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미동맹과 21대 국회

한미동맹과 21대 국회


황  진  하

본 협회 회장, 전 국회국방위원장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최근세사! ‘전쟁의 폐허더미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는 경제 기적을 이루었고, 정치의 민주화를 달성했으며,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해주는 공여국이 되었다’는 자부심!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한미동맹이다. 그 이유는 확고한 동맹 관계 유지로 기적 달성과 번영의 뒷받침이 되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동맹이면서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평가받아온 한미동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조약 문서로써 효력이 발효된 지는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이후 67년이 되어 가지만 그보다 앞서 6.25 전쟁 3년여를 함께 피 흘려 싸우며 혈맹관계를 다진 지 70년이 되었다. 이러한 한미동맹이 현재 심각한 위협과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를 자국의 이익에 악용하려는 주변국들의 사례와 징후들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국민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장기화하고 있으니 국민의 걱정이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30일 제21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우선 21대 국회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출범한 국회이기에 21대 국회의 책무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겠으며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최선의 노력으로 현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대처함으로써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우려를 조속히 불식시켜 나가기를 염원하면서 이 글을 써나가려 한다.


 한미동맹은 70년 전 북한의 남침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한 국가를 유엔 참전국들과 함께 피 흘려 싸우며 지켜낸 혈맹이며 휴전 이후 67년간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온 안보의 척추이다. 또한, 경제번영을 지속시키고 지켜온 방패이다. 현재에도 한미동맹은 안보의 최후 보루이며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필수 불가결의 선택지이다. 작년도 11월 18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의 결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즉 공동성명 제5항에“한·미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강력하다고 평가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에 기반을 둔 대한민국 방위와 상호안보증진에 대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성명을 무색하게 하는 우려스러운 일들이 계속해서 빈발하고 있다.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거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남북 경협을 앞세우는 정부, 동맹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정책, 미·중 간에 균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중국에 기우는 친중 정책 때문에 미국의 조야에서 동맹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격화된 미·중 간 패권경쟁은 신냉전을 선언한 셈이 되었고 미국은 안보상 믿을 수 있는 나라들끼리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짜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들고나와 한국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미국외교협회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트 스나이더(Scot Snyder)는 우리 정치권에서 ‘민족을 우위에 두는 좌파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한미관계의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현 상황을 ‘한·미 간 탈동조화를 넘어 동맹 해체로 가나?’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 외교국립원의 김한권 교수도 ‘전략적 모호성의 유통기간은 지났다.’라며 우리 정부의 미·중 간 애매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헌법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분명한 원칙을 수립해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핑계 삼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제2인자로 내세우며 남북관계의 단절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갈 데까지 가보자”라며 협박을 하고 우리 대통령에게 입에는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조롱을 보내더니 급기야는 남북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내 남북협력사무소를 폭파하는 폭거를 일으키고 경악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런 모욕적인 언사와 북한의 당면한 위협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능멸에는 묵묵부답으로 비굴한 자세를 보이고 안보의 축인 동맹 관계는 의심받게 하는 처사는 국민들의 걱정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수혁 주미한국대사는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며 한국이 미·중 가운데 한나라를 선택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참으로 그 저의가 무엇인지 걱정스럽고 개탄할 일이다. 어떻게 우리나라를 멸망 직전에서 구해 낸 동맹국을 그 반대편에 서 있던 나라와 같은 반열에 놓고 저울질하고 선택할 수 있는 듯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한국은 수십 년 전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이미 선택한 나라”라고 즉각 응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동맹국의 의무를 분명히 상기시킨 것이다.  이 기회에 필자도 17대, 18대, 19대. 세 번에 걸쳐 국민 앞에 선서하고 시작했던 국회의원 선서를 상기해 본다.


宣     誓


    나는 憲法을 준수하고 國民의 自由와 福利의 增進 및 祖國의 平和的          統一을 위하여 노력하며, 國家利益을 우선으로 하여 國會議員의 職務를 良心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國民 앞에 엄숙히 宣誓합니다.


