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사태 이후 평화와 경제 번영의 길

코로나 사태 이후 평화와 경제 번영의 길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1. 코로나 사태와 경제 상황


 코로나 사태(COVID-19)는 수개월 만에 진정될 수 있는 재난이 아니다. 증권시장의 반등은 코로나 사태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인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나와도 경제 회복 시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좋아지기 위해서는 국제 질서의 변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가 필요하다. OECD는 코로나 사태가 이대로 진정된다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6%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2%, 미국은 –7.3%, 일본은 –6.0%, 그리고 중국은 –2.6%로 거의 모든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그 어느 나라도 혼자서 극복할 수 없는 세계적 과제이다.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통화스와프로 외환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반등했다. 문재인 정권은 국가채무 급증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을 늘리고 있으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경제의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채무 급증으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과 경제 침체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다.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의 구조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정책은 경제 문제 발생을 이연시킬 뿐이다. 문재인 정권이 내놓은 현재의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혁신성장 정책은 규제 정책의 파생적 산업을 혁신정책의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성장 동력을 회복시키기 어렵다. 태양광 정책은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서 태양광 만들어도 경제는 오히려 저성장 고비용체제가 된다. 같은 전력을 더 높은 비용을 투입하여 생산하면 국민은 고비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탈원전 정책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소재 부품 산업도 현재와 같은 수입대체전략으로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다. 더 잘할 수 있는 산업에서 성장 동력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정치에 휘둘린 지원은 경제성장의 발목만 잡는다. 금융 관련 규제와 감독은 강화하면서 핀테크로 혁신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권이 내놓은 각종 경기대책이나 부동산 정책도 부정적이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그 규모나 계획에 문제가 있다. 정책 목표도 불분명하고 효과도 미지수다. 국민에게 백만 원까지 지원해도 소비가 급증했는지 의문이다.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주거비용은 상승했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공급 사슬(global value chain)의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는 단순하게 의료적 문제만을 야기한 것은 아니다. 의료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는 국제간 협력체제의 문제점을 노정시켰고, 향후 글로벌 공급 사슬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도 없다.


문재인 정권은 대북정책에서 보여준 수동적 태도와 국제 경제 질서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글로벌 공급 사슬에 대한 밑그림도 보여주지 못했다. 한반도 평화가 어떤 뜻인지, 그리고 한반도 번영의 밑그림은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은 주적의 뜻도 동맹의 뜻도 모호하게 만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의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그 의미를 되새기고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정해야 한다.


2. 코로나 사태와 대북정책


 마스크를 쓰고 대오를 지어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북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북한도 코로나 사태로 내부 갈등이 폭증하였다는 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의 갈등과 체제의 한계는 언제나 위기를 부른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권력층을 비난하는 대북 전단을 문제 삼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를 보면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북한의 주민들과 평화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알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대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북한의 핵무기가 없어지고 평화를 이룬다는 말은 이미 공허해졌다. 평화는 애초부터 없었다. 핵무기와 북한의 호전적 태도도 사라지지 않았다. 적어도 이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가질 수 있는 레버리지는 없어 보인다. 지난 3년간의 협력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은 성공했고 북한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 북한의 무력도발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제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말을 경청할 국가도 없어 보인다.

북한은 자유 세계에 대한 적개심을 내세우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통미봉남에 성공한 북한으로서는 이번 메시지의 최종 수신자는 미국으로 보인  


