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군 무기개발 50년과 한미동맹

한국군 무기개발 50년과 한미동맹 

유 용 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본 협회 편집위원



 지난 2017년 3월 북한 관영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정과 관련해 ‘초유의 사건’을 보도했다. 동창리 발사장에서 실시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일명 백두산 엔진 ) 지상 연소시험에 성공하자 김정은이 과학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직접 업고 격려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 ‘최고 존엄’으로 우상화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누군가를 직접 등에 업은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공개석상에서 누군가를 업어준 적은 없었다.

당시 김정은은 신형 엔진 시험 성공을 ‘3·18 혁명’으로 부르며 흥분했다. 그가 전에 없이 흥분한 이유는 뒤에 드러났다. 북한은 그해 7월 화성-14 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 발사에, 11월엔 화성-15 형 ICBM 발사에 각각 성공해 미국의 예민한 반응을 초래했다. 이들 ICBM의 성공에는 백두산 엔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정은이 업어줬던 과학자 등이 백두산 엔진 개발에 실패했더라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북한의 ICBM 카드는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국방과학기술자들에 대한 김정은의 이례적인 예우는 이뿐 아니다. 북한은 2016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을 8차례 시험 발사했지만 단 한 차례만 성공하고 7차례나 실패했다. 고사총으로 사살하는 등 잔혹한 숙청과 처벌을 일삼았던 김정은의 전례에 비춰보면 무수단 개발자들은 숙청됐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수단 실패에 따른 숙청이 있었다는 얘기는 현재까지 그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반면 화성-12·14·15 형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을 때 김정은은 과학기술자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대규모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극진한 보상을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각별한 과학기술자에 대한 배려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전략무기를 비롯하여 각종 국산 무기들을 개발하는 총본산은 ADD(국방과학연구소 )다. 지난 8월 6일로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일방적인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응해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고 1970년 만들어졌다. 초기엔 소총, 총탄, 박격포 등을 겨우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정상급 전차와 자주포, 경공격기와 헬기, 잠수함, 이지스함을 비롯한 각종 함정들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국방연구개발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방연구개발비 규모는 세계 5위,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9위로 평가되고 있다. 국방비 대비 국방연구개발비 비중은 7.2%로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다. 영국, 러시아. 이스라엘, 일본, 중국보다도 높다.

하지만 ADD가 북한 핵미사일 및 주변 강국의 위협에 대비한 고슴도치의 ‘가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우선 연구개발 특성상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개발은 항상 실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창설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ADD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연구라는 것은 국방과학 연구뿐만 아니고 모든 과학의 연구 또는 기초연구까지도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 가면서 그 실패를 딛고 발전해 가고 드디어 성공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통수권자가 공식적으로 ‘실패 용인 ’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기면서도 “과연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수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하는 듯한 분위기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7년 방위사업법에 ‘성실한 연구개발 수행의 인정 ’ 조항을 신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연구개발에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이른바 ‘성실 실패 ’ 제도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과 김정은의 핵 도발을 억지할 이른바 ‘한국형 비대칭 전략무기 ’에 주력하는 것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지난 2018년 이후 여러 차례의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북한 비핵화엔 진전이 전혀 없고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숫자는 늘고 있는 상태다. 정부와 기관, 전문가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 북한의 핵무기는 20~60개에 달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는 상태다. 북한에 호의적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북한은 풀을 뜯어 먹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만큼 북한이 핵을 100%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야 한다.

