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년도 미국 대선 전망

2020년도 미국 대선 전망            

이춘근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국제정치학


I. 트럼프가 불리하다고 알려 주는 미국의 주류언론과 이를 받아쓰는 한국 언론


   2020년 미국의 대선이 약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직을 8년간 역임했던 조 바이든의 대결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6월 중순 현재 미국의 각종 여론조사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의 언론들도 미국의 언론을 그대로 베껴 쓰다 보니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트럼프의 재선이 어려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언론이 쏟아 내는 트럼프 관련 기사 중 92%는 트럼프에 대해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적대적(Hostile)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벌이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뒤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당연하다.


 4년 전인 2016년 미국의 주요 언론 중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언론이 과연 단 하나라도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라. 2016년 미국 대선이 치러지던 날 아침 필자가 구독하고 있던 종이신문의 일 면 기사는 ‘오늘은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날’이며 그 확률은 91%라는 큼직한 글자로 도배되었다. 같은 날 오후 3시 무렵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필자는 그 신문의 구독을 중단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날 저녁 필자는 미리 약속되어 있었던 강연회에 가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를 1시간여가량 설명했다. 평소 트럼프가 당선되리라고 예측했던 바들을 다시 반복해서 말한 것이다. 주로 CEO 경영인들이 청중이었다. 강의를 마친 후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자신은 집에서 4개의 신문을 보고 회사에서는 모든 신문을 다 보는데 지난 반년 동안 오늘 교수(필자)께서 말한 내용을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내일부터 집에서 보던 신문 4개의 구독을 끊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어떤 언론 매체도 잘못된 예측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는 날부터 트럼프의 취임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고 취임 후에는 탄핵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트럼프는 취임 후 3년이 넘은 2020년 2월 5일 상원에서 탄핵이 기각됨으로써 겨우 탄핵 소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필자가 2016년 5월 무렵부터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45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강연 및 언론 기고를 통해서 하고 언론에 기고도 했었다. 극소수의 견해였고 많은 지식인으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필자의 제자였던 해군 대령 한 분은,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한 모임에서 필자에게 자신과 동료 장교들은 작년 가을 선생님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저러시는지 애가 탔었다고 고백했다.


금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것은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4년 전보다는 월등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승리할 것이냐를 100%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금년 대선이 있을 11월 3일까지 남은 시간은 대통령의 당락을 몇 번이라도 바꿀 수 있는 충분하고도 긴 시간이다. 다만 우리는 미국 정치 및 대통령 선거제도에 관한 몇 가지 합리적인 기준과 자료를 가지고 금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승리할 것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미국 주요 언론의 헛발질 역사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압도했는데 왜 트럼프가 당선되었는가에 대한 간단한 대답은 여론조사가 틀렸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힐러리의 승리를 예측했었더라면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다 틀렸다고 대답하면 된다. 또한, 압도적 다수의 언론사들이 힐러리를 지지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면 미국 국민 중 언론을 신뢰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10%에도 미달한다고 대답하면 될 것이다. 미국의 신문들은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 사설을 통해 자기 신문사가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를 지지한 신문사는 57곳, 트럼프를 지지한 신문사는 단 두 곳이었다. 2020년에도 거의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왜 언론들이 이토록 민주당 편향적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긴 설명이 필요할 것이지만 우리가 흔히 미국 최대의 언론 중 하나로 알고 있고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두 신문 중 하나인 뉴욕 타임스는 발행 부수가 2019년 기준 443,000부(2016년 대선 당시 기준 571,500부)에 불과하고 워싱턴 포스트는 1877년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공화당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신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877년 이래 미국 대통령들 27명 중 17명이 공화당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들 신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지 모르겠다. 즉 현재 미국 여론 혹은 언론의 분석들은 금년 11월 3일을 예측하는데 그다지 양호한 자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3.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는 일반적 요인 


   미국 대선은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가 겨루는 경우, 두 사람 다 처음으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2016년 대선은 양당 후보 모두 대통령이 아닌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이며. 2020년은 한편은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가 싸우는 선거이다. 역사적 사례를 볼 경우 양당 후보 모두가 대통령이 아닌 경우 전임 대통령의 정당이 아닌 경우가 유리하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8년의 임기를 마친 정당 출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차 대전 이후 75년 동안 딱 한 번 그런 경우가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8년 임기를 마친 후 조지 H.W.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공화당이 12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부시의 임기를 레이건의 Third Term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부시는 4년 후 민주당의 클린턴에게 패배당했다. 즉 미국 역사상 같은 당의 대통령이 모두 재선에 승리, 16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는 말이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겨루는 경우 웬만하면 재선된다는 것이 역사에서 나타난 사실이다. 2차 대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실패한 경우는 카터 대통령밖에 없었다. 부시 (41대)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때는 이미 공화당이 12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4년 전보다 경제가 좋아졌느냐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외교정책에 성공적이었느냐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물론 2020년의 선거는 다른 해의 선거보다 국제정치, 특히 중국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며 중국 문제를 성공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고 보인다. 중국 문제는 우한 바이러스로 인한 미국의 극심한 피해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미국 사람들은 지금 중국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이며 중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으로 중국의 도전을 제압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중국에 대해서는 자신이 훨씬 더 강력한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변수들을 고려하여 두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트럼프의 당선 여부를 판별해 보도록 하자. 우선 대통령 선거의 역사를 고려해볼 때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공화당 내의 트럼프 지지율이 95%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은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있다는 의미도 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국의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심이 높은 미국 사람들은 이 같은 재앙의 원인을 트럼프에게 돌리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 대부분은 전염병과 자연재해들을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하는 경향이 높다. 그래서 작금 나타난 경제적 어려움은 트럼프의 실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2020년 2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미국경제가 폐쇄당하기 직전 미국의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었다. 주식가격은 역사상 최고치에 올랐고 실업률은 수십 년만에 최하로 내려갔다. 트럼프는 경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었다. 특히 일자리가 늘어난 덕에 흑인들의 트럼프 지지율이 사상 최고인 40%대까지 치솟았다.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얻었던 흑인 표는 8%였었다. 지난 5월 말 행해진 CNN 여론조사는 바이든이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경제는 누가 더 잘할 것 같으냐’라는 치명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5% 앞서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4. 여론조사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들