 발신자는 중국일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과정에서 종족적 반일주의를 활용했다. 소련의 스탈린, 독일의 나치가 사용한 종족주의(tribal nationalism)는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강력한 최면제다. 지식인들의 토론을 단숨에 없앨 수 있다. 토착 왜구란 아직도 왜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몰역사관과 수많은 영화 속에 투영된 한일관계를 한마디로 정리한 말이다. 이성적 토론보다 감정적 분노가 문제를 악화시킨다. 반일 민족주의적 정책은 198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 퍼졌던 주체사상 등과 어울리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와해시키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중국의 거친 외교는 많은 국가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퍼진 것도 대중 관계에 기인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도 중국의 태도와 문재인 정권의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이 마스크 외교를 가동해서 세계의 여론을 전환 시키려 해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코로나 사태는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한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은 그 자체로 국제적이고 경제적 이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정책도 코로나 사태 이후의 글로벌 공급 사슬과 국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검토돼야 한다. 새로운 질서 속에서 북한의 핵전략은 설 자리가 없다. 새로운 질서에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치 세력은 참여할 수 없다. 새로운 질서는 시장 경제의 발전과정 속에서 형성된 국제 무역 질서가 보장되는 세계다. 북한이 새로운 질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체제로의 자기 변신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문재인 정권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위해 북한과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3. 코로나 사태와 중국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의 번영은 다시 찾아올 수 있는가. 해답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밝혀진 국제 무역의 문제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제기된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야기됐던 문제는 중국의 변화였다. 


세계는 중국의 개혁 개방으로부터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를 기대했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 그리고 홍콩의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문제도 세계가 중국을 보는 시각에 스며져 있다.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와 토의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꿈은 세계의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일치돼야 성공할 수 있다.


중국은 자유 세계의 도움으로 외자를 유치하고 생산 기술을 습득했다. 시장도 열렸고 중국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이제 중국도 세계 속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중국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국내 시장을 개방하며, 다른 나라의 기술을 국내외에서 보호하면서 정당한 경쟁과 재산권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질서를 중국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 


세계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제조업 2025 전략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 기술을 강제로 이전해야 한다면 중국이 시장을 개방했다고 볼 수 없다. 다른 나라의 기술을 모방해도 좋다는 편견은 이제 중국의 꿈과 양립할 수 없다. 중국은 정당하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나라고 그 능력을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을 패권 전쟁으로 이해해서는 인류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미·중 무역 분쟁은 중국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지도국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중국이 공정한 질서를 따르면서 세계와 무역을 확대할 때, 그리고 자유를 보장하고 인권 신장을 위해 세계를 선도할 때, 세계는 중국을 환영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했다. 중국은 거친 외교로 세계의 손목을 비틀었다. WHO가 인용됐지만,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투명성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 세계가 경험하는 이 고난 속에서 쉽게 잊힐 일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퍼지는 데에 중국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일했고 세계의 공장이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자 멈췄다. 모든 나라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글로벌 공급 사슬의 단절 현상이 발생했다. 부품 부족으로 공장이 멈췄다. 사태 해결 과정에서 불투명성과 자의성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중국 중심의 공급 사슬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천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로운 무역질서로 보완되지 못하면 중국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위험관리를 위해 새로운 공장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문제 모두 중국의 변화를 요구한다. 세계도 중국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이 변하고 세계도 함께 변해야만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4. 새로운 번영의 길


 미국이 제안한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는 새로운 무역질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 인도, 그리고 미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 세계의 이념을 공유하는 실질적인 네트워크로의 확대는 세계 평화와 번영을 제고하는 데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호주, 일본, 인도, 그리고 미국의 관계에 베트남과 뉴질랜드 및 우리나라를 포함시켜 EPN을 구축하는 구상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이 하나의 작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미국과 유럽과 교역했다면 이제는 EPN 국가들의 네트워크로 세계의 무역질서는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자유와 인권을 확실하게 보호하는 국가들에서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고 거래하는 무역질서가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안보동맹의 차원을 넘는다. EPN은 안보와 경제, 그리고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들로 구성된 공동 번영체다. EPN은 단순한 경제 공동체가 아닌 이념의 공동체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당연히 이 공동 번영체에 참여해야 한다. 이 길만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중국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길이다. EPN은 한미동맹의 틀을 한 차원 높이고 우리나라가 자유와 인권을 추구하는 선도적 국가로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 관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일방적 관계는 교정된다. EPN은 북한과 중국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EPN은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모두가 번영을 누리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만드는 촉진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