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흔들리는 한국 외교, 굳건한 ‘한미동맹’ 절실

흔들리는 한국 외교, 굳건한 ‘한미동맹’ 절실

권유미

재향여군연합회회장,국방여성전우회회장

본 협회 편집위원


북한의 한미동맹 무력화 시도


 지난 6월 16일,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판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의 판문점 선언 때문에 개성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외교공관이자 평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세워진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폭파돼 흉물스러운 폐건물이 됐고, 북한은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로써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상황에 이르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발표해 “자타가 공인하는 바와 같이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 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더불어 김여정은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미국)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신무기 도입을 문제 삼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 간 통신 채널을 차단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무력행사에 나선 이유는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담화문을 통해 김여정이 거듭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언급한 데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의 협의 없이 김정은 정권에 이익이 되는 남북 경협에 참여한다면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주요 원인이라 지적한 대북 전단 살포는 실상 핑계일 수 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적대 기조를 만들어 자국 내부의 충성심과 결속력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향한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 협력을 받고자 한미동행 악화를 시도한 게 보다 명확한 목적으로 보인다. 

北은 중·러와 똘똘 뭉쳤는데… 韓은 고립?


 북한의 극단적 행보에는 이미 중국, 러시아가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중·러와 행보를 함께 하며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최악의 외교 관계를 구축한 데다 한미동맹마저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한 행동 변화에 따라 경제 제재를 해제하거나 체제를 보장하는 쪽으로 결정하고자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인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의 사이가 틀어지자 한미동맹에도 이목이 쏠린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 역시 최악을 걷고 있다. 일본은 화해·치유재단 무산, 초계기 갈등 등을 문제 삼아 한국과 냉랭한 외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유사시에 가장 가까워야 할 미국, 일본과 척을 지는 모양새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 전반을 볼 때 사실상 파트너 없는 외교로 전락한 것으로 정리된다. 외교란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입장이 달려져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대북 외교는 일종의 ‘짝사랑식 외교’로 위태로워 보였다. 미국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가 민감한 감정을 나누는 가운데에도 한국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대형사건이 터졌음에도 한국은 북한 측의 무례한 언행과 비공개로 제의한 대북특사파견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점만 비난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항의표시는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바에 향후 한국은 북한 편향적 외교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안녕한가?


 이러한 가운데 최근까지도 한미 양국 당국자들은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양국이 굳건하다면 이런 언급은 굳이 필요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에 이미 균열이 감지됐다고 풀이된다. 


지난 6월 3일 이수혁 주미대사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에 대해 “일각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어느 편에 설지 이미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강력하고 역내 평화와 안전에 필수적”이라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말했듯이 우리는 한국과 좋은 파트너이고 코로나19와 관련한 우리의 협력은 동맹의 힘을 재확인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미동맹은 많은 도전에 직면하면서도 철통같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미 국무부가 동맹국의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며 언급을 피해온 것과 달리 이 대사의 발언에 즉각 반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화하며 한미동맹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 안팎으로 불협화음이 감지되자 국민들은 불안한 상태다. 북한의 핵 억제를 위하여 지난 정부 때 설치된 ‘확장억제전략위원회’나 외교 차원의 협의기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고, 대규모 한미연합훈련도 모두 폐지된 상태이며, 대북정책에 관한 정책 공조도 미흡하다. 여기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시기와 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 양국 간 북한과 중국에 대한 접근법 차이 등이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갈등마저 빚어내며 한미동맹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잡음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해치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다. 대북정책은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상호의 이익에 협조해야 할 중대 현안이다. 한미동맹 훼손 논란이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 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는 기만적인 ‘가짜 평화’이며, 한국의 안보역량을 무력화시키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드러났다. 한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무력화된 안보역량을 복구하고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바탕으로 북에 강경하게 대응할 시점이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의 우려를 흘려듣지 말고 우리 국민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개별관광 등 남북경협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고 있는 북한의 정권 변화를 포함해 미·중 마찰 등 한반도를 둘러싼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오늘날 한미동맹의 무게감이 더욱 실감 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방적인 짝사랑 외교와 온정에 기댄 지원과 정책은 잠시 멈춰도 괜찮을 듯싶다. 지금은 북한의 정세를 주시하면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합을 맞추며 대북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