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든 행정부 초반기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대응 방향 - 신범철

바이든 행정부 초반기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대응 방향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도 100일이 지났다. 미국 국내정치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지우기에 나서고 있고, 국제정치적으로는 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한 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한국, 일본이 그 핵심 대상이다. 3월 중순에는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국무장관이 양국을 방문하여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개최했고, 4월 3일에는 워싱턴 인근에 위치한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했다. 4월 16일에는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숨 가쁜 외교 일정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먼저 챙기고 있는 것이 일정에서 잘 나타난다. 그간의 회의에서 나타난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짚어보며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을 해소해야

 

한국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중국 문제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다음 해에 출범했기에 경제 회복이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취임 첫해 중국을 방문했고, 그 이후에도 중국의 입장과 충돌하는 행보를 자제해 왔다. 심지어는 중국 방문 추진 과정에서 사드 추가배치 반대, 미국 미사일 방어 참여 반대, 한미일 안보동맹 발전 반대라는 ‘사드 3불(不)’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의 친중 행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환대는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혼자 식사한다는 의미의 ‘혼밥’을 여러 차례 했고, 한국 기자 폭행 사건도 있었다. 외교적 관례 차원에서라도 답방해야 했던 시진핑 주석은 여전히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한국에게 미국의 새로운 동맹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말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쿼드(quad) 참여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미국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미 ‘2+2 회담’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공동성명에 포함시키지 못한 중국 문제를 기자회견에서 직접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공동성명에서는 중국 문제를 다루지 않았는데, 기자회견장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홍콩, 신장, 위구르 등의 인권 문제, 지적재산권 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비외교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중국 문제 제기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 표현으로 볼 수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외교, 국방, 경제 등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3월 초 백악관이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의 내용이나, 미 상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중국 관련 법안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호주가 미국의 행보에 발맞춰 가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뒤처진 모습이다. 만일 한국이 끝내 쿼드 가입을 미루고, 확장된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은 2류 동맹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한국에 있어 중국은 제1의 교역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 인식이나 북한과의 관계 강화 등을 고려할 때 중국에게 안보를 의존할 수 없다. 중국의 인권상황이나 주변국을 무시하는 듯한 공세적 외교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미래가 중국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한미동맹을 강화할 때다. 물론 반중국 전선에 한국이 앞장설 이유는 없다. 다만 적어도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강화에 보조를 맞출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

 

한미 ‘2+2 회의’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가 명시되지 않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수준에서 정리 언급했다. 그래서였는지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까지 별도로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언급하지 않고 중립적인 표현인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로 표현하고자 한 주체가 누구인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4월 초 개최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미국의 언론 성명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이 아닌 미국 백악관의 언론 성명(Press Statement)에서였다. 한미일 3국의 합의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시각에서 정리한 발표 내용일 뿐이다. 당시 서훈 안보실장은 북한과 조기에 대화를 개최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미국이 발표한 언론성명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한국이 반대하고 있고, 북한과 조기에 대화한다는 것은 미국이 동의하지 않고 있음이 동 회의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물론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간에 이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입장을 보면 북한 비핵화, 제재 유지, 북핵 억제력 강화라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화와 관련해서는 유연한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동 공동성명에는 상기 원칙이 잘 반영되어 있는데, 스가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던 CVID 원칙은 빠져있다.

 

CVID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북핵 관련 모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CVID를 뺀 것은 향후 북한과 협상이 재개될 경우, 동결이나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한 때 북한이 희망했던 협상안이며, 대화 재개를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환영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지난 1월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강조한 핵능력 강화와 핵보유 의지를 고려할 때, 과연 동결 거래나, 단계적 협상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북핵 폐기보다는 단기간 내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핵 동결을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동결 거래는 본토 위협을 막아야 하는 미국에는 유용한 협상안이 될 수 있지만, 여전히 북핵 위협에 노출되는 한국에게는 위험한 협상이다. 북한에게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약속받거나, 철저한 신고 및 검증을 통해 보완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한미간 보다 세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한 이유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실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마지막 과제는 한미일 안보협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2+2 회의’와 안보실장 회의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모두 강조한 바 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중국 문제를 다루는 효율적인 협력 메커니즘이 한미일 안보협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실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그간 한미일 안보협력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사드 3불 언급 당시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미일 안보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당시에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도 다자협력보다는 양자협력에 관심이 컸기에 한미간의 갈등 사안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날로 증강되고 있는 상황에서 억제력을 구축하는 의미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기보다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며, 대북 억제력과 한미동맹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것이다.

 

현재 한미, 한일, 미일 사이에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가 체결되어 있다. 한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해프닝도 있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군사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의 수준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한동안 중단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북한 잠수함 추적이나 수색구조 훈련 등을 복원함으로써 대북 억제력 강화와 역내 해상안전 강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 북한, 그리고 한미일 안보협력과 관련한 다양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미동맹은 한 차원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아무런 행보도 취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외교를 전개해서는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의 국익과 가치에 기반을 두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전개할 때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