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Bulletin



GT Bulletin 제12호 (반도체 수출과 해외여행)

반도체 수출과 해외여행

한미우호 관계는 우리나라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 또한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무역협회 통계에 의하면 수출 일등 품목은 반도체이며 620억불을 수출했고 대상국은 미국이 중국 다음으로 수출 2위국이다. 그러나 중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대부분이 미국 회사의 중국 공장으로 선적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매권은 미국 본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의 무역흑자 수지(상품 수출과 상품수입의 차이)가 수출의 26%이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최고 효자 종목 중의 하나다. 물론 지금까지의 성장률을 계속 유지 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한국 수출의 cash cow(고수익 현금 창출 사업군)로서의 역할을 잘 할 것이고, 시장 점유율이 메모리 반도체의 DRAM은 삼성/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70% 이상, 낸드 플래시는 45% 이상으로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와 고객의 요구가 있는 한 수요 면에서는 안정적인 사업으로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2015년 11월 9일)

물론 중국이 전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특히 낸드 플래시에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으나 새로운 경쟁에서 이겨나가기 위해 수출 효자 종목 1위인 반도체의 지속적인 성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겠다. 중국보다는 한국에 공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정부의 후원과 노동계의 협조가 필요하고 학교에서는 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필요 인원(특히 반도체 전공 엔지니어)이 배출되도록 지원해야 하겠다.

그리고 기술과 생산능력이 있다고 해도 반도체를 구매할 고객과의 관계를 최고 수주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고객은 항상 선택권이 있고 그들은 영향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구매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유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 고객들이 이 관계를 얼마나 비중 있게 평가하는 가를 알아보자.

1980년대 후반부 당시 세계 IT업계의 리더 중의 하나였던 미국 HP(Hewlett-Packard)회사에서 협력업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선정 할 수 있는 주요 지표와 물량적 지수를 만들었는데 이를 TQRDC라고 불렀고 이는 후에 많은 업체들이 이 지표를 사용했다. TQRDC란 T(기술), Q(품질), R(관계), D(배달), C(가격)를 숫자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다. 이 지표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품질 다음으로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고객은 물량의 지속적인 공급과 그들이 필요한 새 기술을 개발 해 줄 수 있는 긴밀하고 우호적인 협력 업체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과격한 촛불 집회나 도를 넘는 반미 발언은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그 기사는 그대로 우리 반도체 미국 고객에게 전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물론 할 얘기는 하고 지나가야 하겠지만 한미 관계의 근본을 해치는 감정적인 언행은 우리 수출과 외화 벌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수의 과격한 행동이 편중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우리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의견으로 고객에게 보일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2014년 한국민 해외여행은 천육백만 명이고 해외여행에 190억불의 경비가 들었는데 이 금액은 2014년 반도체 무역 흑자 수지와 같은 숫자이다. 즉 반도체 수출로 벌어온 외화로 전 국민이 해외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국민들이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것은 우리 생활의 레벨 업을 보는 것 같아 참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활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누군가가 그 외화를 벌어야 하고 그 외화를 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가도 알아야 하겠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최대 수출 제품인 반도체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또 우리 국민들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외화를 벌기 위해서도 우호적인 한미 관계가 꼭 필요하다.

 

박 상 호 전 매그나칩 반도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