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軍조직 성인지 감수성의 현주소와 향상 방안 - 조직 내 양성평등 이뤄내 국제적 추세에 합류해야 -



軍조직 성인지 감수성의 현주소와 향상 방안

- 조직 내 양성평등 이뤄내 국제적 추세에 합류해야 -


권유미

재향여군연합회장, 국방 여성전우회장, 본 협회 편집위원

 

 

우리 사회에서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언급되는 게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중·노년 계층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일 수 있지만, 성 역할의 분류 의미가 없어진 현대를 살아가며 성인지 감수성은 모든 사람이 명확하게 파악하고 실행해야 할 상식이 됐다.

그렇다면 군 내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얼마나 이해한 상태일까? 오랜 기간 남성 중심의 문화를 형성해온 군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온전하게 적용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해소함과 동시에 부정적인 관행을 없애고자 군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해,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군 조직의 현실을 살펴보기에 앞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성 인지력이라고도 불리는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개인이 성차별적 요소에 반응하는 감정과 지식, 관점,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적 요소는 성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 등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이해한다는 개념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실례로 2018년 4월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대학교수가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 환송됐는데, 이때 성 인지 감수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당시 대법원 제2부는 판결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성인지 감수성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지표이자 상식이 됐다. 그렇다면 군 조직에서의 성인지 감수성은 현재 어떤 수준을 형성하고 적용돼 있을까?

 

군 조직의 특성에 따른 성인지 감수성

군은 상명하복과 위계가 뚜렷한 문화가 형성돼 있어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가 형성돼 왔고, 그에 따라 성인지 인식 개선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도 있다.

군인권센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군 3여단에서 간부의 병사 성희롱, 성추행이 상습적으로 벌어졌지만, 부사관의 협박에 신고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피해를 입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고지대, 산지 등 고립된 지역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군부대 특성상 신고체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신고 후 가해자의 보복 등 2차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또 사회의 일반적인 대응과 달리 ‘군인징계령’에 따라 처벌되는 군 내 비위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감경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다. 이때 군 조직은 성희롱에 대한 좁은 해석을 바탕으로 가해자를 두둔하며 사건을 매듭지어 왔다. 군 조직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지속적인 군대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낳는다.


고용 평등과 유리천장에 미치는 영향

성인지 감수성은 여군의 생애주기와 고용 평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7년 개정된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해 남녀 고용 평등과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여성은 출산, 양육 등을 지원받아 일과 가정에서 평등을 누려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이 양육을 주도하는 불균형 사회로 일하는 여성의 갈등이 상당하다.

특히 남성 중심의 군 조직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다. 국방부는 2022년까지 여군의 비율을 8.8%까지 확대할 계획을 수립하고 ‘국방개혁 2.0’을 통해 출산과 양육 여건 개선을 통한 역량 강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남성 중심의 군 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여군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2020년 국방부 국정감사 결과 군 병원의 산부인과는 전국 11곳만 개설됐으며, 이중 분만 시설과 신생아실 설치 병원은 0개소였다. 출산 전후 여군의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 서비스에 접근이 어렵다면 ‘강함’을 중시하는 근무환경이 남성 군인보다 여성 군인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은 여군의 사기와도 연결돼 있다. 군의 사기는 조직에 헌신하고 몰입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여성의 생애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양성평등을 추구하지 않는 근무환경은 여군이 남군에 비해 고위직으로 진출이 어렵고 차별받을 것이라는 인식을 조성한다.

이는 군 내 유리천장(Glass Ceiling)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고위직이나 관리직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편견과 조직의 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여군의 사기 증진과 고용 평등을 보장하지 못하는 군 조직 내에 유리천장은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여전히 대다수의 여군이 비전투분야에 종사하며 명목 집단으로서 존재한다. 이는 군 내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고용 차별을 조장한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양성평등을 통한 선진국방의 시도

물론 군에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두고 본 것만은 아니다. 2001년부터 성인지 교육을 실시했고, ‘성 군기 위반사고 방지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다. 2015년에는 국방부 차원에서 ‘성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마련했으며, 2017년에는 이를 강화하기 위해 고급 간부 대상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성 인지력 향상 교육을 사관학교 정규과목에 반영했다. 여군 인력 확대를 계획하고 복무를 위한 필수시설을 설치해 근무환경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여군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보육시설 확충과 가족친화인증제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 또 향후 전투부대와 정책부서 등 주요 직위에 여군 보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변화를 통해 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 양성평등을 도모하고 선진국방을 이루겠다는 의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성비에서 한쪽의 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집단인 군 조직이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 개선된 정책과 제도가 현실에 얼마나 적용될지도 아직은 지켜볼 단계이다.