   아직도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치러지지 않은 시점이다. 두 후보가 청중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유세하는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후보끼리 열정적인 설전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TV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지는 토론회도 아직 없었다. 여론조사가 행해질 때 거의 자신의 정견을 밝히지 않는 집단들이 있는데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조용한 다수’(silent majority)이다. 민주주의 국가든 다수결이며 다수를 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시끄럽게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사람들이다.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를 비난하고 폭동을 야기하는 사람들은 시끄럽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도리가 없다. 미국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들은 상점을 두들겨 부수는 데모를 지지하지 않으며 경찰을 없애라는 사람들을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작금 미국 사회를 온통 엉망으로 보이게 하는 모습은 민주당에게는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법과 질서로 엄중하게 다루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주요 언론에 의해서는 극심한 비판을 당하고 있지만, 말 없는 다수는 트럼프의 엄정한 법과 질서에 대해 지지를 보낸다. 보이지 않는 다수에 속하는 그룹 중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집단은 미국의 기독교도들이다. 백인인 미국 사람들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들은 흑인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겠다는 비율이 무신론자와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겠다는 비율보다 훨씬 높을 정도로 미국 사회는 종교적이다. 3억 2,000만 미국 인구 중 교회에 다닌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략 2억 7,000만 정도 된다. 이들 중 다시 태어났음(Born Again)을 자부할 수 있는 사람들이 1억 6,000만에 이르며, 특히 열정적인 신도들인 복음주의자(Evangelical)들은 8,000만(넉넉히 잡을 경우)에 이른다. 2016년 대선 당시 복음주의자들의 81%가 트럼프에 투표했는데 아마도 이들이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집단이었다고 말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2016년 당시 트럼프의 3번 결혼 혹은 트럼프의 거친 말투에 불만을 가진 기독교도들 중 약 3,000만 명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말이 있지만 2020년에는 이들도 투표장에 나가서 트럼프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고 보인다. 미국의 기독교는 현재 미국의 도덕적 타락에 대해 우려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기독교적 가치, 미국적 가치를 지켜주는 문화전쟁의 투사(warrior)로 간주한다. 미국의 기독교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숨길 일도 아니다. 미국의 기독교는 지난번 투표하지 않았던 3,000만이 다 나와서 투표할 것을 호소한다. 며칠 전 시애틀의 한 거리에서 흑인 여성 목사는 데모대를 향해 “당신들이 바이든을 뽑으면 흑인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설교했을 정도다.


5. 앞으로의 변수


   필자는 아직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향해지는 여론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두 후보 중 특히 바이든은 국민들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바이러스 핑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든이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원래 잘못한 것이기보다는 그의 고령이 문제라고 보인다. 1942년생인 그는 긴 문장을 잘 말하지 않으며 기자의 질문에 말을 더듬는 경우가 허다하다. 며칠 전 민주당의 보좌관들이 자기들끼리 한 말이 녹음되어 공개되었다. 그들은 ‘바이든이 계속 지하실에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6월 21일 방송된 폭스 뉴스는 조 바이든이 지난 80일 동안 단 한 번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즉 바이든은 미국 시민들에게 아직 거의 노출이 되지 않은 상태다. 고로 현재 여론조사는 트럼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것이지 바이든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전이 시작될 것이고 두 후보는 치고받을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미국 국민들이 중국과 싸움하는데 더 잘 싸울 것 같은 장수를 뽑는 선거이기도 하다. 물론 트럼프 역시 1946년생으로 미국 대통령 역사상 상당히 고령의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트럼프의 웅변력과 건강은 바이든을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독설로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부분에서도 트럼프가 앞선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두 후보가 미국 국민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노출된 이후 행해지는 여론조사를 보고 그때 다시 판단하자. 앞서 말한 것처럼 그때의 여론조사도 트럼프에게는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두 자리 숫자의 차이가 나올 수는 없다. 


그래도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트럼프가 이길 것 같다’라고 말하겠다. 위에서 말한 조건들과 더불어 트럼프가 더 강인한 인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더욱 강해 보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다. 그래서 키가 큰 후보가 거의 모든 경우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190cm, 바이든은 183cm이다.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미국 국민 앞서 서서 자신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본 게임을 벌이기 직전이다. 지금 형국은 트럼프가 먼저 링에 올라와서 바이든 보고 숨지 말고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