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미동맹의 본질, 주요 이슈, 그리고 강화방안

한미동맹의 본질, 주요 이슈, 그리고 강화방안


신 범 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동맹이란 무엇인가? 


 신문에서, TV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일상적으로 한미동맹이란 단어를 듣고 있다. 하지만 왜 이리 우리 생활에 이 동맹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지 이해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 스테판 월트(Stephen Walt)에 의하면 동맹은 “미래 정해진 조건들에 있는 외부 위협에 대해 군사지원을 약속하는 국가 간의 합의(agreement between states to render military support against an external threat under predetermined conditions)”다. 태평양지역의 상대국 영토에 무력공격이 발생할 경우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군사적 지원을 합의한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의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오늘날 동맹은 군사적 상호원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국가의 외교정책 및 국가전략의 일부로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한미동맹이 맺어진 이래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지원을 바탕으로 북한의 남침을 억제해왔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의 경제력이 비약적인 성장을 해 왔고, 외교협력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미국 또한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오늘날 동맹의 가치와 용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미동맹의 주요 이슈


  최근 들어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북한 문제 중심의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종종 불협화음이 들리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해왔던 이전 정부들과 달리 국내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다보니 행정부 발 이견이 노정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다양한 현안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데 현재 한미 양국 간 이견을 보이는 주요 이슈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북한 핵문제다. 궁극적으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목표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행정부 사이에 커다란 시각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과 관련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교류협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제재가 잘 작동하지 않게 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남북교류가 잘 진행되면 북한의 위협이 감소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길 반복할 뿐이다. 


  최근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간 대북제재 문제를 조율해 온 워킹그룹에 대해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운영을 강조하며 ‘워킹그룹 2.0’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그간 제재 이행 문제를 효율적으로 논의해 왔다는 미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대화 중단이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하여 어떤 추가적인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은 외부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자력갱생과 대미정면 돌파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기에, 남북교류만을 강조한다 해서 대북정책이 성과를 거두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며 북한의 혹시 모를 도발을 예방하고, 제재를 이행하며 김정은 정권의 다른 선택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임기 내 성과를 내겠다고 북한의 요구사항에 끌려갈 경우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한미동맹만 약화시킬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중국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외정책 차원에서는 중국 문제에 올인(all in)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맹국들과의 경제번영공동체(EPN)를 구축하고 중국 첨단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등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영국과 호주를 비롯해서 동맹국들의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동맹으로서 한국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은 허울뿐인 동맹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제1의 교역국인 중국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만일 11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면 대중국 압박 수위에도 변화가 따를지 모른다. 따라서 외교적으로는 미국에게 동맹국으로서의 신뢰를 보여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실리를 취하는 전략적이고 절제된 행보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중국 양제츠 국무위원의 방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연 우리 정부가 전략적이고 절제된 행보를 하고 있느냐에 있다. 시기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약속받지 못하고 마치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듯한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는 서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만일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할 경우 한미관계는 자칫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며, 적어도 외교적으로는 동맹국의 편에 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하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셋째, 방위비 분담 문제다. 현재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와 우리 정부의 원칙적 대응 과정에서 갈등 요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갑작스럽게 50억 달러라는 비현실적인 금액을 언급하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다.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은 미국의 초기 요구에 비해 현실적인 금액에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미 양국 간에 적지 않은 금액 차이가 있고, 자칫 연말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무작정 뒤로 미루게 될 경우 한미공조에 균열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동맹국의 분담을 증가해야 한다는 점에 공통된 입장이다. 물론 바이든 후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동맹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기에 대선 추이를 잘 지켜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무작정 타결을 미루기만 하다가는 그간 한국이 담당해 온 방위비 분담액이 적지 않음에도 미측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다음 미국 행정부와의 공조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므로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선 전에 적정한 합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넷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8월에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초 작년 8월의 초기운용능력(IOC) 검증에 이어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려 했으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작권은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효율적인 전쟁수행을 위해 한미연합군에 대한 작전통제를 미군이 하도록 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의 노력은 당초 2012년 전환에 합의한 바 있으나, 2015년으로 한 차례 연기되었고, 이후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이 한미 간에 합의되었다.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북핵 문제의 진전을 보아가며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군의 전쟁지휘능력이 향상되어야 하며, 북한 도발 시 초기 대응을 위한 전력증강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동시에 북한 비핵화 진전으로 인한 위협 감소로 전면전 발발 가능성이 줄어든 안보환경이 갖추어질 것을 전제로 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군의 독자적 능력 확보는 지연되고 있고 북핵 협상은 정체되어 있다. 전작권 전환은 특정 정부의 정치적 필요성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군사적 필요성을 충족시킨 후 이루어져야 한다. 부실한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임기에 집착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당초 합의된 대로 전환 조건들을 충족한 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치에 기반한 동맹 강화가 절실


  한미동맹은 지난 70년간 한국의 안보를 지탱해 온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왔다. 동시에 한국의 경제성장과 글로벌 위상에도 크게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현재 한미 정부 당국이 보여주는 갈등은 21세기 새로운 도전에 한미동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파트너로서 세계전략을 함께하고 공동의 위협에 대처할 것인가, 아니면 각각의 국익에 충실한 이기적 파트너로서 형식적인 동맹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보유한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여전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 존중에 있다면 그에 충실한 대외정책과 동맹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단순히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 집착해선 안 된다. 더구나 현재 증폭되고 있는 미중간 갈등은 그 귀추에 따라 세계 경제 질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열어가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경우 첨단기술의 공급망이 바뀔 수 있고 자칫 이 흐름에서 일탈하게 될 경우 한국의 첨단산업이 붕괴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당분간 한미동맹은 재고의 여지없는 우리의 선택이어야 하며, 운용은 신중히 하더라도 동맹 정신에 입각한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