이다. 그만큼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와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유세 중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대미 강경 신년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화 가능성 시사를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진정한 의도는 미국을 무력으로 위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핵으로 북한을 고립 질식시키려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바꾸어 대화와 협상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대미정책은 핵국가로 인정받고 대미 평화 협정을 체결,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 목적을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한 북한이 대미 대화로 공세 전환을 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을 것이다.

 

유 석 렬 박사
본회 부회장/국립외교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