 

국제적 추세와 우리 군의 나아갈 길

우리 군과 달리 해외에서는 군의 성 평등을 이뤄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꼽아본다. 우선 미국은 평등법의 영향으로 1974년부터 직접전투 직위를 제외한 모든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했으며 임신한 여군도 현역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1990년 걸프전에는 2만 8천여 명의 여군이 참가해 전투 임무 수행 능력이 매우 뛰어남을 증명했는데, 이로 인해 1991년부터 공군의 여군 조종사 전투 임무 금지법이 해제됐고 1993년부터는 여성의 전투 배제 법령이 무효화 됐다. 현재 미국은 징병제 국가를 제외하고 여군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또 미국은 성폭력 방지 및 대응국인 사프로(SAPRO)를 국방부에 설치해 군대 문화와 군인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군대 성범죄 실태 조사 연례보고서’를 발행해 군 당국의 관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영국은 1990년부터 해병특전단, 잠수함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병과에서 여군이 복무할 수 있다. 교육, 근무평점 등 진급 관리에서 여군과 남군은 동일한 경쟁을 하는 통합관리가 시행되고 있다. 더불어 사관학교의 체력 측정기준을 제외하고 훈련소에서부터 남녀는 동일하게 훈련받는다.

프랑스는 군의 성폭력 전담 기구 떼미스(Themis)를 만들었는데 군대 내에 설치하는 대신 위계질서와 상관없는 퇴역군인,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할 민간인 여성을 참여시켜 성폭력 범죄 해결의 균형을 잡았다.

캐나다는 1906년 최초로 여군이 정규군에 편입된 이래 남녀 평등원칙에 기반해 양성평등과 성 통합이 가장 잘 이루어진 사례로 꼽힌다. 캐나다에서는 여군의 균등 기회 보장을 위해 입대기준의 표준화, 남녀 간 동등한 연금 혜택, 여성의 군사 대학 입학 기회 부여, 모든 분야와 장교계급의 개방, 기혼 여성 입대 금지 규정과 출산 현역 여군의 전역요구 규정 폐지를 이뤄냈다. 현재 캐나다는 잠수함을 제외한 모든 부대와 직무에서 양성이 통합됐고 여군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폐지됐다.

 

이 같은 선진사례들이 발굴되고 있음에도 세계 군 조직에서 여군은 아직 소수집단이다. 이에 양성평등을 추구하며 각국의 군이 보여주는 국제적 추세는 크게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우선 여군을 개별 병과가 아닌 군으로의 통합을 추진함으로써 여군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고용 평등을 실현하고 있다. 그리고 성별과 관계없이 자격이 충족되면 동등한 복무 기회와 직위를 부여한다.

 

평등을 추구하지만 직접지상전투를 수행하는 병과, 직위, 부대는 여군의 활용을 제한하는 추세도 있다. 이는 전투의 효과성과 모성 보호라는 측면을 고려해서다. 마지막으로 남녀 동등개념을 바탕으로 체력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되 남녀 간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기 위해 모성보호정책은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성인지 감수성이 성숙함에 따라 형성되는 선진국방의 가능성이다.

 

해외 선진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성인지 감수성은 개인과 조직 나아가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성차별 의식을 없애고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나갈 때 선진국방도 가능하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성 평등(gender equality) 정책은 정책 담당자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사실이다.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담당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으면 담당업무에 자연스럽게 성별 영향분석평가를 적용할 수 있다. 예산 집행에서도 성 형평성(gender equity)에 따라 평등한 자원 배분을 이뤄낼 수 있다.

 

따라서 성인지 감수성은 성인지 정책, 대표적으로 성별 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 예산 제도의 기본이 된다. 이로써 점진적으로 조직 내 성차별적 관행을 없애고 양성평등을 이뤄내 우리 군 역시 세계 속 선진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