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결정자 분석 - 박휘락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결정자 분석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본 협회 편집위원장)

 

신(新)현실주의의 창시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도 참전한 케네스 왈츠(Kenneth Neal Waltz, 1924-2013)라는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 학자는 1959년 발간한 『인간, 국가, 전쟁(Man, the State, and War)』이라는 책에서 개인, 국가, 국제체제라는 세 가지 이미지(image)로 구분하면서 국제정치 사안에 대한 복합적인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국제정치 연구에서 세 가지 “분석수준(level of analysis)”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연구결과에서는 그중에서 개인의 수준이 미치는 영향이 다소 약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최근 들어서 세계적으로 개성이 강한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개인 수준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워낙 비밀스러운 사안이라서 입증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러시아의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이라는 개인이 갖는 영향력을 상상 이상일 수 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개성도 국제정치와 한미동맹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상향식(bottom-up) 건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의 개인적 영향력을 줄어들 수 있으나, 한미동맹에 관한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간 의사결정자들이 어떻게 판단하여 어떤 지침을 내리느냐가 전체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동맹에 관한 각 기관과 각 기관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들의 생각, 판단, 협의 결과에 의하여 한미동맹에 관한 정책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서 더욱 한미동맹에 관한 정책과 조치를 담당할 인사들의 면면이 중요해지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증대된다.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사람은 당연히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다. 그가 제반 외교정책에 관한 최종 결재권자이고, 예하의 참모와 책임자들도 그의 성향을 감안하여 건의 및 제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바이든은 동맹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중요시하고, 북한 김정은을 ‘폭력배(thug! thug!)’라고 강조해서 불렀듯이 북한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분명한 방향과 일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쉽게 대화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한국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허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 행동을 주문할 것이다. ‘미국인에 의한 생산’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대미무역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이든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이 국무장관 블링컨(Antony John Blinken, 1962년생)이다. 블링컨은 동맹정책이나 세계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 역할 등 바이든 대통령과 대부분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고, 두 사람의 신뢰 관계도 높다. 블링컨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과 인연을 맺었고, 어려운 시기도 함께 견뎠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역할을 수행했다. 


블링컨은 하버드 대학과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수재이고, 불어에도 능통한 세련된 외교관이다. 바이든은 “슈퍼스타”라면서 블링컨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블링컨으로 인하여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국무부가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은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로, 김정은을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One of the world's worst tyrants)’으로 묘사하기도 했고, 트럼프의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생산했는데,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까지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블링컨은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고, 대만과의 외교에 적극적이며, 이미 시작되었듯이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즉 쿼드(QUAD)를 중심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커트 캠벨(Kurt Campbell, 1957년생)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의 영향력도 적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직책 자체가 캠벨을 위하여 신설했기 때문에 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캠벨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맡았고, 당시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설계하였다. 그는 중국을 미국의 핵심 경쟁국으로 간주하면서 한국, 일본 등 역내 동맹과의 결속을 통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주요 7개국(G7)에 한국·호주·인도를 더한 연합체 구상인 ‘민주주의 10개국(D10)’과 쿼드의 구체화를 강조하고 있다. 캠벨의 주된 임무는 대중국 정책이겠지만 북한 문제도 관여할 수밖에 없다.


제이크 설리번(Jacob Jeremiah Sullivan, 1976년생)은 직책상으로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높지만, 세계의 전반적인 문제를 처리해야 하고, 경제 측면에 관심이 많아서 한미동맹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리번은 블링컨 후임으로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2013~2014년)을 담당하였고, 역시 예일대 출신으로 역시 수재이다. 다만, 블링컨에 비해서 바이든과의 관계나 외교 분야의 경험이 적고, 바이든 선거 캠프에서도 보건과 경제 등 국내문제 위주로 자문했다.


오스틴(Lloyd Austin, 1953년생) 국방부 장관도 한미동맹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이 있고,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재하며, 북핵과 관련하여 국방부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1975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고, 육군 보병으로 공정 및 산악사단에 근무했다.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에 파견되었고, 2010년 주(駐) 이라크 미군사령관, 2013년 중동지역을 총괄하는 중부군사령관에 올랐으며, 2016년 군대장 출신으로 전역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인데, 군인은 퇴역 후 7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국방장관에 취임할 수 없지만 미 의회에서 예외를 인정해줬다. 오스틴 장관은 중동지역에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취임 후 트럼프 시절에 임명된 다수의 자문단을 해체하였고, 서욱 장관에게도 취임 후 먼저 전화하여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성격으로 보인다.


정박(Jung Pak, 47세) 동아태부차관보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책은 높지 않지만, 북한 전문가이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피력 및 구현하려는 성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2009~2017년에 걸쳐 국가정보국(DNI)·중앙정보국(CIA)을 거치면서 북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고, 2020년 『김정은 되기(Becoming Kim Jong Un』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향식 의사결정을 중시할 것이라서 동아태차관보실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경우 정박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정박은 최근 ‘한국 민주주의에 드리운 북한의 긴 그림자’라는 기고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주장과 활동(특히 탈북자)을 억압하는 데 그의 권력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핵의 폐기에는 회의적이고, 현재로서는 “왕도가 없다(no Siler bullet)”면서,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체제생존이 위험해질 뿐이라는 인식을 북한이 갖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국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웬디 셔먼(Wendy Sherman, 1949년생)도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녀는 부장관이지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일하면서 이란과의 핵협정 타결을 주도했고,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한 업무에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2000년대 초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을 실무적으로 준비하였고,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본적으로 외교를 통한 해결을 중요시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실패함에 따라 그녀의 의견이 수용되기는 어렵고, 부장관은 국무부의 내부적인 일을 처리하는 직책이라서 구체적 사안에 간섭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차관보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동아태차관보 ‘대행’을 맡고 있는 성김(Sung Kim, 1960년생)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중학교 1학년 때인 1973년 이민을 갔고, 2006년 미 국무부에서 한국과장, 2008년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 2011년 주한 미국대사, 2016년 필리핀대사, 2019년 인도네시아대사로 활동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전에도 북한의 최선희와 비핵화에 대한 실무회담을 실시하였다.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경험은 적지 않으나 온건한 성격이라서 색깔이 드러나지 않고, 그로 인하여 지속적인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적극적인 책임을 맡기지는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 또는 한미동맹에 관한 역할은 평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사건이 발생할 때 드러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당시 발생하는 사건의 성격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협의에 근거하여 정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인맥을 찾아서 한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접촉하여 관리하겠다는 방식보다는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의 실무 및 책임자들이 미국 상대역(counterpart)과 진실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북핵 문제를 토의하고, 동맹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