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기고]한미동맹 업그레이드 과제와 전망-이상현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과제와 전망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


  1. 윤석열 정부의 동맹정책 

  국민의 힘 대선공약집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관련 기본 시각은 ‘국익우선 외교’ 슬로건 아래 여러 의제를 담고 있 다.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상호존중에 입각한 한중관계 구현, 한일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 실현, 한러 협력의 미 래 지평을 확대, 지역별로 특화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 경제안보외교 적극 추진, 국격에 걸맞는 글로벌 기여외교 실천 등이 제시되었다.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은 Foreign Affairs 기고문 에 개략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1) 기고문의 기본 관점은 대한민 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인 동시에, 한반도를 넘 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 는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국제사회 변화 의 소용돌이 속에서 창조적이고 선제적인 외교로 대한민국을 더욱 활기찬 나라, 혁신적인 나라, 매력있는 나라로 만들어 나 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기본적으로 자유민 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실질적 협력을 추구한다는 기조를 제시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기조로 보면 윤 정부는 前 정부와 차별화된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할 것으 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력을 대북관계 에만 집중한 결과, 한국의 국제적 역할이 위축되 고 한미동맹이 표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前 정부는 세계 각지의 자유민주주의 규범 파괴 와 인권 훼손에 침묵하고 기후변화와 전염병 대 응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 글로벌 사회의 주요 현안 리더십을 발휘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제 목소리를 내 지 못하고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치하는 가운데 우리의 안보태세가 약화됐다 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Foreign Affairs 게재 기고문 중 동맹 관련 내용은 “한미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 화하면서 군사, 경제공급망, 공중보건, 사이버 분야 등을 아우르는 복합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괄적 경제안보대 화를 가동해 첨단산업 분야의 양국 기업 간 협 력과 투자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실천’ 공약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강조했던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포괄적 전략동맹’은 한 미간 관계를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미국과 합의했던 내용이다. 이러한 기조에 입각해 미국과 아태지역 및 글로벌 질서의 미래비전과 공동 이익을 공유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 히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정책 추구로 쿼 드(Quad) 등의 협의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 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에서 민주 주의와 자유주의 경제질서 등 가치를 강조하면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 략동맹을 지향한다. 동맹의 방향성에서 대체로 미 국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관점을 보이고 있어, 쿼드, 확장억제, 전략자산 전개 등의 이슈에 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미국의 요구와 어떻게 조 화시킬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2. 포괄적 전략동맹 업그레이드를 위한 주요 과제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미 2021년 5월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 중에 포괄적 전략동맹 개념은 상당 부 분 반영되었다. 그 핵심은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 보·군사 중심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우선 동맹의 성격 변화로 한반도 안보 단일 이슈 중심의 동맹체제에서 글로벌 평화와 번영 의 핵심축을 지향한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지리 적 범위도 확장된다. 한반도에서 동남아, 중미, 사이버·우주까지 협력의 공간 외연을 확대한다. 이슈의 확대로는 전통안보, 인간안보, 경제안보 를 포괄한다. 가치를 공유하는 평화/번영의 파트 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에 기반한 글로벌 비전을 공유한다. 여기에는 포 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거버넌스의 적극적 협력,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기술혁신, 백신 파 트너십 등이 망라된다.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체화하려면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해진 동맹의 기초를 ‘정상화’하는 것에서부터 동맹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트럼프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측 요인보다는 미국발 변수로 동맹의 기초가 상당 히 흔들린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는 동맹에 대 해서도 ‘돈과 승리’ 외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한미관계의 세 가지 축인 북핵, 무역, 동맹 이슈를 뒤섞고 연계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극 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예를 들면 한미FTA 개선을 위해 방위비로 압박하는 식이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정상적 접근은 한국에 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NATO와 미일동맹에 도 적용됐고, 이는 전반적인 미국 외교태세 붕괴의 한 측면으로 해석된다. 이에 비해 바이든 행정 부는 다시 동맹과 우방에 대한 존중과 다자주의 를 중시하는 방향을 선회했다. 한미동맹 정상화 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연합훈련 재개, 북한 비핵화 협상전략 공조, 한미동맹의 지역 역할에 대한 조율, 한미일 안보협력 등 다양한 과제들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이슈들을 간략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그 실행 기제인 Quad 및 Quad Plus에 참여해 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인태지역 내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확립과 확대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서 ‘자 유롭다’는 것은 역내 모든 국가들이 타국의 강압 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며, 각국은 국 민들이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시행할 수 있 어야 한다는 의미한다. ‘개방되었다’는 것은 역내 국가들이 해상과 공중을 통한 자유로운 활동과 접근성이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실상 인도-태 평양 전략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나 이슈가 확립 되지 않은 원칙의 선언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태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기제 중 하나인 쿼드 및 쿼드 플러스는 상설 사무국도 없고 멤버가 정 해진 공식 기구가 아니므로 참여하고 말고의 문 제가 아니다. 쿼드를 참여/불참여 문제로 규정 할 경우 우리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중국 이 비판할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쿼 드 국가들과 어떠한 이슈로 어떻게 전략적으로 협력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쿼드에 대해 열린 자세로 지역 안정과 평 화,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는 문제(예를 들면 백 신, 기술협력 등)에 대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대북정책 조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최우선 외교안보 대북 정책의 목표로 내세움으로써 북핵 폐기가 모든 대북정책 대응에 전제조건이 됨을 강조한 다. 특히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 한 문제에 대응할 것이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 재 결의 이행을 위한 국제협력 주도를 언급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강력한 대북 압박을 통 한 북한 비핵화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북 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실질적 비핵화 조치시 (유엔제재 유지하고) 대북 경제지원 가 능하다고 언급하는 모습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3000’이나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 세스’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정부의 대 북정책과 바이든 정부의 ‘조율된 실용적 접근’을 조화시켜 얼마나 시너지를 얻을 것인지가 중요 한 과제이다. 

