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핵심 현안 - 이용준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핵심 현안


이용준 (전 외교부차관보, 전 북핵담당대사 / 협회 편집위원)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세계 2위 규모의 해외주둔 미군이 상주하고 있는 한반도에도 많은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관계를 담당할 주요 고위직 임명과 더불어 미국의 새로운 대외정책 노선이 점차 골격을 잡아가고 있다. 그 핵심 내용은 동맹관계의 회복과 결속 강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정책 승계, 범세계적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등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도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고위직 인선 및 그들의 발언 등을 통해 구체적 관심사와 정책목표들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현시점에서 한반도에 대해 갖는 핵심적 관심사는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북한의 대미 핵 위협 제거를 위한 북한 비핵화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북 정상회담 실패 경험을 토대로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식의 톱다운식 대북 핵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북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감안할 때 그러한 실무적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조치 해제에 훨씬 관심이 많은 한국 정부는 북한이 선호하는 톱다운 방식 협상에 계속 집착하는 모양새다. 결렬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 이은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실현시키는 데 올인하는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현저한 이견은 장기간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둘째는 한국 정부에 의해 파괴된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의 복원이다. 2017년 이래 한국 정부의 반일 캠페인으로 시작된 한·일 간 과거사 갈등으로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이 붕괴되고 한국이 중국 정부에 대해 한·미·일 협력체제의 불 격상을 약속하는 ‘3불 약속’까지 제공하는 등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체제의 큰 축이 무너지는 상황이었음에도, 동맹관계를 경시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 이제 동맹국과의 협력체제 복원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안보 체제의 충주인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의 복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과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중국 쪽으로 부단히 기울어가는 한국을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로 복귀시키고 한국을 쿼드플러스 체제에 참여시키기 위해,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의 부활은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명제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를 어떻게든 재건하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각안보협력 체제의 부활은 문재인 정부의 친중, 친북, 반일 정책과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사안이어서, 이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예상된다.

 

셋째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단된 한미연합훈련의 재개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사전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약속한 사항이었다. 이로 인해 2018년 8월 이래 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 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3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폐지되거나 중단되었고, 대대급 이하의 소규모 합동훈련만 이루어지고 있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인 쌍용훈련과 연합공군훈련인 맥스선더, 비질런트 에이스 등 연합공군훈련도 폐지되었다. 연합해병대훈련도 대대급 이하로 축소되었다.

 

연합방위태세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러한 상황의 타개는 미국에게 있어 한반도 안보는 물론 대중국 군사정책 상으로도 매우 긴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한미 연합훈련을 시급히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하지 않은 소규모 연합훈련조차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축소 또는 취소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연합훈련의 전면재개에 동의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시된다. 북한의 반발을 우려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를 북한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세 가지 대한반도 핵심 관심사 외에도, 넷째 현안으로서 한반도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가 미국 의회의 중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는 과거 우리 독재정권 시절 미 의회 민주당 진보파에 의해 장기간 제기된 바 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단지 북한 인권 문제만이 관심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채택을 계기로 이 문제는 다시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로 비화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미 하원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조만간 이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하려 준비하고 있고, 미 행정부도 연례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통해 이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네 가지 현안들은 모두 예외 없이 한미 간 이견이 큰 사안들이라, 향후 이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관계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부터 불협화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기 대북, 외교, 국방, 국내정치 분야에 속하는 이들 네 가지 현안은 얼핏 별개의 상이한 현안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하나의 몸통에 연결된 네 개의 다른 얼굴들일 뿐이다. 따라서 몸통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중 어느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그 몸통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종북정책으로 상징되는 이 나라 외교안보정책의 비정상적 정체성이다.


만일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실체가 핵보유국 북한의 제재해제 캠페인을 돕기 위한 미북협상 주선에 집착하고, 북·중이 수십 년간 염원해 온 한·미·일 삼각안보협력 와해에 앞장서고, 북한이 김일성 시대 이래 요구해 온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동조하고, 북한 공산독재 체제를 위협하는 대북전단 불법화에 협력하는 것이라면, 정녕 그것이 이 나라의 정체성이라면, 거기에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으로 함께 설 수 있는 땅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