 김정은의 핵 도발을 억지하려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단추를 눌렀을 때 바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줘야 한다. 최근 공개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4~5톤 이상 탄두를 가진 ‘괴물 벙커버스터 ’ 현무-4 는 이런 무기의 바람직한 새 모델이라고 할 만하다. 현무-4 는 사거리 800㎞ 기준으로 2t 중량의 탄두를 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를 500㎞로 줄이면 4t급으로, 300㎞로 줄이면 5t 이상급의 탄두를 달 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2t 이상의 탄두를 단 탄도미사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재래식무기 기준) MOP보다 지하 관통능력이 뛰어나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있는 이른바 ‘김정은 벙커 ‘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최근 언급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핵 추진 잠수함, 위성요격 무기, 대함 탄도미사일, 레이저 및 전자기파 무기, 사이버 무기 등도 한국형 비대칭 무기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자주국방 ’ 무기들이 우리의 힘만으로 만들 수 있고 김정은의 핵 도발을 완벽하게 억지할 수 있을까? 양식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굳건한 한미동맹 없이는 이런 한국형 비대칭 전략무기들을 단기간 내 개발하기도, 억지력을 발휘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괴물 벙커버스터 ’ 현무-4의 경우도 미국이 한 ·미 미사일 지침상 탄두 중량 제한을 철폐하지 않았으면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핵 추진 잠수함의 경우도 우리가 아무리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고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고 강조해도 미국이 한 ·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동의하거나 최소한 양해해 주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저 위력(저강도) 핵무기들도 한미동맹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미 핵무기 개발기관인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지난 6월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B61-12 핵폭탄 투하 최종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신형 저 위력 핵탄두 (W76-2)를 장착한 트라이던트 II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 실전 배치에 이어 미국이 실제로 ‘쓸 수 있는 ’ 저 위력 전술핵무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이에 따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으로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거나 유사시 남한에 선제 핵공격을 할 경우 미국의 저위력 전술핵 사용 가능성이 커져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사시 주석궁 지하벙커 등 100m 이상 지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정은 벙커 ’들을 초토화할 수 있는 미국의 신형 핵무기는 3종류가 꼽힌다. 우선 전투기와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B61-12전술 핵폭탄이다. 개량형 저 위력 전술핵폭탄인 B61-12 는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양산을 추진 중인 무기다. 스티븐 새뮤엘즈 샌디아국립연구소 B61-12 체계 팀장은 “프로그램 자체는 2010년에 시작됐지만 전투기 호환성 실험은 2013 년부터 진행됐다 ”면서 “지금까지 지상실험, 가상비행실험, 설계 등 준비태세를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 선행됐다 ”고 말했다 . 연구소는 앞으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F-16 C/D 계열 전투기, F-35 스텔스기와의 호환성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발표한 내용 중 주목할 것은 동맹국의 전투기에도 이번 실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이는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5개 회원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의 F-35 스텔스기 등도 B61-12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들 5개 회원국 6개 기지에 150~200여 발의 B61 계열 핵폭탄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험은 우리 공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는 이번 시험에 투입된 F-15E를 개량한 것이다. 공군은 F-35A 스텔스기도 도입 중이며 내년까지 40대 도입이 완료된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핵공유 협정을 맺을 경우 우리 공군 F-15K 전투기나 F-35 스텔스기도 B61-12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두 번째로는 트라이던트 II SLBM에 장착되는 W76-2 신형 저 위력 핵탄두다. W76-2 핵탄두의 위력은 5~7킬로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히로시마 투하 원자폭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정확도가 높고 슈퍼 신관을 사용해 지하벙커 파괴에 효과적인 ‘핵 벙커버스터 ’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잠수함에 탑재되기 때문에 동해는 물론 서태평양에서도 은밀히 물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타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세 번째로는 핵탄두 장착 토마호크 순항 (크루즈 ) 미사일이 꼽힌다. 지난해 5월 미 국방부 고위관리는 북핵 대응을 위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 투입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대안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pressing hard)’ 있다 ”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이라크전 등 주요 분쟁 (전쟁 )마다 ‘약방의 감초 ’처럼 사용돼온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핵탄두 장착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토마호크는 1600~2500 ㎞ 떨어진 목표물을 3m 이내의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다 . 

최근 북한이 핵전력 강화 및 무력도발 의지를 천명하고 미국이 신형 저 위력 핵무기들을 속속 등장시킴에 따라 우리나라도 나토와 같은 핵공유 협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핵공유 협정 등을 통해 ‘한 ·미 핵동맹 ’을 구축하게 시급하고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 ‘한국형 비대칭 전략무기 ’ 개발과 한미동맹 강화야말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두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