  셋째,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추진 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사드 추가 배치 문제는 그 교차점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 다. 윤석열 정부는 ‘3불 입장’이 말 그대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지 그것이 한중 양국 간 공식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야 한다. 비록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한국은 ‘3불 입장’은 존중한다 는 입장을 유지하지만, 사드 배치가 처음 논의될 당시에 비해 현재는 북한의 위협이 크게 증가한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되면 추가 배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상황을 더 악화시켜 한반도가 ‘강대강’ 상황이 되는 것은 북한의 행태와 책임이라는 점 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사일 방어 는 어느 한 가지 수단에 의지하면 성공할 가능 성이 낮아지므로 다층, 다중의 방어막을 구성하 는 것이 필수적이며, 한국은 사드 외에 PAC-3 와 M-SAM(천궁-2) 등 다양한 방어수단을 배치 에 북한 미사일 요격 확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넷째, 갈수록 커지는 경제안보에 대한 협력 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가 치사슬을 중심으로 하되, 특정 국가에 과도하 게 의존하는 공급망과 대외의존도 분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향후 인태지역에서 지역다자협 력 아키텍쳐가 가치사슬 및 공급망 재편과 연동 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인 태지역 내 기존 주요 경제협력체인 포괄적·점진 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 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과 적극 협력하는 한편, 새로 추진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 참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특히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0월 발표한 인태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 경 제협력 구상으로서 무역 원활화,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 경제, 탈탄소 청정 에너지, 인프라 협력 등 폭넓은 분야에서 공동의 원칙과 기준을 설정, 역내 호혜적 경제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핵심 기제가 될 전망이다.


  3. 미중패권경쟁과 한국 신정부 하의 동맹외교

  한국이 미국과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추진하 는 것은 한국의 운명과 이익을 완전히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정체 성과 국익 우순선위에 따라 외교의 선택지를 결 정하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우리의 중요한 목 표이다. 중간국 외교에서 외교적 자율성 공간 확 보를 위해서는 외부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한국의 국익과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미중이 전략경쟁에서 격돌하는 사안들 은 대부분 제로섬 성격의 이슈들로서, 한국으로 서는 불가피하게 한 쪽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 는 이슈들이 상당수다. 한국이 선택을 미룰수록 한국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악화될 것이다. 반 면, 미국의 대한국 시각이 나빠지는 만큼 중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딜 레마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을 미룬 채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면 양쪽 모두로부터 러브콜 대신 냉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워싱턴 분석가들 중에는 한국이 미 중 사이에서 ‘더블헤징(double hedging)’을 추 구한다고 보는 인식이 상당하다. 그 결과 갈수록 한국이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약한 고리’로 멀어진다는 인식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심지 어 전략적 모호성은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악의 정책이며, 모호성을 버리고 굳건히 서야 한다 는 평가까지 나와 한국에 대한 워싱턴의 실망감 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전 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우리의 선택은 본질적으로 맹목적인 미국 추종 이 아니라는 것으로 프레이밍할 필요가 있다. 다 시 말해 선택을 하되 한국의 선택은 미중 사이 의 선택이 아니라 이슈와 입장의 선택이라는 논 리로 프레이밍해야 하는 것이다. 즉, 한국은 우 리의 정체성과 국익 우선순위 기준으로 판단하 며, 이는 미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 라 우리의 원칙과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다만 한국의 선택은 불가 피하게 중국보다는 미국의 입장과 유사할 것이 라는 점(한미 체제의 유사성, 가치의 유사성 때 문), 그리고 이는 한중 간에 존재하는 체제 차이 로 인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야 한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또다시 사드 배치 당 시처럼 중국이 경제적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커 질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이 대러 제재에 참여하자 러시아도 한국을 비우 호국(unfriendly nation)으로 지정하여 보복하 겠다는 점을 밝혔다. 외교적 선택은 결코 공짜 가 아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보복을 우리의 국 익과 정체성에 따른 선택의 결과 불가피하게 발 생하는 비용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비 용을 감수할 때 한국의 외교적 선택권이 커지고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의 주권 적 결정이 중국의 보복을 초래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국과 솔직하고 상시 적인 대화·협의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내부에서부터 일관된 주권적 입장을 견지 할 때 중국은 불만스럽더라도 한국을 존중할 것 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한 것이다.