20xx년 00월 00일


國會議員  0  0  0


 21대 국회의원 여러분도 분명히 이와 같은 선서를 개원 첫날, 국민 앞에 하고 의정 활동을 시작하였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 국가와 국민 앞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할 여러분에게 간곡하게 당부하고자 한다. 여러분 각자는 소속하고 있는 정당에 따라, 각각의 상임위원회에 따라,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에 따라, 또는 각자의 전문성과 정치적 소신에 따라 수많은 목표와 포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만은 반드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핵심적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의정 활동에 매진해 주기를 당부한다.


첫째는 헌법 가치 수호에 가장 최우선 순위를 두고 앞장서달라는 것과,

둘째는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고,

셋째는 21대 국회가 덧셈의 정치를 구현하는 원년의 국회가 되어주기 바란다.


이미 선서에 명시된 내용이긴 하지만 헌법 가치의 수호가 당연히 국민의 지상명령이고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이라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와 인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소속 정당의 공약과 정강 정책 그리고 폭주하는 현안업무, 각자의 정치적 소신과 전문성에 따라,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약속 때문에 최우선의 관심을 갖지 못하고 소홀히 하는 과거의 실수나 태만이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냉철히 반성해 본다면 오히려 헌법 가치를 무시하거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변혁이고 혁신인 것처럼 치부되었던 예가 과거에는 적잖았음을 지적하고 싶다. 헌법 가치, 이것이 우리나라가 존립하는 뼈대이고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기본 바탕이 아닌가?


둘째, 한미동맹은 이와 같은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지속 강화 발전시켜야만 하는 핵심 방패이며 수단이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자유 독립국인 대한민국이 선택했고 피로 지켜냈던 자유민주주의, 경제 기적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는데 핵심적인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보장했던 한미동맹은 그래서 앞으로도 대한민국 안보의 안전핀이고 경제번영과 국민의 권익 신장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국내외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한미동맹에도 딜레마가 생기고 이를 개선해야만 할 요소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개선 요구사항들은 물론 반드시 개선되고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우리 자체의 힘과 능력의 수준과 한계를 냉철히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라는 점과 역사적 지정학적 교훈들로부터 실효성이 입증된 선택임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이제까지 너무나 뺄셈의 정치만을 해왔다. 가장 부끄러운 역사의 한 단면이 바로 사색당파의 DNA가 우리 정치에 계속 잔재로 이어져 자는 것이다. 충성심과 순수성을 빌미로 하나라도 더 포용하고 더욱 단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허물을 헐뜯고 그 조직 내에 남아 있을 수 없도록 내치는 정치풍토는 종국에 가서는 모두를 적으로 만들어 왔고 바로 뺄셈의 정치의 본질이 되어 단합을 못 하고 사분오열하게 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헌법을 기준점으로 힘을 합치고 명실공히 덧셈의 정치를 구현하는 정치가 되도록 이번 21대 국회가 앞장 서주기 바라는 것이다.


 우리의 부끄러웠던 최근세사를 자랑스러운 최근세사로 바꿔 써가며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발걸음을 함께 해왔다. 핵을 보유한 북한,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북한 두둔, 그리고 변치 않는 그들의 한반도 관심, 해결이 쉽지 않은 한일 갈등 속에 한미동맹의 건강성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더믹으로 미·중 간의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신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요동치는 상황에 우리의 제21대 국회는 첫발을 내딛고 있다. 소용돌이치는 국내외 환경을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할 시점에서 정부의 지혜로운 처방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 정부가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견제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제21대 국회, 국회의원 여러분들의 책무는 무겁고 국민적 요구는 절박하다. 헌법을 수호하고 이를 뒷받침할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덧셈의 정치를 구현하는데 여러분들의 국민과 총화된 노력이 있기를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